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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성금요일: 피에타(Pieta)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성모 마리아님, 당신은 아들의 주검을 안고 슬퍼할 수 있어 그래도 행복하십니다. 성모님, 지금 여기는 침몰한 여객선 안에서 실종된 어린 생명들 때문에 온 나라가 초상집이랍니다. 배가 인양되고 나서야 주검이라도 안아볼 수 있게 될 어머니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메어지고 찢어집니다. 그러나 그 일도 언제일지 기약할 수도 없는 나라꼴이랍니다. 

 
여리디 여린 생명들이 바닷물에 헤어져 얼굴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지, 연하디 연한 생명들이 소금물에 풀어져 몸을 안아볼 수나 있을지, 사고의 순간 몰려오는 파도를 어리디 어린 가슴으로 막고 막다가 그만 바닷물에 삼켜진바 되었을 생명들...... 바닷물을 눈물삼아 통곡하고 또 통곡합니다. “어찌하면 내 머리는 물이 되고 내 눈은 눈물 근원이 될꼬. 죽임을 당한 딸 내 백성을 위하여 주야로 울리로다.”(렘 9:1) 하여 성모님 당신은 행복하십니다. 이 땅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내 백성을 위로하고 또 위로해 주소서.
 
‘피에타’(Pietà)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후 마리아가 아들의 주검을 안고 슬퍼하는 모습을 뜻하는 것이다. 미술가들은 이 주제를 다룰 때 전통적으로 어머니로서 마리아의 인간적인 슬픔과 비통함에 초점을 맞춘다. 마리아에게 예수는 구세주이기 이전에 아들이다. 채찍질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간 아들을 보고 통곡하지 않을 어머니가 어디 있겠는가. 예수를 따르던 누구보다도 어머니의 슬픔이 더 절절한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슬픔의 표현이 개개인마다 다르듯 미술가들도 그 슬픔의 표현 방법은 달랐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1499).

르네상스의 미술가들은 종교적 주제만 전달하는 것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미적 가치를 찾고자 하였다. 마리아는 여기서 눈물을 삼키고 슬픔을 절제하며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일생동안 인체의 완벽하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집념을 가지고 탐구한 사람이다. 그는 성모 마리아와 무릎 위에 있는 그리스도의 이상적인 비례 체계와 완벽한 균형, 규범과 원칙, 질서와 비례를 철저히 탐구하면서 마리아의 슬픔을 원숙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뢰트겐의 피에타(1370).

이것은 슬픔의 감정을 통렬하게, 폭발하는 고통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어머니와 아들을 재현한다. 이것은 작은 것으로 보아 교회 예배용이라기보다는 개인 소장을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미술가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한 미술의 규범과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대신 죽음과 슬픔, 통곡의 몸부림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예수의 죽음이 갖는 비극에 중심을 두고 있다. 

여기서 예수는 앙상하고 마르고 상처나고 막대기처럼 경직되어 얼마나 모진 고문과 굶주림 속에서 죽어 갔는지 짐작하고도 남게 된다. 목이 뒤로 젖혀지고 숨이 막혔는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 그대로, 신체 비례에 맞지 않게 큰 얼굴은 흠모할데라고는 한 점 없는 예수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형편없는 몰골이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듯 철철 흐르고 있는 못 박힌 손과 발, 가시가 유난히 크게 강조된 가시관은 예수가 얼마나 모진 수난 속에서 죽어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이토록 비참하게 죽어야 했던 아들을 안고 몸부림치며 통곡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가는 성모를 아름답게 묘사하지 않았다. 성모가 아름다운 용모의 소유자였는지 누구도 본 적 없지만 대다수의 미술가들은 성모를 아름답게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가는 마리아의 외모보다는 한 아들의 어머니로서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강조하고 있다. 마리아의 얼굴은 참을 수 없는 슬픔으로 추하게 일그러져 있다. 예수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강조하기 위해 마리아의 얼굴 역시 신체 비례 상 맞지 않게 크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이 작가는 어머니로서의 마리아를 강조하기 위해 예수가 실제로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소년처럼 어머니 무릎 위에 누워있다.
 
보통 북유럽은 표현주의적 성향이 발달했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 남유럽은 질서, 비례, 균형 등을 중요시하면서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성향의 고전주의가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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