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기자수첩] 정치적 이해다툼에 생명이 죽어간다
무기를 내려놓고 무고한 생명의 비명소리 들어야

입력 Jul 24, 2014 08:08 AM KST
가자 지구의 포연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은 23일(수)까지 17일째 이어지고 있다. 잠시나마 휴전이 선포되기는 했지만, 휴전에 따른 안도감이 들기도 전에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사태가 악화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강경 노선이다. 그의 강경 성향은 가족사와 관련이 깊다. 
지난 1976년 ‘와하디파’라는 이슬람 무장조직 테러리스트들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에어 프랑스기를 납치했다. 이들은 카사블랑카를 거쳐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으로 향했다. 이스라엘은 특수요원들을 투입해 테러리스트 전원을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해 냈다. 이스라엘 측 인명 피해는 단 한 명, 바로 작전을 지휘한 지휘관이자 베냐민의 친형인 요나단 네타냐후 중령이었다. 친형을 잃은 아픔은 네타냐후의 성향을 오른쪽으로 몰아갔다. 
네타냐후의 성향은 이스라엘의 정치적·전략적 목표와 맞물리면서 무서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의 제일 전략은 하마스 궤멸이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현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하와만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팔 갈등 이면에 깔린 이스라엘의 이해관계는 지금의 위기상황이 지속될 것이며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파타하만 인정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속내   
먼저 이스라엘이 파타하만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파타하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무척 역설적이다. 파타하는 故 야세르 아라파트가 창설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전신으로, 출범 당시는 하마스와 비슷하게 무장 투쟁을 기본 노선으로 내걸었다. 이런 이유로 파타하는 이스라엘의 미움을 샀고 아랍 형제국 역시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우려해 파타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옛 사회주의 국가들과 이집트, 우간다 등만 지원을 제공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PLO는 1990년대에 접어들자 정치조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아라파트는 이스라엘과 정치적 타협을 시도했고, 그의 후계자인 압바스는 타협노선을 충실히 계승했다. 파타하의 유화적 태도는 이슬람 강경파들을 격분시켰다. 이스라엘 불인정과 무장투쟁을 기치로 내건 하마스의 부상은 이런 타협노선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하마스는 지난 2006년 자치정부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권력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파타하는 줄곧 하마스의 부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다행히 지난 6월 파타하와 하마스는 통합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통합정부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 갈등의 원인이었던 이스라엘 청소년 실종 사망사건에 대해 양 정파가 입장 차이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의 노림수는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무장정파인 하마스를 약화시키면 파타하를 다루기 쉬워진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팔레스타인 정파들의 단합 자체를 와해시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이와 관련,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네이선 트롤 수석연구원은 지난 17일(목)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통합을 위한 그 어떤 작은 움직임도 위협으로 여겨 팔레스타인 통합 정부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은 고분고분한 정파만 상대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 지도자의 강경성향은 이런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미국이나 서방으로선 이스라엘의 강경대응이 내심 못마땅하지만, 하마스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를 모른 척 한다. 
그러나 하마스를 궤멸시킨다고 해서 이스라엘과 미국-서방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성되리라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파타하가 하마스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이어 지금과 같이 이스라엘 추종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제2의 하마스가 부상할 가능성이 더 높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죽임을 당했다고 해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약화되지 않고 오히려 세가 더욱 확장하는 양상인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현재 갈등상황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간인, 특히 아이들이다. 그 어떤 정치적 이해득실도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 정치적 이해다툼 가운데 사람들이 죽어간다. 모두가 무기를 내려놓고 무고한 생명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갈등 해결의 첫 단추일 것이다. 
 
 
 
 
 
 
 

오피니언

연재

종교비판에서 신앙성찰로(9): 포이어바흐의 무신론적 통찰을 중심으로

포이어바흐는 고대 기독교도들이 삼위일체의 신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신비스러운 대상으로 여긴 것에 대해 "이들이 현실성, 생활 속에서 부정한 인간의 가장 ..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