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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연세대 종교철학 정재현 교수, 논총 『우상과 신앙』

입력 Mar 14, 2019 02:58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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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울엠플러스(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종교철학 정재현 교수의 신간 『우상과 신앙』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종교철학 주임 정재현 교수의 논총집 『우상과 신앙』(한울엠플러스(주))이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과 종교의 관계를 천착해온 그간의 연구를 종합한다. 특히 인간과 종교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우상의 존재를 뚜렷이 들추어내며, 우상주의를 넘어서는 참된 신앙의 길을 냉철하고도 끈질기게 묻는다.

종교적 논의 이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 먼저라고 말하는 저자는 풍부한 철학적 논의을 바탕으로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지, 또한 종교에는 인간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와 교회를 꼬집어 이야기하지만 종교가 있든 없든, 또한 어떤 종교를 가졌든, 인간과 종교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의 타래를 풀어나갈 가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아래는 출판사의 서평.

회의하지 않는 확신을 넘어 의심을 싸안는 신앙으로

'세월호를 하느님이 빠뜨리셨다'는 발언은 어째서 자아도취적 우상숭배인가

세월호 참사를 두고 일부 목사들이 '세월호를 하느님이 빠뜨리셨다'고 발언했다. 우리의 죄 때문에 한국이라는 큰 배가 침몰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막기 위해 작은 배를 빠뜨리셨다는 것이었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을 때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두고도 일부 그리스도교계에서 비슷한 발언들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자기의 '영생'은 목적이어야 하고 타인의 생명은 수단이어도 무방하다는 폭력적 망언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발언들이 어째서 자아도취적 우상숭배인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한국 그리스도교계의 문제를 짚어간다("인격성의 폭력과 탈신화화"). 저자에 따르면 '세월호를 하느님이 빠뜨리셨다'는 발언은 더 큰 악을 막기 위해 작은 악을 허락하셨다는 기만적인 신정론을 내포하고 있다. 하느님을 무고한 생명을 몰살시키는 악마로 만들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유린하면서도 자기는 정당화의 구실을 확보했다고 착각하며 스스로를 안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아도취적이다. 또한 신을 인격성으로 재단해 아주 힘세고 큰 인간으로 본다는 것으로 그야말로 신성모독이자 신을 대상화·물상화하는 우상숭배이다.

한국 그리스도교계를 깨우는 뜨거운 일성

한국 그리스도교가 사회에 크고 작은 기여를 해오며 성장을 거듭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강박적이고 독선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비판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온 것 또한 현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 그리스도교에서 나타나는 자기중심적이고 권력지향적인 면을 자아도취적 우상숭배로 설명하는데, 비극적 참사를 두고 '하느님의 뜻'을 운운하는 폭력성, 복을 받지 못한다면 종교를 믿을 이유가 없다는 기복적인 이기주의 등이 모두 우상숭배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우상은 특정한 사물이나 신념이라기보다는 인간과 종교를 연결하는 결정적인 관계 자체이다. 저자는 우리가 우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러는 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종교 안에서 자신이 믿고 있는 것만을 절대라고 붙들고 늘어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종교와 진리의 이름으로 표방된 절대는 소유한 인간 자신에 대해서는 강박이 되고, 타인에 대해서는 억압이 될 수밖에 없으며, 종교의 존재 이유인 인간 해방과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인간과 종교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우상을 들추어내고 그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인간이며, 그것도 인간의 삶이라고 일갈한다. 칼뱅이 지적했듯 "인간은 끝없이 우상을 만들어내는 공장"일 수밖에 없으나, 종교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서, 나아가 인간의 해방을 위해서는 우상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성찰이 불가결하다는 통찰이다.

니체부터 사르트르까지, 철학적으로 풀어낸 참된 신앙의 길

이 책은 강박과 억압으로 작동하는 우상을 부수기 위해 전인적인 참여를 뜻하는 신앙에 주목한다. 여기서 신앙이란 안정을 제공하는 우상을 거부하고, 의심이나 회의를 적극적으로 싸안으며 격동하는 삶을 꾸려가는 행위이다. 저자는 인간이 종교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안정은 인간을 '노예의 편안함'으로 끌고 간다고 말한다. 안정을 빌미로 한 억압일 수밖에 없는 우상에서, 모험도 불사하는 자유로 향하는 신앙으로 전환해야 함을 역설하며 니체, 아우구스티누스, 키르케고르, 후설, 사르트르 등 다양한 철학적 논의를 검토한다.

인간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큰 흐름 아래 각 장에서는 다채로운 철학적 논의를 다룬다. 특히 대표적인 무신론자인 니체의 그리스도교 비판에 기반하여 한국 그리스도교의 개혁을 위한 날카로운 진단과 과제를 제시하는 부분은 통절한 울림을 전한다("무신론의 종교비판과 신앙성찰"). 그리고 일본 선불교의 철학자 니시타니 게이지의 종교론을 분석하며 무종교인과도 소통할 수 있는 종교의 의미를 모색하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우상파괴를 통한 종교해방"). 자아와 의식의 관계에 대한 후설과 사르트르의 접근을 대조적으로 살펴보고 종교적 자아도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탐구해 가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다름과 자유").

프로이트가 "인간은 우상 없이 살 수 없다"라고 말했듯 인간과 종교의 관계에서 자기절대화와 그에 따른 우상의 등장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문제를 들추어 분석하고 거기에서 이루어야 할 과제를 찾아내는 데 앞장섬으로써 우상의 억압으로부터 신앙의 자유로 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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