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노동 존중사회 이루는 건 교회의 선교과제"

28일 선언문 통해 '경제위기 아닌 노동위기'라 진단

kim

(Photo : Ⓒ 시민대책위)
위험 외주화 등 노동 현안에 대해 NCCK는 선언문을 내고 노동존중 사회를 만드는 데 교회가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태안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시신이 22일 오전 태안을 떠나 서울로 향하면서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가진 기자회견.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 노사갈등 등 노동 관련 의제는 한국 사회의 시급 현안 중 하나다. 이런 흐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는 28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문은 지난 24일 열린 6701차 실행위원회 결의에 따른 것이다.

NCCK는 이번 선언문을 통해 "경제위기가 아니라 노동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라며 더 늦기 전에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NCCK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1) 노동삼권을 완전하고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 안전한 작업환경에 대한 책임을 하청이 아닌 원청에 묻도록 하는 ‘노동안전법(가칭)'을 제정하는 등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3)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고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서둘러 진행할 것, 4) 최저임금제도를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근본취지에 합당하게 운영하고, 5) 탄력근로제 확대에 관한 문제 역시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차원에서 그 해법을 모색할 것, 6)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조건과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재벌개혁을 단행할 것 등을 제시했다.

NCCK는 이어 노동위기를 극복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는 것을 선교과제로 설정했다. 이에 NCCK는 각계각층의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한편 정부, 국회, 사법부, 기업 등이 인간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정당한 노동권의 보장을 위해 노력하도록 촉구하는 일에 힘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선언문>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이스라엘 자손은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탄식하며 부르짖으니
그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부르짖는 소리가 하나님께 상달된지라"(출애굽기 2:23)

1. 경제위기가 아니라 노동위기다
노동의 위기가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의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경제의 실질적 주체인 노동자의 권리와 삶의 실상은 외면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헌법과 노동관계 법에 명시된 노동삼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는 장시간의 노동과 산업재해, 과도하게 높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과 그에 따른 극심한 차별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까지 내몰려 있다. 일하고 싶어도 장애, 성별, 국적, 연령 등의 이유로 차별받으며 노동현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실업의 문제 역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촛불의 민의로 등장한 현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으며 결국 경제성장 중심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노동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노동의 위기에 대처하는 일을 교회가 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할 선교 과제로 인식하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천명한다.

2. 노동에 관한 성서의 가르침
성서는 하나님께서 일하셨으니 너희도 일할 것이요, 하나님께서 쉬셨으니 너희도 쉬라고 함으로써 하나님과 인간이 노동을 통해 동반자적 협력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창세 2장, 출애 20장). 하나님은 인간의 노동을 통해 자신을 펼치시며 인간은 노동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동참한다. 노동을 통해 결합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만물을 생성시킬 뿐 아니라 생명을 온전히 보존시키는 역할을 한다.

성서는 노동과 휴식에 관한 엄격한 규정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강제노역으로부터의 해방, 노임의 정당한 지급, 노동소득을 강탈하여 자유인을 노예화할 수 있는 이자의 금지 등의 규정을 통해 하나님에 의해 긍정된 노동을 보호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노동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에 기본적인 관심을 두었을 뿐 아니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에게 참된 안식을 선포함으로써 육체를 소진하는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였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성서의 가르침이 이 땅 위에 온전히 실현될 때 이 땅의 모든 사람은 정의로운 평화를 누리게 될 것임을 믿는다.

3.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천만 노동자'라는 말은 노동자 문제가 그와 동반한 온 가족의 문제라는 사실을 함축하며, 이는 곧 노동의 위기는 땀 흘려 일하며 삶의 보람을 누리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뜻한다. 따라서 노동존중 사회를 이루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삶을 이루는 길이자 동시에 우리 사회 공동체의 평화로운 존속을 보장받는 길이다.

노동존중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삼권을 완전하고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마땅한 권리를 어떤 명분으로든 제약해서는 안 되며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사법부는 물론 범사회적으로 실질적인 노동삼권 보장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며, 특별히 일체의 교육과정에서 노동권에 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알맹이 빠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을 넘어 ‘위험의 외주화'를 실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책임을 원청에게 묻는 ‘노동 안전법(가칭)'을 제정하는 등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자리는 반드시 정규직화 해야 하며, 각종 편법으로 비정규직을 남발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 근절하고,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이 허용된 경우라 하더라도 임금과 근무조건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이를 선도하는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부터 서둘러야 한다.

최저임금제도의 운영은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근본취지에 합당해야 하며, 탄력근로제 확대에 관한 문제 역시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차원에서 그 해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재벌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오늘날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극한적인 노동환경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무한경쟁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 상생을 통해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조건과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벌총수체제의 개혁, 출자총액제한제도, 공정거래 등을 포함한 재벌 개혁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4.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교회의 역할
우리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노동위기를 극복하고 땀 한 방울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을 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선교 과제로 인식하며 다음과 같이 다짐한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노동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힘쓰고 있는 각계각층의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함께 할 것이다. 더불어 정부와 국회, 사법부, 그리고 기업이 인간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정당한 노동권의 보장을 위해 노력하도록 촉구하는 일에 힘쓸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신앙인들이 하나님의 귀한 선물로서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존중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결코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엄존하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는 거룩한 과정임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평화를 이루는 일에 앞장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녀 된 우리는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노동의 은총과 능력이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원동력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헌신하며 노동존중 사회를 향한 십자가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9년 1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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