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장·향린교회·진보성향 개신교계, '불온단체' 후원 사찰한 삼성 규탄

기장 12일 입장문 통해 사과 촉구, 13일 NCCK 인권센터 등 공동기자회견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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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출처 = 향린교회)
지난 해 12월 26일 ‘한겨레’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연말정산 때 제출하는 ‘기부금 공제 내역’을 통해 임직원들의 ‘불온단체’ 후원 여부를 파악했고, 향린교회 등 시민단체와 정당 11곳을 불온단체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향린교회와 소속 교단인 기장 총회는 삼성재벌에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은 향린교회 예배 장면

진보성향 장로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육순종 총회장)와 향린교회, 그리고 개신교계 시민단체가 일제히 삼성 재벌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지난 해 12월 26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연말정산 때 제출하는 ‘기부금 공제 내역'을 통해 임직원들의 ‘불온단체' 후원 여부를 파악했고, 향린교회 등 시민단체와 정당 11곳을 불온단체로 선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먼저 기장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삼성 재벌의 행태를 "자의적이고 신빙성 없는 이념의 낡은 틀로 민주사회를 지향하는 시민 단체들과 종교 단체, 특히 기장 소속 향린교회를 불온단체로 지정하여 사찰과 감시를 지속해온 일은 지탄받아 마땅하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고 규탄했다.

이어 삼성재벌을 향해 " 퇴행적인 기업문화를 온존시키는 소유구조, 기술혁신과도 어울릴 수 없는 기업구조와 문화, 위기 시에 그 위기를 또다시 사회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겠지만 스스로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 삼성도 존속이 위태로울 것"이라며 기장과 향린교회를 불온 종북좌파로 매도한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앞에선 기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예수살기, 촛불교회, 향린교회 등이 규탄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단체들은 "전근대사회 또는 권위주의 정권의 전유물로 알려진 ‘불온'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칭 세계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에서 버젓이 사용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삼성이 불온단체의 기준으로 삼은 명부가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 지원단체였던 사이버정화시민연대라는 곳에서 작성한 ‘반국가 친북좌파' 목록이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절망케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삼성그룹이 20여 개 계열사 직원의 연말정산 자료를 들여다 본 행태에 대해서도 "우리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제19조)과 종교의 자유(제20조)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면서 "시민사회의 토대가 되는 자유권적 기본권조차 인정하지 못하고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기업이 어찌 글로벌의 가치를 논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기장 총회의 입장문과 진보 성향 개신교계 단체의 공동 기자회견문 전문을 아래 차례로 싣는다.

삼성의 ‘불온, 종북좌파' 블랙리스트와 불법 사찰에 대한 입장

또다시 드러난 삼성의 불법과 탈법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자의적이고 신빙성 없는 이념의 낡은 틀로 민주사회를 지향하는 시민 단체들과 종교 단체, 특히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향린교회를 불온단체로 지정하여 사찰과 감시를 지속해온 일은 지탄받아 마땅하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지향한다는 삼성의 오늘은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고통과 권력을 등에 업은 탄압의 결과였습니다. 끝없이 드러나는 삼성의 비인간적이며 탈법적인 행태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자본 권력으로 시민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욕망을 끝내 버리지 못한 습성은 촛불혁명으로 더욱 성숙해진 우리의 시민의식을 간과하는 오만입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채 가장 저열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노사관, 끊임없는 노조파괴 공작을 벌여온 삼성은 놀랍게도 신빙성 없는 일개 단체가 작성한 리스트를 그대로 활용 수년간 불법 사찰과 탄압을 해 왔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들 스스로 세계적 기업답지 못한 낡은 이념이 틀에 매여, 족쇄를 채우는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맥락에서 이번에 드러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와 소속 향린교회에 대한 불법 사찰과 종교의 양심과 자유를 탄압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방기는 차치하고라도 삼성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과 그 이후의 행보는 위험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라는 나쁜 재벌의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형입니다. 퇴행적인 기업문화를 온존시키는 소유구조, 기술혁신과도 어울릴 수 없는 기업구조와 문화, 위기 시에 그 위기를 또다시 사회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겠지만 스스로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 삼성도 존속이 위태로울 것입니다. 마침 노조 파괴행위로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삼성준법위원회 개편으로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반길 일입니다. 그러나 과연 삼성이 변화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진정으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랍니다.

