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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세종대왕이 대통령이 된다면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입력 Jun 18, 2012 03:58 PM KST

오늘 세종대왕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를 힘 있고 번영하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일에 힘쓸까? 위대한 문화군주였던 세종대왕은 맨 먼저 대한민국의 정신과 철학에 대해서 국민의 합의를 이루는데 힘쓸 것 같다. 정치권과 언론기관들 사이에서 색깔논쟁과 이념적 대결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국민의 마음과 뜻이 분열되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 마음과 뜻이 분열되었기 때문에 오늘 우리나라 정치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 자리 걸음을 한 지 오래다. 지역과 이념 대결로 사회의 양극화로 분열된 민심으로는 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없고 우리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오늘 정치의 문제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 있다. 세종대왕이라면 여당과 야당,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부자와 가난한 자,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와 강원도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국가정신과 철학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불순한 당파주의자들의 비생산적인 논쟁과 분열책동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어떻게 우리나라의 정신과 철학을 확립하고 제시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정신과 철학은 지난 1백년의 역사 속에서 체득되고 확인되었다고 생각한다. 조선왕조가 망하고 일제의 식민통치를 겪고 남북분단과 전쟁을 거치고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국가의 기본정신과 철학이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확립된 것이다. 세종대왕이라면 우리 역사에서 확인되고 체득된 정신과 철학을 깊이 탐구하고 밝힘으로써 국민이 공감하고 합의할 수 있는 국가의 정신과 철학을 제시하는데 힘쓸 것이다.

한국현대사의 가장 중심에 있는 사건이 삼일독립운동이다. 그래서 헌법전문에서도 삼일독립운동을 헌법정신의 역사적 근거와 정통성으로 밝히고 있다. 삼일독립운동의 정신과 철학은 온 국민이 나라의 주인과 주체로 일어선 민주정신, 외세의 억압적 통치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민족자주정신, 다른 민족국가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계평화정신이다. 안창호, 이승훈, 김구가 지녔던 민주, 민족자주, 세계평화의 철학과 정신이 국민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면 쓸데없는 논쟁과 다툼이 줄어들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데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누가 안창호와 이승훈과 김구의 정신과 철학을 반대하겠는가!

민주, 민족자주, 세계평화의 높은 이념과 철학을 가진 나라는 품격을 지닌 문화국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군사강국이나 경제대국을 꿈꾸는 나라는 잠시 강성한 나라가 되고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지만 군사력과 경제력만 가지고는 나라의 번영이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김구와 안창호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문화대국을 꿈꾸는 나라는 산업과 경제도 튼실해지고 국력이 끊임없이 솟아나서 길이 번영하는 나라,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정신과 철학이 있는 문화의 나라는 21세기를 이끄는 나라가 될 것이다.

21세기는 아시아 태평양 시대라고 한다. 태평양 큰 바다를 중심으로 세계가 하나로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기업들은 나라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태평양 큰 바다를 누비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씨알들도 나라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태평양 큰 바다를 누비며 살 것이다. 대한민국의 울타리는 활짝 열려야 한다. 이주 노동자들이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말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민중을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 오늘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면 도시와 농촌에서 생활 자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21세기는 공동체 파괴의 시대다. 공동체의 파괴로 민중은 생존의 터전을 잃고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도시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농촌에서 공동체 마을이 무너진 시대다. 사랑과 우정의 공동체적 관계와 만남이 어려워지는 도시사회에서 살고 있다. 일과 직장은 밥벌이를 위한 것일 뿐, 공동체적 유대와 결속은 없고 생명과 정신의 가치와 목적을 실현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공동체가 파괴된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아기를 낳아서 기를 수 없기 때문에 아기를 버리거나 팔아넘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홀로 살다 홀로 죽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병원에서 기계장치로 목숨을 연명하다가 기계에 둘러싸여 죽어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21세기의 문명사적 과제는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는 일이다. 세종대왕이 다시 온다면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는 일에 온 힘을 다 기울일 것이다. 공동체의 기쁨과 축복 속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고 공동체의 사랑과 존경 속에서 한 생명이 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농촌과 도시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생활 자치 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한다. 도시와 농촌의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도시와 농촌이 서로 살리고 더불어 사는 삶의 구조와 틀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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