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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도가니 열풍, 정의 세우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

입력 Oct 01, 2011 08:50 PM KST

영화 ‘도가니’ 열풍이다. 광주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공지영 씨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장애학생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권력과 반인륜적 죄를 범하고도 면죄부를 받은 황당한 법원 판결에 공분했다. 이에 시민들은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고, 4일 만에 서명인은 5만 명을 넘어섰다. 경찰은 영화 개봉 7일 만에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정치권도 도가니 열풍에 가세했다. 지난 달 28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대정부질문 대책회의에서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규 정비가 시급하다”며 관련 법 정비를 피력했다. 민주당은 아예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고 위원회의에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차별과 억압을 받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면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유력 일간지를 비롯한 인터넷 언론매체, 방송 3사 등 국내 언론들은 매일 같이 도가니 열풍을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다. 성폭력을 행한 광주 인화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이들을 재심하여 강력히 응징하여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이 주 내용이다.
 
국민들과 정치인, 언론인들의 말대로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것이어야 한다. 피해 학생들의 심리상담 결과를 보면 방어적 경향과 자아에 대한 불안정성이 짙다. 이러한 정신적 상흔 때문에 취직도, 일반인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려워 한다. 지난 8월 모 방송사에서 주최한 후원의 밤 행사에서 도가니 예고편을 본 한 피해 여학생은 “주인공이 나 같다”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 사건 발생 후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공포에 떨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다시 웃게 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나면 환자부터 치료하는 것이 상식이다. 잘못을 따지는 것은 그 뒤의 일이다. 피해 장애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홀더공동체 김혜옥 원장의 말처럼 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취업을 보장해줘도 좋고, 복지단체에 운영 예산을 지원해줘도 좋다. 어떤 방법이든 아이들이 과거의 기억을 떨쳐 버리고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이 사회에 정의를 세우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중대하다.

한국교회 역시 교회 밖에서 터진 일이라고 나몰라라 하고 있을 게 아니라 피해 장애우들을, 아니 더 나아가 같은 처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일에 장애인 권익 확보를 위한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연대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교회의 기능적 측면을 놓고 볼때 케리그마(말씀)와 코이노니아(교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디아코니아(섬김)이기에 더욱 그렇다. 교회의 교회다움은 상처입은 약자들을 치료하고, 싸매주는 돌봄 사역에서 비롯된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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