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ms

[김기석 칼럼] 종교도 우상이 될 수 있다Nov 15, 2019 05:33 AM KST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주님이 걸었던 고난의 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길은 예루살렘 성 동쪽에 있는 스데반 문 안쪽에서 시작되어 좁고 지저분하고 번잡스러운 시장통을 통과한다. 그곳을 지나는 순례자들은 가방을 앞쪽으로 메고 가이드를 따라 종종걸음을 한다.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어떤 이들은 그 길이 그렇게 시장통을 통과한다는 사실 자체를 속상해한다. 고요한 묵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길이야말로 예수가 걸었던 길이 맞다."

rodang

[김기석 칼럼] 로댕의 '대성당'Nov 07, 2019 03:48 PM KST

"마주보고 있는, 서로를 향해 기울어진 두 개의 오른손이 빚어낸 공간이 참 아늑해 보입니다. 손처럼 표정이 풍부한 게 또 있을까요? 노동하는 손, 기도하는 손, 어루만지는 손, 마주잡아 친근함을 드러내는 손, 손사래를 쳐 거부감을 드러내는 손, 손은 이처럼 많은 말을 합니다. 로댕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다가서는 손이야말로 교회의 본질임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누군가를 향해 내민 손은 더 이상 자신의 출신지인 육체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영적인 몸짓이라는 것이지요."

kimkisuk

[김기석 칼럼]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Oct 25, 2019 06:20 PM KST

1226년 10월 3일, 기독교 2천 년 역사상 가장 그리스도를 많이 닮았다고 상찬받는 성 프란체스코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세속적인 권력까지 손에 쥔 교권주의자들이 주님의 교회를 망가뜨려 놓고 있을 때, 그는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가난의 영성'을 주창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성자 프란체스코'에서 프란체스코가 아직 세속적인 생활에 몰두하던 어느 날 꿈에 다미아노 성자를 만났던 일화를 들려준다.

culture

[김기석 칼럼] 문학과 종교의 창조적 긴장Oct 20, 2019 06:20 AM KST

"문학은 교권적 질서에 담기지 않는 인간 경험이나 욕구를 드러낸다. 문학은 기존 질서를 뒤흔든다.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계에 의문 부호를 붙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그런 의미에서 우상 파괴적이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답을 제시하려 하지만 문학은 거듭되는 질문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려 한다. 종교는 단순화함으로 삶의 지향을 제시하려 하지만 문학은 복잡화함으로 현실의 다층성을 드러내려 한다. 문학은 정답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kimkisuk

[김기석 칼럼] 길들여진 기러기Oct 16, 2019 05:36 AM KST

"쇠렌은 이 이야기 끝에 탄식하듯 말한다. "이미 길들여진 기러기는 야생 기러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야생 기러기가 길든 기러기가 되기 쉽다. 그러니 경계하라!" 어쩌면 이것이 쇠렌 키에르케고어의 영적 유훈일 수도 있겠다. 하늘을 잃어버린 기러기, 가을이 되어도 떠날 줄 모르는 기러기의 존재는 슬프다. 그것은 자기 존재의 부인이기 때문이다. 길들여진 기러기 우화는 본향을 잃어버린 채 땅의 현실에만 탐닉하는 신앙인들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상이 아닌가."

kimkyungjae_07

[옹달샘과 초점(8)] 역지사지(易地思之) 할줄 아는 감성능력Oct 15, 2019 10:18 AM KST

"우리는 이제야 깨닫는다. 왜 중세기와 근세까지 종교계에 마녀사냥이 복음진리 수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횡횡했는지. 신앙자유를 찾아 신대륙을 찾아가간 청교도 주류들이 근면성실 했으나 왜 그들은 흑인 노예들을 인간이하로 여기고 흑인노예 해방에 앞장서지 못했으며 극소수 퀘이커 교도들이 그 일에 앞장 섰는지. 왜 기독교문명권의 선도국가라고 자부하는 영국과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무신론적 인간살해와 억압, 그리고 그런 문명에 저항하는 해방 혁명운동이 일어났는지 이제야 깨닫는다...'역지사지하는 인간의 감성능력'을 마비시키고 냉혹한 인간군상으로 만드는 3대 마약은 무엇인가?"

kimkisuk

진리 편에 서는 용기Oct 09, 2019 07:24 AM KST

"예수께서 바리새파 사람들이 제기한 함정 질문을 교묘하게 빠져나가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씨름으로 이야기하자면 되치기라 할 수 있다. 바리새인들은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냐, 옳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질문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답하는 대신 '황제의 것'과 '하나님의 것'은 구별된다고 대답하셨다.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lucas

