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에큐메니칼 운동의 산 증인 오재식 박사 회고록 펴내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 출간

“그 모든 것은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평생 ‘현장’의 부름을 따라 산 사람 오재식 박사의 ‘현장 이야기’

▲오재식 회고록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 겉 표지.

에큐메니컬 운동의 최전선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NGO 활동에 한평생을 헌신한 오재식 박사가 팔순을 맞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을 출간했다.

함석헌, 주기철, 김재준, 강원용 등에게 신앙적․사상적 영향을 받은 오재식 박사는 오랜 세월 크리스챤아카데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참여연대, 한국 월드비전(World Vision) 등에서 기독교를 넘나들며 도시빈민, 농민, 산업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조직운동가로, 국내외 네트워크를 조직적으로 형성하여 한국 민주화운동을 이끈 핵심 활동가로, 대북협력사업과 인도지원사업 등을 통해 남북한 교류의 물꼬를 튼 평화통일운동가로 활동해왔다.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NCCJ) 총무이자 박정희 정권 시절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활동에도 나섰던 나카지마 목사는 오재식 박사에게 ‘시카케닌’(仕掛人, しかけにん)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이 말의 뜻은 ‘일을 일어나게 만드는 사람’ 혹은 ‘일을 하게끔 만드는 사람’이다. 이 별명처럼 오재식 박사는 필요한 현장에서 보이지 않게 일이 일어나도록 만들어낸 사람이다. 우리나라 중앙정보부 사찰 기록을 담은 비밀문건에는 오재식 박사와 관련하여 ‘조직의 귀재’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오재식 박사는 1960년대 한국에서 기독청년학생운동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사회운동 조직의 대가인 S. D. 알렌스키를 만나 훈련을 받은 이후 평생을 민중운동의 조직책으로 헌신해왔다. 사람들은 그에게 가장 어려운 일, 가장 위험한 일을 맡기거나 부탁하거나 밀어넣었다. 그리고 현장으로 뛰어들 것을 요구했다.

오재식 박사는 그러한 요구에 ‘현장이 나를 부른다.’고 믿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오기나 치기가 아니라 철저한 분석과 계획과 전략과 작전을 가지고 현장으로 뛰어들었고, 그 모든 일을 막후에서 진행시켰다. 1970-80년대의 크고 작은 민주화운동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 앞이 아니라 연출자처럼 무대 아래, 무대 뒤에 있었다. 마치 거미줄처럼 수많은 역사의 현장에 그의 발자취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오재식’이라는 이름이 낯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재식 박사는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랑하거나 기사화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NCCK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민주화, 인권, 통일운동을 아는 사람들은 오재식을 빼고는 당시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재식 박사는 그동안 이룬 모든 일들이 ‘내가 한 일이 아니라’ 자신이 ‘개미떼’라고 일컫는 많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부탁만 하면 원하는 만큼 돈을 보내주는 찬조자들이 지구촌 사방에 진을 치고 있었는가 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연락망을 만들어주는 동지들도 있었다. 그들은 해외에서는 국내와 연결을 짓고 국내에서는 국제사회와 연결망을 만들어냈다. 오재식 박사는 그 연결망의 핵심 고리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오재식이라는 한 인물의 개인사 이전에 1960년대 기독교청년들의 사회운동, 1970년대 유신독재 하에서의 반독재 민주화운동, 그리고 1980년대 광주민주항쟁 이후의 평화통일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며, 지난했던 역사의 현장을 온몸으로 살아가야 했던 우리 동시대 사람들을 대변하는 역사적 증언이라 할 수 있다.

올해로 팔순을 맞이한 오재식 박사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피부암, 췌장암, 대장암 등과 싸우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미친 듯’이 살았다고 고백한다. 집안 사정이 어떤지,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일이 주어지면 ‘그럼, 해야지.’ 했고, 가야 할 곳이 있으면 ‘그럼, 가야지.’ 했다. 현장과 함께한 한평생이지만 오재식 박사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현장에서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적 한국 기독교운동을 이끈 숨은 주역이라는 평에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그는 모든 일이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협력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고, 바로 그들이 ‘오재식’이라는 사람을 만들고 이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래는 차례. 값 1만 8천원.

차례
1_후회 없이 살았다 2_기억의 저편, 어린 시절 3_현장과 운동 4_해외를 떠돌다 5_일본에서 만난 사람들 6_귀국, 또 다른 시작 7_다시 제네바로 떠나다 8_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9_노옥신, 그의 이름을 부르다 10_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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