경제 권력으로 건전한 민주 시민사회의 정치적 자유와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 사태에 대해 모든 국민 앞에 엄중히 사죄해야 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와 향린교회를 ‘불온, 종북좌파'리스트로 매도한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를 해야 합니다. 또한, 사찰대상이 되어 헌법이 보장한 양심과 자유를 침해당한 사원들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의 낡은 관행과 문화를 바꾸고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삼성이 진정한 사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이해할 만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교단 차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묻겠습니다.

다시 한번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답게 바로 서기를 바랍니다.

2020.1.12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육순종
총회총무 이재천
교회와사회위원장 최형묵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고 직원들을 불법사찰한 삼성을 규탄한다!

우리는 오늘 노조를 파괴하고 심지어 양심과 종교의 자유까지 탄압하는 삼성의 불법무도한 행태를 반드시 우리 힘으로 바로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한 데 모아 천명한다.

잘 알다시피, 삼성 계열사들 가운데 몇몇 회사에서 시대착오적 무노조 경영의 장벽을 뚫고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해낸 것은 오로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해당 회사 노조원들의 자기희생적인 노력과 이에 공감하는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 그룹이 이같은 진보적 시민단체들을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이곳에 후원하는 임직원들을 감시‧관리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를 아연케 한다. 전근대사회 또는 권위주의 정권의 전유물로 알려진 ‘불온'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칭 세계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에서 버젓이 사용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삼성이 불온단체의 기준으로 삼은 명부가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 지원단체였던 사이버정화시민연대라는 곳에서 작성한 ‘반국가 친북좌파' 목록이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절망케 한다.

이른바 ‘반국가 친북좌파'라는 단체의 면면은 이렇다. 환경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통합진보당, 그리고 1987년 6월항쟁의 성지로 꼽혀 온 향린교회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무슨 ‘반국가'와 ‘친북좌파'의 기미를 확인할 수 있는가? 오히려 우리는 여기서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삼성의 전근대적 사고방식과 체질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삼성이 당사자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20여 개 계열사 임직원들의 연말정산자료를 뒤져 386명의 ‘불온단체 기부금 공제내역 결과' 명단을 작성해 관리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것은 우리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제19조)과 종교의 자유(제20조)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다. 시민사회의 토대가 되는 자유권적 기본권조차 인정하지 못하고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기업이 어찌 글로벌의 가치를 논할 수 있겠는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기부자) 명단을 각사에 통보해 노사 부서의 주관 하에 특이 행동을 파악하는 등 밀착관리 주력" 등의 지시를 했다고 한다. 진보성향 교회와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직원들을 정밀한 관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자기 회사 직원들의 ‘머릿속'과 ‘손발의 움직임'까지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느 시대의 유산이란 말인가?

우리는 양심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한 조직과 사회를 병들게 하고 마침내는 그 조직과 사회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역사의 무수히 많은 사례들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삼성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이처럼 시대에 역진(逆進)하는 길을 가다가 스스로 자멸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몸집에 걸맞는 경영원칙과 시대의식을 갖추고 시민사회와 공존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헌법이 부여한 양심과 종교의 자유 속에서 한국사회의 건전한 발전이 이뤄지는 날까지 삼성의 시대착오적이고 불법무도한 작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일에 나설 것이다. 이 땅에 하나님나라가 도래하고 인간적인 삶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우리는 모든 기독교 단체 및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시민단체들과 어깨 겯고 이 길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

2020년 1월 13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예수살기, 촛불교회, 향린교회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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