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존 교회에서는 불편한 이름 ‘자유’를 향하여

[북리뷰] 『 자유인의 교회 : 향린교회를 말하다』

 

자유인의 교회 : 향린교회를 말하다 ㅣ 조헌정, 김진호 외 지음 ㅣ 한울출판사 ㅣ  397쪽 ㅣ 2만 8천원 ㅣ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 교회인 향린교회(담임목사 조헌정)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교회의 신앙고백과 역사를 정리해 「자유인의 교회 : 향린교회를 말하다」를 펴냈다. 
 
명동의 골목길에 자리한 이 교회는 아담하고 낡았지만, 그 안에 깃든 정신만큼은 어느 교회보다도 새로운 듯하다. 기존 교회들의 하나의 대안으로서 등장한 이 교회는 기존 교회들에게 때로 불편함마저 끼치지만, 그들이 왜 ‘자유’를 말하게 되었는지를 탐색하는 것은 기존 교회들의 문제와 한계를 알게 하는 하나의 작업이 될 것 같다. 향린교회의 뿌리와도 같은 신앙고백과 목회관, 선교관에 이것이 드러나고 있다. 
 
향린교회의 구원관은 기존의 교회가 구원을 편협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전통적인 그리스도론에서의 구원 이해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개인주의적이며 영혼 구원에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종말론적인 지평의 상실을 지적한 것이다. 한문덕 부목사는 “하느님께서 온 세상을 선하게 창조하셨듯이 하느님의 구원의 지평은 온 세계의 모든 생명체의 회복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전통적 구원관은 구원자인 예수와 구원받은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것이 문제의 지점이다.” 
 
한문덕 목사는 향린교회가 개인의 구원(“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한 인격으로 거듭나고, 하느님으로부터 무한한 위로를 받으며, 예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나 죽으나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러나 “이 시간 고통과 아픔 가운데 있는 이 세계와 사회에서, 예수가 선포한 하느님 나라와 구원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향린교회는 믿는다”고 말한다. 향린교회 설교 역시 이러한 믿음을 강조한다. 이에 향린교회 성도들은 파주 무건리, 평택 대추리, 서울 용산참사 현장으로 나가고, 성전을 허물고서라도 세상 속 하느님 나라’를 실현해야 한다는 정신을 나누고 있다. 
 
목회자의 권위의식으로부터의 자유 역시 이들에게 중요하다. 한문덕 목사는 “한국 교회의 큰 병폐는 목회자의 권위의식과 교인들의 맹목적인 순종”이라며 “믿음을 빙자하여 목회자의 말에 순종할 것을 강요하기에 합리적 의사소통이 부재해지고, 신앙의 이름으로 교회 조직의 노예가 되게 한다”고 지적한다. 
 
향린교회는 ‘평신도 목회’를 창립 때부터 줄곧 중시해오고 있다. 평신도 대상 목회가 아닌, 평신도들이 직접 목회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목사(안식년 포함 7년, 1회 연임 가능)와 장로(6년) 임기제, 기구의 다원화, 회의기구의 장을 동시에 맡을 수 없도록 한 규정 등을 통해 목회자와 교인 간, 또는 교인들 간의 수직적 권력구조가 발생하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있다. 설교 강단 역시 평신도에게 개방해 평신도들이 설교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다. 목회자의 설교는 청중들이 성서를 꼬치꼬치 캐물어가며 듣게끔 구성되고, 각종 신앙, 신학 강연과 생명, 인권, 통일, 노동, 타 종교 이해와 같은 주제의 강연을 통해 맹목적 신앙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다. 재정과 각종 안건에 대한 회의 역시 그 내용이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무엇보다도 한국 교회가 신앙과 삶의 괴리로 비판 받는 현실로부터 이들은 벗어나고자 한다. 이는 특히 예배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대다수 한국교회는 아직도 19세기 미국 천막 부흥집회 형식의 예배를 드리고, 서구 교회의 문화를 성찰 없이 수입하고 있다”며 향린교회는 민족적 정서를 교회의 예배와 문화에 도입하고 있다고 밝힌다. 국악기로 드리는 국악 가락의 예배는 향린교회 예배만의 특징이다. 
 
책은 1부 신앙고백과 역사 2부 설교 3부 예배 4부 선교 5부 민주주의와 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2부에서는 안병무, 홍근수, 조헌정 등 역대 향린교회 설교자들의 설교 특징과 내용을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실장, 이영미 한신대 교수 등 외부 필자들도 참여해 분석했다. 4부에서는 향린교회 사회선교의 현황과 과제, 생명환경운동이야기, 안병무의 교회론 등을 다루고 있으며 5부에서는 ‘향린 민주주의와’와 ‘평신도목회’를 민주주의와 교육을 키워드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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