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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샤갈의 아가서(3)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샤갈(Marc Chagall), Song of Songs중에서(IV)

아가는 구약성서 중에서 특별히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던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신앙적이고 종교적인 가르침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 외설스럽기까지 하고, 결정적으로 ‘하나님’이란 단어가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가서에서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하나님이 사라진 것일까? 아가서는 어찌 보면 가장 세속적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매우 감각적 언어와 시적인 언어로 표현한 시문학이다. 그렇지만 이 시의 상징적 힘은 그분이 창조한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는데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감각적인 길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이름이 업급되지 않을 것은 남성과 여성을 지으신 하나님이 연인들이 자신들을 발견하고 밀담을 나누고 한 몸이 될 때 물러나셨기 때문이라고 했는데(필리스 트리블), 오히려 하나님은 연인들의 에로틱한 사랑의 정감과 행위 속에 온전히 내재하신다는 증거가 아닐까!
 
유다교 신비주의인 카발라에 따르면 인간은 남녀가 사랑으로 서로를 끌어안아 합일되었을 때만 ‘하나’라고 불릴 수 있다. 카발라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육체적 사랑은 영적인 하나님 사랑의 원형을 몸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보았다. “여자를 향한 열정적 사랑의 힘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도 도달하지 못한다”(라삐의 말)
 
사랑은 하나님의 창조에 부합하는 체험이다. 성경은 雅歌를 통해 이 신비를 표현한다. 이스라엘은 역사적 체험을 통해 철저히 학습된 슬픔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 아가의 달콤함에서 유다인 영혼에 내재한 진정한 신비가 드러난다. 아가는 인간의 신비로운 에로스의 체험에 대해 찬미하는 모든 노래 중 으뜸이다. 
 
아가씨들 가운데서
그대, 내 사랑은
가시덤불 속에 핀 나리꽃이라오
 
사내들 가운데 서 계시는 
그대, 나의 님은
잡목 속에 솟은 능금나무
그 그늘 아래 뒹글며
달디단 열매 맛보고 싶어라
사랑의 눈짓에 끌려
연회석에 들어와 
사랑에 지친 이 몸
힘을 내라고 기운을 내라고
건포도와 능금을 입에 넣어주시네
 
왼팔을 베게 하시고
오른팔로 이 몸 안아주시네
 
들판을 뛰노는 노루 사슴 같은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이 사랑이 잦아들기까지
제발 방해하지 말아다오
흔들어 깨우지 말아다오
(아가서 2장)
 
샤갈의 그림은 이 노래에 대한 해석이다. 샤갈은 환영처럼 솔로몬의 신부를 밀월의 달 아래 그렸다. 그림에서는 두 얼굴이 입맞춤하는 듯 붙어 있다. 이것은 영원하신 하나님과의 영적 합일을 상징한다. 신랑과 신부는 그에게서 영혼과 하나님의 영원한 합일을 가리키는 상징이다. 샤갈의 예술은 종교적 의미를 지닌 위대한 사랑의 신비주의이다. “제가 당신께 완전히 속할 때 비로소 저는 저 자신에게 완전히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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