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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말말말] 우상파괴로서의 정치학

입력 Nov 14, 2019 05:51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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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 이활 기자 )
▲광화문 보수 집회를 이끌고 있는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요즘 나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좌우 진영 대립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주말이 되면 서로 약속이라도 했는지 광화문에서는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보수 진영의 집회가 서초 일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일가에 대한 수사를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진보 진영의 집회가 빠짐없이 열리고 있다.

특히 목사 타이틀을 가지고 현 정권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광화문 집회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 목사(한기총 대표회장)에 대해서는 양쪽 진영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목사를 찬성하는 이들은 보수 재건을 이끌 "모세와 같은 지도자"라며 적극 환영하고 있으나 전 목사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를 '정치 선동가'이자 '거짓 선지자'라고 비판한다.

보수 진영의 집회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 목사는 장년층에 똬리를 틀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를 적극 활용해 현 정권 비판에 나서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던 차에 전 목사는 논란 끝에 수사 대상이 된 조국 전 장관 가족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분노한 대중의 마음을 가로채는데 성공했다.

보수 개신교에서 경전 다음으로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성난 민심을 이용해 전 목사는 보수 집회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전광훈 목사는 반공주의 칼끝을 들이대어 현 정권을 주사파 및 김일성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정권 퇴진 운동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성직자인 전 목사의 행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교분리 원칙에서 어긋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전 목사는 그때마다 저항의 신학자 본회퍼를 인용하며 자신의 정치 행위를 합리화시키고 정당성을 부여해 왔다. 본회퍼는 나치즘이라는 전체주의를 반대한 고백교회의 신학자요 목사였다. 그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에 정치적으로 아니, 신앙적으로 저항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어떤 체제든 그것이 '이즘'(ism)에 갇혀 역동성을 잃고 고착화되면 억압적 성격을 띠면서 개개인의 자유를 탄압하는 토탈리즘(totalism)으로 귀착되기 마련이다. 'ism'은 일방성과 환원성을 부르기 때문이다. 극단적 우클릭이 빚어낸 전체주의와 극단적 좌클릭이 빚어낸 구소련 공산주의는 자기 동일성을 공통 분모로 하여 개체적 '다름'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 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의 천안문 사태도 마찬가지다. '같음'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다름'의 요구가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가 제2의 천안문 사태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개인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비단 반공주의가 겨냥하는 주체사상 및 김일성주의만이 아니다. 도리어 반공주의 신념이 우상화 되어 전체주의로 흐르게 되면 이 역시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또 다른 '같음'의 기준이 되어 개인의 자유를 옥죄고 탄압하는 체제 우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본회퍼가 몸소 실천한 그리스도인의 정치학은 다름 아닌 이러한 우상을 타파하는 우상파괴의 정치학이다. '같음'을 우상화하는 체제 이데올로기에 항거하는 무수한 '다름'의 행동이며 아우성인 것이다. 전 목사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반공주의가 'ism'으로 고착화 된다면 그것 역시 왜곡된 사회주의, 김일성주의와 함께 천부인권을 위해 신앙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타파 해야 할 우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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