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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만민중앙교회 사건,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TV리뷰] 1999년 이어 재차 만민중앙교회 정조준한 'PD수첩'

입력 Jan 31, 2019 11:03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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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MBC)
MBC ‘PD수첩’은 29일 이재록 만민중앙교회 담임목사 성폭력 의혹과 예물심기 관행을 고발했다.

조계종과 명성교회를 정조준했던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다시 한 번 종교권력에 주목했다. 이번엔 만민중앙교회다. 'PD수첩'은 29일 오후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편을 통해 이재록 목사의 성폭력 정황과 이른바 '예물심기'로 불리는 헌금 관행을 보도했다.

'PD수첩'과 만민중앙교회의 인연(?)은 20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PD수첩'은 만민중앙교회의 문제점을 다루려한 바 있다. 그러나 교회 측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중 일부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방송분 중 15분은 전파를 타지 못했다. 잘려나간 15분에 담겨진 내용은 이 목사의 성폭행 의혹이었다.

지금 이 목사는 여성신도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상태다. 그런데 1999년 당시 미방송분 내용에 비추어 볼때 이 목사가 이미 20년 전부터 여성도 성폭행을 자행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에 재차 드러난 성폭행 의혹에서 놀랍게도 이 목사는 성서를 인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구약성서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들어 유혹했다고 피해주장 여성도들이 증언한 것이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대목이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지점은 또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만민중앙교회 성도들이 이재록 목사에게 예물을 바치는, 이른바 '예물심기' 관행을 세상에 알렸다. 이 교회 성도였던 권영진 씨(가명)는 교회 측이 "그거랑 별도로 이재록이 성령이기 때문에 성령한테 직접 바쳐야 그게 진짜 헌금이다"고 강요했다고 털어 놓았다.

'PD수첩' 취재 내용은 개신교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재록 목사는 개신교계 안에서 늘 논란을 몰고 다녔던 인물이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합신) 등 개신교 주류교단들은 직통계시와 신격화를 지적하며 그를 이단으로 분류한 바 있다.

'PD수첩' 방송을 통해 드러난 이 목사의 신격화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목사를 그저 '사이비 종교인'의 엽기행각 쯤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무엇이 이단이고 무엇이 정통일까?

목회자의 여성도 성폭행은 이단·정통을 가리지 않고 횡행한다. 이 목사는 다른 사례에 비해 수위가 조금 높았을 뿐이다. 헌금 강요도 이단·정통을 가리지 않고 '관행'처럼 이뤄진다. 'PD수첩' 제작진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목사가 가져간 돈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약 110억에 이른다.

성도들은 이 목사가 이렇게 거둬들인 헌금을 도박이나 해외선물 투자에 탕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만민중앙교회측은 "헌금은 성도 구제와 국내외 선교지원, 장학금 등 좋은 의도로 사용되었음이 근거자료로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또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해선 " 극소수의 세력들이 자신들의 사심을 채우기 위해, 본 교회와 이재록 목사를 흠집내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주장을 펼치거나 일방적인 자신의 생각으로 증언한 것들이 사실 확인 없이 편파적으로 방송에 보도된 것"이라고 폄하했다.

헌금의 용처를 둘러싼 공방과 별개로, 헌금 강요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고 이 헌금이 이 목사의 개인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는 점은 의심을 사기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헌금 강요와 자금 운영의 불투명성이 비단 만민중앙교회만의 일일까?

이단·정통을 막론하고 헌금 강요와 회계 불투명성은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정부는 회계 투명성을 기하고자 2018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했다. 이에 대해 보수 개신교계는 극력 저항했다. 보수 개신교계가 반발한 이유에 대해 종교인 과세로 교회 재정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 목사의 성폭력은 담임목사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교회 권력구조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자의적인 헌금 집행도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다.

한국교회 현실이 그렇다. 이름난 대형교회 목사들이 1600억 부동산 매입이나, 성추문으로 언론에 등장하고 법원을 오가는 모습을 너무 자주 목격했다.

결국 만민중앙교회와 이재록 목사 문제는 한국 개신교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성폭력과 헌금 유용 의혹을 이단 교주인 이재록 목사만의 문제로 한정하는 건 책임회피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주류를 자처하는 보수 개신교 교단은 각성해야 한다. 성서의 말씀을 헌금을 긁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왜곡하지는 않았는지, 담임목사의 카리스마를 이용해 여성도를 탐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만민중앙교회도 각성하기 바란다. 교회 측은 방송 직전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번에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송이 나간 뒤엔 사실 왜곡 운운하며 불쾌한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등록 신도 13만 여 명의 교회의 처신 치고는 치졸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언론을 탓하기에 앞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발을 딛고 서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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