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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역시나’로 끝난 예장통합 재판
현장 활동가 동진(가명)

입력 Jul 19, 2019 03:00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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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총회재판국 모임이 16일 열리는 가운데 이날 오전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기독법률가회,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예장연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등 10개 단위들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바른 판결을 촉구했다.

※ 16일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 재심 판단을 오는 5일로 미뤘다. 현장에 모여든 신학생과 활동가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몇몇은 재판국원을 향해 분노 섞인 항의를 했다. 그중 한 활동가가 자신의 심경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이 활동가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역시나였다. 예장통합 재판국은 16일 명성교회 불법세습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8월 5일로 다시 한 번 미루었다. 재판 중 두 명의 재판국원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진 현장 분위기는 다른 때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 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은 잘못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재판국은 총회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계속해서 재판을 미루고만 있다. 명성교회 압력이 있는 건 아닐까? 어디까지나 심증이지만 말이다.

총회재판국 모임이 있던 날 명성교회에서도 집회 신고를 했다. 그러나 현장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분명히 이렇게 되리라는 걸 미리 알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명성교회 사람들이 한 명도 오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심증은 더 이상의 심증이 아니었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한국교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번 현장을 다녔었다. 그러나 1~2년 안에 해결된 일은 없었다. 그래도 기대라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늘 현장에 간다.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무기력해질 것이다.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고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다른 때와 다르게 많은 언론들이 현장으로 달려왔다. 기독교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도 왔다. 일반 언론도 마지막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고 함께 했다. 7시 30분경 두 명의 재판국원은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다. 둘 중 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바로 잡으려고 했는데 기대할 것이 없다."

기자들은 무슨 의미인지를 물었으나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많은 기자들이 뒤를 따랐다. 그러나 별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특히 JTBC는 ‘뉴스룸' 시간에 현장을 연결해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8시 10분이 조금 넘은 시각 보도가 나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재판 내내 많은 이들은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재판국원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밖으로 나오기만 해도 우루루 몰려갔다. 그리고 재판은 거의 다 끝나갔다. 아무런 결론도 없이.

결국 오늘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듯했다. 그렇다. 그동안 너무 얌전히 행동했다.

오늘은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인가? 무엇인가를 끌어내야 하는 것인가? 어디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복도를 막아섰다. 그리고 재판국원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재판이 열리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재판국장에게 질문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아직 재판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재판국원을 보낼 수 없었다. 재판국원들은 밖으로 나오려 했으며 길이 막혔다. 재판결과를 들었다. 아무런 결론이 없었다. 아니 8월 5일로 미루어졌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기 위해서 모인 활동가·신학생들은 작은 복도를 막아섰다. 세습철회를 외쳤다. 도대체 무엇이 무서운 지 물었다. 하나님이 무섭지 않은지 물었다.

실랑이가 일자 재판국원들은 복도 중앙에 있는 화장실로 피신을 했다. 다시 나오면서 충돌이 반복되었고 어떤 재판국원과 마주쳤다. 그는 외쳤다.

"나 만큼 세습 반대 해 봤어?"

세습 반대해온 사람이 이 정도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이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참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많이 세습을 반대해 온 것 같았다. 그냥 그 말을 받아쳤다.

"내가 더 많이 반대해왔다고".

장신대 학생들과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재판국의 뒤엉킴. 그 가운데서 취재를 하기위해 나선 기자들... 아수라장이었다.

계속해서 세습철회 구호와 하나님 무섭지 않냐는 외침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 "학생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고 질문을 했다. 그 말은 들은 어떤 이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너 학생이냐?"라고 물었다.

그 말에 대꾸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나는 장신대 학생은 아니었다. "너 학생이냐?"라는 질문은 "하나님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을 했을 뿐이었다. 만약 "나 학생이다" 라고 답했다면 그는 어떤 말을 했을까 문득 궁금해 졌다.

그 혼란 속에 길고 긴 하루가 지났다.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모습을 진작에 보여 주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세습반대 운동을 해 왔는데 운동을 너무 얌전히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명성교회 사람들과의 몸싸움은 있었다. 하지만 재판국원들과의 실랑이는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재판국원들에게 우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보여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사이에 있었던 실랑이는 끝나고 재판국원은 현장을 떠났다. 8월 5일 다시 한 번 재판이 있다. 9월 정기총회가 있기 전 마지막 모임이 될 수도 있는 재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대를 해야할까?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앞서 적었지만 단기간에 끝난 분쟁은 없었다. 명성교회가 지금까지 보인 행보, 그리고 재판국의 모습을 보았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104회 총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작은 기대를 해본다. 기대조차 하지 못한다면 뻔한 일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8월 5일 일정만을 남기고간 그들에게 작은 기대를 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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