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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광훈 목사님, 법부터 지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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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 이활 기자 )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대한민국 공직선거법 제18조 2항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 다만, 그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인 사람은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60조 3항은 18조 2항에 따라 선거권이 없는 자는 선거운동 자격을 박탈하도록 해놓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지난 해 10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된 상태다.

흔히 집행유예라고 하면 무죄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집행유예는 말 그대로 형 집행을 일정기간 유예한다는 말이지, 무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즉, 전 목사는 감옥행만 면했을 뿐 최종 유죄가 확정된 범법자란 말이다.

그런데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전 목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전 목사가 집회 중 한 발언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게 서울시 선관위의 판단이다.

전 목사는 잘 알려진 대로 자신이 조직하고 주도한 집회에서 노골적인 정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 대비해 전국 253개 지역구마다 지역위원회를 조직하려는 정황이 KBS 1TV '시사직격'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참 역설적이다. 이토록 현실 정치에 열심인 전 목사는 정작 그토록 심혈을 기울였던 4.15 총선에서 집에서 쉬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더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된 전 목사가 또 다시 같은 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 당했으니 이쯤되면 상습범이다. 만약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면 전 목사는 가중처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률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게 도리다. 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은 한동안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산다. 그러나 전 목사는 사뭇 당당하다. 그간 전 목사가 보인 행보를 보면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법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가 비단 전 목사 뿐일까? 대한민국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소속 교단 목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최종 판결했음에도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여전히 목회활동 중이다. 역시 대법원이 공공도로 점용이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사랑의교회는 모르쇠다.

또 종교인과세가 시행 중임에도 소망교회는 김지철 원로목사에게 수십 억대 전별금을 지급했음에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더구나 교회가 운영하는 서점과 복지재단 전부 세금 신고를 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납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임에도 말이다.

'법'은 공동체가 지켜야 할 보편적 규범이다. 힘 세고 돈이 많다는 이유로, 아니면 대형교회를 경영하는 목사란 이유로 법을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는 기반부터 흔들린다. '헬조선'이라는 냉소 섞인 우스갯소리가 만연한 것도 바로 법이 '만명'한테만 평등하게 적용된 탓이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제 교회도 공동체의 규범을 따라야 할 때가 왔다.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법까지 우습게 보는 건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다.

부디 사법당국에 바란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11부 박형순 부장판사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와대 앞 전 목사 추종자의 예배행위를 일부 허용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가지 않는다. 전 목사가 불법폭력 집회를 독려하는 정황이 담긴 영상기록이 존재하고,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인근 주민의 생활권을 침해하는 정황이 명백한데도 말이다. 전 목사가 초법적 존재로 군림하는 이유도 사법부가 은전(?)을 베푼 탓이다.

사법당국이 엄정한 법집행으로 이 나라의 공동체 질서와 기강을 바로 잡아주기 바란다. 전교조나 민주노총에겐 추상같은 사법부가 왜 전 목사 따위의 사이비 종교인에게 은전을 베푸는지,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는 점 분명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 목사에게 바란다. 부디 법부터 지키시라. 입만 열면 애국을 외치는 당신이 법을 안지키는 건 무슨 경우인가?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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