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평] 강요된 청빈

서상진 편집위원·크리스찬북뉴스

공교회성 회복을 통한 청빈 문제의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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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이레서원)
▲『강요된 청빈』

올해로 목사가 된지 15년째가 되었다. 부목사 생활을 8년 담임목회를 7년을 했다. 물론 전도사와 강도사 때를 합치면 내 인생의 절반은 교회에서 생활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총신을 다닐 때는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했다. 그때 교회에서 65만원의 사례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학비 보조도 없었고, 기타 수입도 없었다. 아이가 한 명이 있었는데, 교회에 헌금을 하고, 내가 학교 올라가는 비용을 뺀 나머지를 집에 주었다. 나머지라고 해도 20만원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20만원에서 10만원은 등록금을 위해서 따로 저금을 해 놓아야 했다. 집에 공과금을 내고 나면 실제적으로 집에서 쓸 수 있는 생활비는 6만원이 되지 않았다.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총신을 다닐 때 가져오는 경비가 모자라서 카드를 사용했는데, 졸업을 할 때 빚이 천 단위가 넘었다. 졸업을 한 후 전임전도사가 되었지만, 총신을 다닐 때 사용했던 카드 빚과 학자금 대출은 도저히 감당이 되지를 않았다. 그래서 결국에는 동생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은 졸업을 한지 8년만에 갚을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비단 필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 당시 사역을 했던 사역자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일이었다. 총신을 다닐 때 너무나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웠던 전도사님은 아침은 굶고, 점심 때는 물을 먹고, 저녁에는 한끼에 1,500원짜리 식당 밥은 산더미처럼 먹었다. 그리고 밤마다 산에 올라가서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그러나 그 전도사님의 경제적인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목회자는 궁핍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려야 할까? 총신을 다닐 때 중학교 때 참 친했던 동창을 만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저녁식사를 하고 계산을 할 때, 친구가 하는 말이 있었다. "전도사가 무슨 돈이 있나? 내가 낼게." 맞는 말이다. 돈이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학교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왜 그리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감당할 수 없는 눈물과 사역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이것이 진짜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참된 이유이고, 소명이며, 광야의 길인지를 생각했다.

정재영 교수가 쓴 "강요된 청빈"이란 책의 제목은 나에게 하는 말과 같았다. 내가 속해 있는 시찰회의 목회자 중 대부분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노회 차원에서 좀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공교회로서의 회복이 가난한 목회자들에게 손길이 이어졌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너무나도 드문 일이었다. "강요된 청빈"의 저자인 정재영 교수는 이렇게 목회자가 가난에 시달리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않은 채, 목회자만 배출한 한국교회의 실패라고 말을 한다. 개교회 위주의 생각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을 한다. 내가 속한 교회만 잘되면 된다고 하는 식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교회끼리 머리 수 경쟁을 하듯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시대 속에서 뒤처진 목회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직면하고 만다.

성경적인 사고로는 지상의 모든 교회는 예수님의 몸된 교회이고, 예수님을 머리를 두고, 각 지체로서의 충실한 사역을 감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발견되는 이런 교회론은 허공을 떠도는 메아리일 뿐이다. 내가 속한 교회 외에 다른 교회는 다 공공의 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내가 속한 교회 주변에 또 다른 교회가 설립이 되면 축하하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가 또 하나 늘었다고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교회는 공동체라고 하지만, 그런 공동체적인 모습은 현실의 교회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뉘고, 오직 직분을 위해서 신앙생활을 하는 바리새적인 모습이 현실 교회의 모습이다.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의 경제 성장과 발맞추어 함께 성장해 왔다. 소위 메가처치라고 불리는 강남의 대형교회들도 강남이 개발되면서 함께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못먹고 못살던 시절, 오직 예수님의 축복의 말씀을 들으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은 그 때 그 시절의 성공복음, 희망의 복음은 결국 오늘날 양극화로 치닫게 되었다. 정재영 교수는 현재 사역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어려운 상황을 자기와는 별개의 문제로 보고, 무조건적으로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실 것이라고 하는 자기확신적인 믿음이 강하다고 말을 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내려고 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끝으로 책 뒤편에 부록으로 실린 몇몇 목회자와의 대화는 오늘날 현실 목회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말하고 있다. 그 대화를 읽으면서 본인도 그런 시절을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도 경험해야 할 일임을 알게 된다. 한국교회에 만연해진 이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자발적인 청빈이 아닌 강요된 청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의 미력한 소견은 한국교회의 공교회성 회복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임을 생각해 본다.

※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http://www.cbooknews.com) 서평에 게재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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