오피니언

[기자수첩] 교회 공조직 직무유기, 목사 범죄 부추겨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치리에 미온적인 교단 공조직

prok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기장 총회 서울동노회 소속 박아무개 목사가 성범죄로 실형을 받자 기장 여교역자들은 지난 해 8월 기장 총회가 있는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박 목사가 속한 서울동노회는 정직으로 사건을 매듭지었다.

목회자들이 법원으로부터 잇달아 실형선고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교단 공조직은 해당 목회자 치리에 미온적이다.

먼저 지난 해 8월 기장 교단 소속 박 아무개 목사가 강간미수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박 목사의 범행대상은 자신의 조카였다. 이에 대해 박 목사가 속한 서울동노회는 지난 해 12월 27일 박 목사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렸다. 교단 내 여성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은 박 목사의 목사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노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지난 4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ㅇ 교회 담임목사였던 노아무개 목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노 목사는 내연관계에 있던 여신도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노 목사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 해 7월 이었다. 노 목사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어 6개월 뒤엔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쯤되면 대전노회는 노 목사에 대해 징계조치를 논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노 목사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이 교단 대전노회 총무를 지내기도 했으니, 대전노회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징계조치를 취해야할 처지다. 그러나 대전노회는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건 발생 당시 노회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무어라 말 할 수 없다"는 입장만 전했다. 실형을 받은 이후에도 대전노회 측은 "담당자가 없다"는 답변만 남겼다.

사회법정에서 실형을 받은 목사에 대해 노회가 재차 징계하는 건 얼핏 가중처벌로 보일 수 있다. 또 문제의 목사들이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사람으로 거듭날 여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노회나 교단은 소속 목사가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만큼, 공교회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는 취해야 한다. 이게 종교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도리다.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노회나 교단이 범죄를 저지른 목사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 놓아야 출소 후 재범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처음 언급했듯 목회자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실형을 받는 일이 잦아지는 추세다. 그런데 그때마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교단 공조직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다. 목사들의 범죄가 심심찮게 불거지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미온적 대처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춰야 할 교단 공조직이 이렇게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건 실로 어처구니없다. 교회 공조직에서 자정을 기대하는 건 이제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일일까?

이활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5] 서구 그리스도교 신학의 터전을 마련한, 아우구스티누스!

"서방신학은 동방신학보다는 출발이 좀 늦었으나 곧 테르툴리아누스, 키프리아누스, 암브로시우스 등의 교부들이 주축이 되어 착실하게 발전해갔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4] 카르타고 학파의 거침없는 변증과 교회론

"테르툴리아누스와 키프리아누스의 신학을 오늘날 살피는 것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이들의 신학은 현실적이고 참여적이고 실존적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