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황교안, 전광훈, 박찬주의 그것과 광신(狂信) 사이"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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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자유한국당)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전도사의 모습.

요즈음 광화문의 전광훈, 군대갑질 장로 박찬주, 부화뇌동하는 전도사 황교안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교회의 신앙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기독교인인 이들의 말과 행동, 특히 믿음에서 비롯됐다는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예수의 그것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역사에서 잘못된 믿음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 사례는 많습니다. 중세기의 십자군 전쟁이 그랬고, 오늘도 한국사회에서 복음주의의 탈을 쓰고 판을 치는 반공주의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그렇습니다.

이들 모두가 왜곡된 기독교의 가르침을 근거로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은 현생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왔다는 견해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오랫 동안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세 아들 중 함은 흑인의 조상, 야벳은 백인의 조상, 셈은 중동과 아시아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가르쳐왔습니다. 또 선민의식에 가득 찬 일부 교회는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이야기를 곡해 해 벌거벗은 채 잠든 노아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를 비웃으며 형제들에게 알린 함의 소행을 잠에서 깨어난 노아가 안 후 이를 노여워 해 저주를 내려서 함의 자손인 흑인이 야벳의 자손인 백인의 노예가 되었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문제는 이런 왜곡된 가르침이 오늘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근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백인 중심의 이런 인종차별주의는 기독교 역사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유럽의 백인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일반화되어 있었습니다. 아시아보다는 유럽이, 흑인보다는 백인이 우월하다고 믿었던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쥘 베른은 자신의 소설 <해저 2만리>에서 "저들이 어떤 인종이고 얼마나 많건 간에 두 명의 프랑스인과 한 명의 캐나다인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유럽사회에 이런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백인우월주의자나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성서를 인용하며 자신들의 차별과 혐오를 성서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이 동성애자와 좌파적 사고를 지닌 사람, 이민자와 이슬람을 향한 자신들의 배재와 차별, 증오와 혐오를 복음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광신(狂信)에 불과합니다. 이성을 잃고 마땅한 근거도 없이 특정 신앙이나 사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광신(狂信) 말입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가 기억해야 할 점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서 보듯 광신은 큰 사회적 해악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는 어찌 보면 기독교가 낳은 사생아입니다. 마찬가지로 광화문의 전광훈, 군대갑질 박찬주, 부화뇌동 황교안은 한국교회가 낳은 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불리고, 자신의 주장을 기독교 신앙을 근거로 말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예수 그리스도의 그것과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지금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신자의 길은 주님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주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말하고, 주님이 행하시는 대로 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광화문의 전광훈, 군대갑질 박찬주, 부화뇌동 황교안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헨리 나우웬의 기도를 읽습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나로 하여금 제발 당신처럼 생각하고, 당신처럼 말하고, 당신처럼 행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 이 글은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공적 신앙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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