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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회는 무엇 때문에 무너지는가
명성교회 세습 재심 미룬 총회재판국, 도덕 불감증 극치

입력 Jul 18, 2019 12:24 PM KST

그때의 교회는 신사참배로 무너졌다지만 지금의 교회를 무너뜨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코너에서 손석희 앵커가 한국교회를 향해 던진 묵직한 질문이다. 질문의 답은 찾기 쉽다. 최근 수년 동안 '돈', '권력', 그리고 '섹스'로 한국교회는 몸살을 앓아왔다.

한국교회를 무너뜨리는 건 또 있다. 바로 도덕 불감증이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열렸던 16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엔 취재진들이 몰려 들었다. 개신교계 언론은 물론 JTBC KBS SBS 연합뉴스 한국일보 중앙일보 등 사회 주요 언론마저 현장에 나와 촉각을 곤두세웠다. JTBC는 아예 현장에서 상황을 생중계했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은 세간의 이목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강흥구 재판국장은 최종 선고 여부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재심안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일부 재판국원은 "이것 말고도 사건이 많다"며 시큰둥한 모습까지 보였다.

재판국의 최종 발표는 이날 오후 8시 40분에야 나왔다. 발표는 실망스러웠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짧게는 4~5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 넘게 현장에서 대기하며 재판국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취재진은 심지어 재판국원들이 화장실을 갈 때도 긴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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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예장통합 강흥구 총회재판국장은 재판 연기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절하고 현장을 떠났다.

그럼에도 강 재판국장과 주심 오양원 목사는 지극히 원론적인 이유만 밝힌 채 자리를 떠났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들은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명성교회 세습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의제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현장에 모여든 취재진의 수자가 이를 말해준다. 무엇보다 사회는 부의 대물림이 교회라는 신앙공간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현 상황을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모 유력매체 기자도 "교회세습이 상식적인 일은 아닌 것 같아 현장에 나왔다"고 했다.

세간 이목에 찬물 끼얹은 총회재판국

하지만 총회재판국의 선고 연기 발표는 이 같은 관심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총회재판국이 세습을 합법화하려 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총회재판국, 아니 교단 수뇌부가 명성교회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저간의 상황이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는 교단 법이고 여론이고 할 것 없이 아들에게 교회를 대물림하려 한다.

설혹 교단 지도부가 뒤늦게 각성해서 세습을 불법화해도, 명성교회는 그간의 집착을 버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교단 수뇌부는 법과 원칙을 따르기보다 명성교회의 영향력을 의식해 명쾌한 결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다시 손석희 앵커가 던진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그때의 교회는 신사참배로 무너졌다지만 지금의 교회를 무너뜨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지금의 교회는 밖에서 가해지는 힘 보다 내부 요인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돈, 권력, 섹스에 탐닉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기준마저 잃어버렸다.

이런 한국교회가 무슨 낯으로 하나님 나라와 천국 복음을 설파하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너희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다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 마태복음 5:20(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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