[김기석 칼럼] 눈으로 읽는 종교개혁 신학 이야기Oct 02, 2019 12:55 PM KST

"예배당 한복판에 십자가가 서 있습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르는 십자가는 마치 교회를 지탱하는 기둥처럼 보입니다. 바람도 없는 데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세마포 옷이 휘날립니다. 십자가의 주님과 부활하신 주님이 둘이 아님을 상징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설교단에 서 있는 사람은 루터입니다. 그의 왼손은 성경책 위에 올려져 있고, 오른손은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크라나흐는 '오직 믿음으로', '오직 성경으로', '오직 은총으로'라는 종교개혁 신학을 그렇게 형상화했습니다. "

seokwangsun_0512

[서광선 칼럼] 오늘의 현모양처Sep 16, 2019 10:59 AM KST

오늘 날에도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말,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로 어질고 현명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착한 아내를 "칭찬"하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현모양처"란 구시대, 가부장시대, 남성 우월주의 시대의 이야기이고, 오늘과 같은 남녀 평등시대에는 맞지 않는 말이고, 그런 여성이 되라고 가르치는 부모도 없는 것 같다.

이민애 기자

geo

[김기석 칼럼] 지거 쾨더의 '너희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Sep 14, 2019 08:51 PM KST

"는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심판 날 구원받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를 기준은 우리가 교회에 속한 사람인지 여부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약자들을 어떻게 대했느냐가 심판의 기준이라는 말입니다. 엠마우스 운동을 시작했던 아베 피에르 신부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구분은 '믿는 자'와 '안 믿는 자'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홀로 만족하는 사람과 공감하는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 앞에서 등을 돌리는 사람과 고통을 나누려는 사람 사이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angel

[김기석 칼럼] 성과 속의 경계는 없다Sep 05, 2019 07:07 AM KST

"무리요는 이 그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신앙생활에 열중하면 하나님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신다고 말하려는 것일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성과 속의 경계를 짓는 일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도하는 것은 거룩한 일이지만 밥을 짓는 일은 세속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신앙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거룩함이란 특정한 종교적 행위를 통해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접속된 모든 일상적 행위를 통해 나타납니다."

kimkisuk

[김기석 칼럼] 부드러운 장벽Aug 27, 2019 10:24 AM KST

"예수님의 삶을 '장벽 철폐'라는 말로 요약한 학자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문화 혹은 습속이 만들어 놓은 불가시적인 장벽 혹은 금지선에 갇힌 채 살아간다. 금지는 늘 터부와 결합하여 사람들의 의식과 삶을 옥죈다. 예수는 성과 속, 의인과 죄인, 남자와 여자, 유대인과 이방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았다. 금기에 갇혀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그분 안에서 형제자매의 우애를 경험했다.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는 늘 불온의 딱지가 붙는다. 그들은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사람, 기존질서에 균열을 내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곤 한다.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신앙인은 경계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 경계선 너머를 상상하고 볼 줄 아는 사람이다."

kimkisuk

[김기석 칼럼] 한계 초월자들Jul 13, 2019 08:21 PM KST

"성경은 경계선을 가로지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인종, 피부색, 종교, 빈부귀천을 가르고 차별과 배제를 통해 자기 계급의 이익을 공교히 하려는 이들은 경계선 만들기에 몰두한다. 경계선은 '내 편'과 '네 편'을 가름으로 경계선 저 너머의 세상을 적으로 돌려세운다. 아브라함은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낯선 세상을 떠돌았다. 그렇게 함으로 복의 매개자가 되었다. 출애굽 공동체는 애굽을 떠나 광야로 들어감으로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내면화했다. 예수는 당신의 몸으로 이방인과 유대인을 가르는 분리의 장벽을 허무셨다."

kimkisuk

[김기석 칼럼] 희망은 변방에서 움터 나온다Jun 25, 2019 10:02 AM KST

"교회가 세상의 추문거리로 전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이런 현실에 직면할 때마다 과연 '교회에 희망이 있는가?' 묻곤 했다. 원론적인 대답은 희망의 뿌리는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일렁이는 절망감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너희가 내 제단 위에 헛되이 불사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너희 중에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도다"(말1:10). 오죽하면 이런 말씀을 하실까. 오늘의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같은 말씀을 하실 것 같다. 그러나 궁벽진 산골에서, 해체되고 있는 농촌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 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애쓰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교회라는 나무의 실뿌리가 아니겠는가? 희망은 중앙이 아닌 변방에서 움터 나온다."

kimkisuk

[김기석 칼럼] 미안합니다, 본회퍼 목사님Jun 17, 2019 06:58 AM KST

"어느 목사의 막말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은 종교인의 책무이기에 뭐라 할 것 없다. 그러나 그것이 몰상식하거나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때, 더 나아가 신앙적이지 않을 때는 문제가 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하여 특정인에게 불온의 찌지를 붙이고, 경멸의 언사를 일삼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오피니언

기자수첩

[김기자의 말말말] 우상파괴로서의 정치학

"개인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반공주의가 겨냥하는 주체사상 및 김일성주의만이 아니다. 반공주의 신념이 우상화 되어 전체주의로 흐르게 되면 이 역..

많이 본 기사

김기석 목사의 신간 『욕망의 페르소나』

"성경에는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책에는 성경에 등장하는 욕망을 따르다 죄에 이르고, 죽음에 이른 욕망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