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문재인 대통령 하야' 한기총 시국성명, 거센 후폭풍 몰고 와

손봉호 교수·기윤실 한 목소리로 “한기총 대표성 없는 단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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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CBS)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한기총을 찾았다. 전광훈 대표회장은 황 대표를 맞이하면서 수위 높은 정치 발언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 연말 하야' 운운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시국성명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오는 양상이다.

한국교회를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온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기총과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게 일침을 가했다.

손 교수는 전 목사의 잇단 부적절한 발언과 한기총 시국성명에 대해 "전적으로 사리에 맞지 않고 또 기독교 지도자를 자칭하는 사람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발언이다. 그런 것은 보통 기독교인이라고 해서는 안 되는 그런 발언인데 대표라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한기총의 대표성과 관련 "1989년에 한기총이 창립될 때는 명실공히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한 10여 년 전에 그 내부에 온갖 문제들이 생기고 비리가 많아가지고 한기총 해체 운동이 시작됐다. (중략) 그 뒤에 우리나라의 주요한 교단들은 다 탈퇴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교단들은 아주 군소 교단들"이라며 대표성을 부정했다.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를 향해선 "좀 조용히 물러나서 회개하고 아주 건강한 시민으로 봉사하라. 그리고 목사직도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기총 시국성명에 대해 "그 내용에서 사실 관계도 맞지 않을뿐더러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것이기에 논평의 가치도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들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 교회 연합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은 잃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한기총은 한국 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판정을 받은 단체들의 지위 세탁 공간이나, 개인적인 정치 욕망이나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해 기독교의 이름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활동 무대가 되어버렸다"며 손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기총의 대표성을 부정했다.

기윤실은 이어 "한기총이 한국 교회 연합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을 잃어버리고 극단적 정치 이념 단체로 변질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극단적인 혐오나 이념지향적인 발언을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한기총의 활동을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일부 정치 세력과 언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면서 "책임 있는 정당과 언론이라면 우선 한기총이 한국 교회를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지 사실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기윤실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한기총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는 지난 6월 5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를 포함한 주요 권력기관들을 주체사상으로 정복하여 대한민국을 종북화 · 공산화 시키고 있으며, 경제도 사회주의화 시켜 1970년대 수준으로 몰락시키고 있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성명서는 그 내용에서 사실 관계도 맞지 않을뿐더러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것이기에 논평의 가치도 없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한기총이 스스로를 "6만 5천 교회 및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 가족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한기총이 2010년대 초까지 한국 교회 대부분의 교단과 주요 기독교 단체들이 소속된 기독교 최대의 연합단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기총이 교회연합단체로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정치화 · 이념화 · 사조직화 되면서 기독교 내부의 신뢰를 잃고 있던 2011년 초 당시에, 대표회장 선거 관련 광범위한 금권선거 실태가 드러나면서 한기총 해체 운동이 범기독교 진영에서 시작되었다. 3년간 지속된 이 해체 운동의 결과 예장 통합을 비롯한 주요 교단들과 월드비전 등 주요 기독교 기관들이 한기총을 탈퇴하거나 ‘행정보류' 상태로 정식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 현재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들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 교회 연합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은 잃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한기총은 한국 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판정을 받은 단체들의 지위 세탁 공간이나, 개인적인 정치 욕망이나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해 기독교의 이름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활동 무대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한기총이 한국 교회 연합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을 잃어버리고 극단적 정치 이념 단체로 변질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극단적인 혐오나 이념지향적인 발언을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한기총의 활동을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일부 정치 세력과 언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 일부 정치 세력과 언론들은 한기총이 한국 교회를 대표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극단적인 혐오나 이념지향적 발언들을 확대시켜줌으로써 한국 교회 내 많은 성도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 아래에 있는 것처럼 오도하려고 하는 것이다.

책임 있는 정당과 언론이라면 우선 한기총이 한국 교회를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지 사실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기총의 발언들이 실제 한국 교회 교인들의 생각을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기총이 실제로 한국 교회를 제대로 대표하고 있지 않음이 드러난다면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던 최소한 그 이야기와 한국 교회를 연결시켜서 활용하거나 보도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한기총은 한국 교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치우친 소수의 집단에 불과하다. 그리고 한국 교회 내에는 실제로 한국 교회를 상당 정도 포괄하는 연합 조직도 있으며, 예수의 정신으로 우리 사회 곳곳의 어두움을 밝히며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고 있는 단체들도 많이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들이다. 정당이든 언론이든 진정으로 한국 교회의 지지를 받고, 또 한국 교회가 가진 사랑과 정의의 힘으로 우리 사회를 보다 선하게 바꾸어가기를 원한다면 한기총과 같은 단체를 이용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제대로 예수의 정신을 실천하며 한국 교회를 대변하는 단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2019년 6월 7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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