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미워할 수 없는 신은 신이 아니다』 정재현 신간 소개
"틸리히의 역설적 통찰과 종교 비판"(부제)을 오늘날 한국 교회의 터 위에서 성찰

입력 Sep 09, 2019 07:32 AM KST
tilich
(Photo : ⓒ동연 제공)
▲정재현 교수의 신간 『미워할 수 없는 신은 신이 아니다』

20세기 종교철학자 폴 틸리히는 그의 한 설교에서 시편의 한 구절 -"내가 주의 영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139:7)- 을 전하며 하나님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인간의 성질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려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하나님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단 여기서 하나님(God)은 인간이 자기가 편하게 살자고 '인간의 형상대로' 위안거리 정도로 만든 신(god)이 아니다. 틸리히는 인간이 쉽게 견딜 수 있는 신, 인간이 잠시라도 미워할 이유가 없는 신은 결코 하나님(God)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연세대 연신원 종교철학과 주임 정재현 교수가 틸리히의 저 메시지와 철학을 녹여내 『미워할 수 없는 신은 신이 아니다』(동연, 2019.8)를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교회의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의 형태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진다. 유교적 문화 토양 위에서 비교적 단시간에 형성된 한국교회의 신자들이 가진 신앙의 형태가 다소 타율성이 강한 것에 대하여, 그리고 타율적일수록 경건하게 여겨지는 교회 문화에 대하여, 그것에 우상숭배의 요소는 없는지 진지하게 질문한다. 저자가 뜻하는 우상은 돌이나 금 자체가 아닌, 궁극적인 것을 가리킨다고 여겨지는 것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및 방식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소망하고 선포하는 신은 혹시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신'이 아닌지 묻는다.

저자는 아울러 한국교회가 가진 인간의 이해에도 재고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 전제적으로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인간은 땅에 있는 자이지만, 인간이 '묻는 존재'이기도 함을 상기하자고 독려한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의 믿음에 의심과 회의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긍정하자고 제안하고, 더 나아가 '신을 미워할 자유'까지도 언급한다.

신정통주의의 부흥과 자유주의의 득세 사이에서 교회가 사회와의 멀어지는 거리로 의사불통이 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겼던 틸리히는 현대인들에게 복음이 말이 되고 뜻이 통할 수 있게, 그리고 그 뜻을 삶에서 도모할 수 있게 변증신학을 시도했다. 저자는 한국 교회는 아직 '틸리히 이전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진단하며, 틸리히의 통찰은 결코 지나간 고전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유의미한 사자후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저자의 도전적 통찰이 담긴 책에 추천의 글을 쓴 이들은 "자신의 구미에 맞게 온갖 우상잡신을 만들어 섬기는 '교회'라는 이름의 우상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예언자적 외침"(김흥규 목사, 내리교회)이라고, 그리고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우상숭배에서 깨어나라'고 우리 지성의 등을 때리는 '죽비'임에 틀림없다"(김경재, 한신대)라고 이 책을 평했다.

한편 이 책은 "틸리히의 역설적 통찰과 종교 비판"이라는 부제로, 그리고 「1부_종교에 대한 철학적 성찰_역설과 상관 그리고 체계화」, 「2부_철학적 성찰의 현실적 적용-모순에서 역설로의 전환을 통하여」로 구성되어 있고, 1,2부 본문은 틸리히의 저서들 『종교란 무엇인가』, 『조직신학』, 『성서적 종교와 궁극적 실재 탐구』, 『믿음의 역동성』, 『문화의 신학』, 『흔들리는 터전』 등을 살펴보며 전개된다. 책의 3부는 저자의 석사학위 논문 「인간실존에서 유한과 자유의 얽힘_역설의 실현 가능성을 위하여」의 한글판이다.

정재현│미워할 수 없는 신은 신이 아니다│동연│2019년 8월│427 페이지

오피니언

기자수첩

[김기자의 말말말] 우상파괴로서의 정치학

"개인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반공주의가 겨냥하는 주체사상 및 김일성주의만이 아니다. 반공주의 신념이 우상화 되어 전체주의로 흐르게 되면 이 역..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