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병학] 유대 묵시문학과 신약성서: 에녹과 예수(1)

이병학·한신대 신약학 교수

제103차 정기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기조 강연을 한 한신대 이병학 교수(한국신약학 회장)의 발제문 ‘유대 묵시문학과 신약성서: 에녹과 예수’ 전문을 그의 동의를 얻어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논문에서 이 교수는 유대묵시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인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의 일부인 ‘비유들의 책’에 나타난 ‘의인, 택한자, 인자 그리고 메시아’라는 네 메시아적 인물들의 기능과 상호 관계를 분석, 메시아론적 구조를 연구했으며, 그 과정에서 에녹과 인자의 동일화가 기독론 차원에서 갖는 함의를 새겼습니다.- 편집자주  
                                              
I. 서론적 성찰

▲한신대 이병학 교수

초기 유대교(Early Judaism)는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에녹1서) 중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이 저작된 때인 기원전 250년부터 랍비 유다 왕자 (Judah the Prince)가 미슈나(Mishna)를 편찬한 때인 기원후 200년까지의 기간을 포괄한다. 초기 유대교는 더 오래된 유대적 문헌들을 유산으로 받고 또 이러한 문헌들의 정경화 과정을 보고 있다. 이 기간에 여러 침략 전쟁, 마카비의 항거, 하스몬의 통치, 위경과 외경의 산출, 구약성서의 정경화, 신약성서의 산출, 그리고 유대적 예전의 편찬이 발생하였다. 초기 유대교의 역사는 유대인들은 물론이고 기독교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기간이다.
 
그런데 이 기간에 규범적인 유대교는 없었으며, 유대교는 여러 상이한 집단(=groups)들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이단과 정통이 없었으며, 단지 여러 집단들만이 있었다. 그러한 집단들은 바리새파, 사두개파, 엣세네파, 그리고 열심당 외에도, 사마리아인 집단, 세례자 요한이 이끄는 세례 집단, 보에투스(Boethusian) 집단, 에녹서의 전승을 따르는 집단, 그리고 여러 작은 집단들로 분류될 수 있다. 예수를 따르는 집단은 팔레스타인 예수 운동(Palestine Jesus Movement)으로 분류된다. 초기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초기 유대교 내부의 한 집단이었다. 그러므로 초기 유대교에 대한 연구는 초기 기독교와 신약성서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초기 유대교는 유대 묵시문학을 산출하였다. 유대 묵시문학은 한 작은 주변적인 종파(sect)의 사적인 산물이 아니라, 폭력의 역사의 돌파와 대안적 세계의 시작을 갈망하는 다수의 억눌린 자들, 정복당한 자들, 그리고 희생자들의 보편적이고 창조적인 산물이다. 유대묵시문학은 격변하는 역사적 현실과 신앙 전승 사이의 갈등과 신학적 성찰을 피와 잉크를 섞어서 쓴 저항문학이다.
 
이러한 유대 묵시문학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중요한 문헌들 중의 하나가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에녹1서)이다. 구약성서에서 에녹은 죽음을 맛보지 않고 하늘로 승천한 자이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더라”(창 5:24). 그러므로 경건한 유대인들은 산채로 하늘로 승천한 에녹이 천상적 세계의 현실과 하나님의 계획을 가장 잘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인물이라고 믿었다. 격변하는 시대에 희망과 저항을 위해서 유대 묵시 문학가들이 에녹의 이름으로 하늘의 현실과 하나님의 종말론적 계획을 서술한 작품이 바로 가장 매혹적인 유대 묵시문학인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이다.
 
에티오피아어 에녹서는 기원전 250년부터 기원후 70년까지의 기간에 여러 고대의 저자들에 의해서 저작되었다. 그것은 원래 히브리어로 저작되었다. 히브리어 에녹서의 일부가 파편적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이 히브리어로부터 에티오피아어로 직접적으로 번역한 에티오피아어 에녹서가 현재 완벽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어 에녹서는 팔라샤 경전(Falasha Canon)에 채택되었으며, 그리고 그 경전을 사용하는 에티오피아 교회에 의해서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그런데 에티오피아어 에녹서는 개신교와 천주교로부터 경전의 일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위경에 속한다. 그런데 이러한 에녹서의 한 구절이 유다서 14-15절에서 문자 그대로 예언의 말씀으로 인용되었다. 이것은 신약성서의 저자들 중의 한 사람인 유다서의 저자가 기독교적 경전의 경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점에서 우리는 정경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이것은 신약성서 연구자들에게 에티오피아어 에녹서를 비롯한 유대 묵시문학 연구의 필요성을 입증한다.
 
에티오피아어 에녹서는 여러 상이한 시대에 상이한 유대인 저자들에 의해서 집필되었다. 그것은 모세의 오경처럼 다섯 권의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파수꾼들의 책(1-36장), 비유들의 책(37-71장), 천체들의 책(72-82), 꿈들의 환상(83-90), 그리고 에녹의 서신(91-108).이 다섯 권의 책들 중에서 가장 나중에 집필된 것이 비유들의 책(37-71장)이다. 1947년에 쿰란 동굴에서 사해문서들과 함께 아람어 에녹서의 일부가 파편적으로 발견되었지만, 그러나 비유들의 책(The Book of Parables)은 파편적으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유들의 책의 산출 연대를 BCE 40년부터 CE 70년 사이로 본다. 그러나 예수가 비유들의 책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는 나의 추측이 옳다면, 그것의 연대는 BCE 40년부터 CE 1세기 초엽까지로 제한된다.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에녹1서)는 1세기의 유대인들과 나사렛 예수의 신학적 그리고 지적 시야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에티오피아어 에녹서는 신약성서 이해를 위한 보물이다. 그러나 이 보물은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도 음지에 묻혀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신약성서 학자들이 비경전적 문헌에 대한 편견과 초기 유대교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인해서 초기 유대교의 문헌의 신학적 증언에 시선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의 일부인 비유들의 책(37-71장)은 서론(37장), 본론(38-69장), 그리고 결론(71-7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론은 세 개의 비유 단락들인 38-44, 45-57, 그리고 58-69장으로 분류된다.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에는 창세기 6:1-4의 내용을 확장시킨 타락한 천사들의 이야기(참조, 에녹1서 6-11장)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비유들의 책에서 약자들을 억압하는 땅의 임금들, 장군들, 권세 있는 자들, 높은 관리들, 그리고 대지주들의 운명은 타락한 천사들의 운명과 동일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비유들의 책에는 이러한 억압자들을 심판하고 약자들과 희생자들을 해방시킬 하나님의 메시아적 대리자의 활동에 대해서 말한다.
 
비유들의 책에서 하나님은 “영혼들의 주님”으로 일컬어진다. 이 호칭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산 자들의 하나님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죽은 자들의 영혼들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이 “영혼들의 주님”은 죽은 자들과 고난당하는 자들과 함께 하는 해방과 연대와 정의의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메시아적 대리자는 역시 죽은 자들과 고난당하는 산 자들의 메시아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승천한 에녹은 하나님의 메시아적 대리인 인자와 동일화된다.
 
비유들의 책에 묘사된 에녹의 환상들은 폭력의 역사의 끝장과 새로운 대안적 세계의 시작을 갈망하였던 그 당시의 고난당하는 유대인들의 삶의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나는 비유들의 책을 아래로부터의 시각으로 읽고 유대적 메시아론의 구조를 규명하고자 하며, 그리고 그것이 예수의 자기이해 또는 신약성서의 기독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추구하고자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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