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 리뷰] C. S. 루이스의 『세상의 마지막 밤』

▲C. S. 루이스의 『세상의 마지막 밤』 겉 표지. 
『세상의 마지막 밤』(홍성사, 2014)은 C. S. 루이스의 원숙한 신앙과 예언자적 통찰이 녹아 있는 에세이를 수록하고 있다. 이 책에는 「세상의 마지막 밤」을 포함하여 7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이 가운데 기도와 믿음, 종말론 등 전통적인 기독교의 주제를 다룬 3 편의 글에는 그의 신학적 견해가 담겨 있다. 그는 평신도임을 자처했지만 그의 신학적인 글은 현대의 많은 신학자들이 연구하고 인용할 만큼 성경적이고 통찰력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 4 편의 글은 교양(문화), 교육 제도, 일과 작품, 우주 개발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사회비평가 루이스의 면모가 드러난다. 현대 사회에서 꼭 다루어야 하는 긴급한 주제에 관해 솔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치밀하게 사고하며 핵심을 짚어 주기 때문이다.  
「기도의 효력」에서 루이스는 기도가 응답된 몇몇 사례를 예로 들면서 ‘어떤 종류의 증거가 있어야 기도의 효력을 입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의 답을 찾아 나간다. 그 과정에 그는 기도의 효력을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제시하면서, “기도가 효력이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문제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그는 기도의 효력을 증명할 만한 구체적인 방안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한다. 기도와 성취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통계적으로도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기도가 마법을 부리는 주문이 아니라 ‘요청’이라고 정의한다. 요청에 대한 응답은 상대방의 결정에 좌우되므로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사례는 인간의 몸으로 오신 하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올린 기도가 거절당한 것이다. 그러면 기도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요청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유한한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겠는가? 결국, 인간은 기도를 왜 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 
루이스는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를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바뀌도록 하기 위함보다 그 뜻이 실현되는 방식이 달라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그러한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하나님과 대화하고 그 과정에 하나님께서 뜻하시는 일에 기도자가 동참하게 되는 것이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알려준다. 기도는 우리로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아무 것도 아닌 존재를 대단한 존재로, 아니, 신들로”(16) 만들어주는 과정인 것이다.  
기도가 우리를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신’으로 만들어주는 통로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놀라운 기도의 응답이 “대체로 신앙생활의 초기에”(16) 회심 직전이나 직후에 주어지고 신앙의 연조가 깊어감에 따라 그러한 응답은 드물어지고 “거절되는 경우가 잦아질 뿐 아니라 그 양상이 더 분명하고 단호해[지기]”(17)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가 점점 더 신앙이 강해질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보내며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장 절망적인 경계 구역을 지키는 임무를”(17) 맡기신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도의 응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기도의 효력이 없다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원조할 필요가 없는 동역자로서 신뢰하고 계심을 믿고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고백하며 고난을 인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크루테이프, 축배를 제안하다」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글이다. 우리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에 타인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악마의 입장에 서본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거부하고 싶고 두려운 일일 것이다. 루이스는 이 일을 감행하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1941)를 썼다. 후속편을 써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악마의 마음으로 비트는 작업에 질식할 지경이 되어서 쓰지 않다가 18년이 지난 뒤, 악마가 사람들의 어떤 태도를 기뻐할지 ‘악마의 연설’ 형태로 써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종교와 우주 개발」에서는 외계인을 인간을 위협하는 적으로 보는 시각을 뒤엎는다. 그는 만일 외계인이 있다면 타락한 인류가 그들을 정복하여 고문하고 죽이거나 타락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그 생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여 그 주민들을 노예로 삼았던 역사이다.  
「세상의 마지막 밤」에서는 종말을 의식함으로써 후대의 유익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느슨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견해에 반론을 제시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그 일이 단순한 끝이 아니라 심판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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