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병학] 유대 묵시문학과 신약성서: 에녹과 예수(4)

이병학·한신대 신약학 교수

II.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의 메시아론

3. 에녹과 인자의 동일화

▲한신대 이병학 교수(한국신약학회장)

70-71장은 비유들의 책의 결론 부분이며, 동시에 그 책의 절정을 나타내고 있다. 왜냐하면 이 두 장에서 비유들의 책의 저자의 메시이론적 구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단락은 해방적 관점을 가진 그의 신학으로부터 해석되어야만 한다.

“이 일후에 그의(=에녹) 이름이 땅 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 저 인자와 영혼들의 주님 앞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바람의 마차를 타고 올라갔으며 그의 이름은 그들 가운데서 사라져버렸다. 저 날부터 나는 그들 중에서 헤아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나를 두 바람 사이에, 북쪽과 서쪽 사이에 데려다 놓았다. 천사들이 나를 위해서 거기서 택한 의인들의 처소를 측정하기 위해서 줄자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그곳에서 살고 있는 처음 조상들과 옛날의 의인들을 보았다”(70:1-4).

70:1-2에서는 삼인칭이 사용되었고, 70:3에서는 일인칭이 사용되었다. 지상에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있는 에녹은 산채로 하늘로 이끌려 올라간 에녹은 먼저 모든 죽은 조상들과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의인들의 처소를 방문한다. 71:1-17은 영혼들의 하나님이 임재하는 하늘의 신비한 현실에 대한 에녹의 경험에 대해서 서술한다. 에녹은 너무도 놀라워서 얼굴을 숙이고 쓰러졌다. 천사장 미가엘이 에녹의 오른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면서 하늘의 심층부에 있는 모든 비밀들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에녹은 하늘에서 수정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보았고 수천수만의 천사들이 그 집을 에워싸고 있었다. 에녹은 그 순간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간의 창시자(=영혼들의 주님)가 그들과 함께 있다. 그의 머리는 희고 양털처럼 깨끗하고, 그의 옷은 형언할 수 없다. 나는 얼굴을 숙였고, 나의 전신은 진정되었고, 그리고 나의 영은 변화되었다. 그래서 나는 힘의 영에 의해서 큰 소리로 축복하고, 영화롭게 하고, 그리고 찬양하였다. 이러한 것들이 저 시간의 창시자의 현존 안에 있음을 기뻐하면서 나의 입으로부터 나온 축복들이다. 그 때 시간의 창시자가 미가엘, 가브리엘, 라파엘, 파누엘, 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천만 수백만의 천사들과 함께 왔다. 그때 그가 나에게 와서 인사를 하고 말을 하였다: “너는 정의를 위해서 태어난 인자이다. 그리고 정의가 너 위에 머물고 시간의 창시자(=하나님)의 정의가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71:10-14).

비유들의 책의 저자는 하나님을 대면하는 에녹의 경험을 묘사하면서 에녹의 육체성을 강조한다. 하나님 자신이 에녹을 인자라고 부른다. 왜 저자는 하나님의 입을 통해서 에녹과 인자를 동일화했는가? 이 동일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에녹이 정의를 위해서 태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에녹의 정의실천의 현재적 그리고 지상적 상태를 가리키는가, 혹은 단지 미래적인 것을 가리키는가? 어떤 관점으로부터 에녹과 인자의 동일화에 대한 진술을 이해해야만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비유들의 책의 저자의 메시아론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에녹과 인자의 동일화는 비유들의 책의 저자가 창조한 가장 중요한 신학적 구조이다. 이것은 억눌린 유대 민족의 메시아 실천을 위한 패러다임이다. 이런 의미에서 에녹과 인자의 동일화는 에티오피아어 에녹서의 해방적 메시아론의 핵심이다. 지상에서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의 삶은 그의 정의실천을 의미한다. 그러한 근거로 에녹은 인자로서 자격이 있고 또한 그와 동일화 된다.
 
에녹과 인자를 동일화하는 메시아론적 구조의 목적은 하나님의 메시아적 대리자에 대한 에녹의 환상들이 지상에서 정의를 위해서 고난당하면서 싸우는 사람들의 삶의 맥락에서 타당성과 실천성을 분명하게 담보하는 데 있다. 을 분명하게 하는 데 있다. 정의실천은 메시아 실천과 같다. 이런 점에서, 만약 누구든지 정의 실천을 통해서 자신을 에녹과 동일화할 수 있다면, 그는 범례적으로 에녹처럼 인자가 될 수 있다. 비유들의 책의 저자는 당시의 독자들에게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인자가 천상적일뿐만 아니라, 지상적이라는 것을 보이고자 시도했다. 그는 에녹과 인자의 동일화를 통해서 억눌린 백성에게 새로운 자기이해를 하도록 하고 고무하고 또한 불의에 저항하고 정의를 실천하도록 영적인 힘을 주고자 하였다.
 
에녹이 “정의를 위해서 태어난” 인자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미래에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 에녹이 하늘에서 다시 태어났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은 에녹이 땅 위에서 살던 동안에 행하였던 그의 지상적 정의실천과 참여를 가리킨다. 에녹의 서신에서 정의 실천의 결과로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자들은 “정의 안에서 죽은 자들”로 불린다. 그러므로 “정의 안에서 태어난 자”라는 어구는 지상에서 새로운 대안적 세계를 위한 에녹의 정의 실천과 참여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정의실천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사람의 여러 국면에서 약자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다.
 
에녹의 행동은 수신자들에 의해서 전수되어야 할 메시아 실천이다. 그들은 자신을 일차적으로 에녹과  동일화할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인자와 동일화할 수 있다. 비유들의 책의 저자는 70:4에서 에녹이 태초부터 하늘에 살고 있는 죽은 조상들과 학대당하였던 의인들을 만난 것에 대해서 언급한다. 에녹은 그들의 영혼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말하자면 정의를 위해서 그리고 더 좋은 미래를 위한 그들의 고난과 투쟁과 죽음을 알고 있고, 또 자신이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죽은 자들의 고난에 대한 기억과 그들과의 정신적 연대를 통해서 에녹은 의인, 택한 자, 인자, 그리고 메시아와 동일시되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메시아적 대리자로서 이러한 네 인물들이 항상 하늘에 있는 수많은 의인들, 성인들, 그리고 택한 자들 가운데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71:14에서 에녹과 인자의 동일화는 비유들의 책의 저자가 범례적 의미에서 창조한 메시아론적 구조를 의미한다. 에녹은 정의실천을 통해서 인자와 범례적으로 동일화된다. 이런 의미에서 에녹은 인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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