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 리뷰]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새로운 무신론자들과의 대화』(새물결플러스)

신의 존재는 형이상학, 인식론, 해석학 등의 사고의 틀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이는 그 문제가 지구라는 3차원의 시공간에서 한정된 시간과 장소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다. 그래서 인간은 전승을 통해 인식의 편린들을 유전하면서 수집한 뒤 퍼즐 맞추기를 하듯이 신의 존재에 관한 윤곽을 그려왔다. 물론, 그 퍼즐의 윤곽은 여전히 어렴풋할 뿐이다. 이 모호성 때문에 신의 존재는 여러 학설과 신념을 생산했고 심지어는 그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까지 도출되게 했다. 이러한 무신론의 이력과 범주는 면면히 다양하게 연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는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등장하였다. 
저자는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리처드 도킨스,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대니얼 데닛 등이라고 지목하고 그들이 실증주의적인 입장에서 신과 신앙, 종교가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음을 밝힌다. 그에 따르면 그들은 실제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단순하고 강력한 전제 위에서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를 공격했다. 그들의 주장은 널리 확산되었고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신앙을 비합리적이고 미개하며 인간을 이상하게 만드는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조장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실증주의적 입장을 고수하므로, 독자들은 예수께서 도마를 훈계하셨던 말씀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요한20:29-31)  
‘본 고로 믿느냐’라는 질책성 질문은 오늘날 실증주의적 무신론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말일 수 있겠다.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요한의 논평은 이러한 실증주의적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을 제공하고 있다. 전승의 기록, 곧 성경이 믿음의 토대가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러한 기록의 진실성 자체를 문제 삼으면 신에 대한 신앙을 거론할 수는 없게 된다. 그러면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신을) 보면 믿게 될까? 실증주의라는 용어의 논리를 따르자면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 실증주의자들이 9.11 테러를 비롯한 수많은 “종교” 갈등을 신의 부재에 대한 증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사건들이 역사적·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른 “권력” 갈등 때문에 발생할 수 있음에도 그들은 그것들을 신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인간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언하며 부정한 것이 신을 빙자한 종교제도에 초점을 둔 것이라면, 이들의 부정은 결국 니체의 비판적 의도를 공유하면서도 윤리와 도덕, 자아와 문화와 같은 ‘실증’하기 어려운 인류의 정신세계 자체까지 부정하고 있다. 이런 태도에는 자기모순이 개재해 있다. 
이에 저자는 ‘새로운’ 무신론자들의 전제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음을 조목조목 밝히고, 신 존재와 진리에 대한 기독교의 가르침이 어떤 의미와 가능성을 가지는지 설명한다. 그는 이들 물리학자나 진화생물학자가 시도하는 대로 물질의 영역에 모든 것을 환원시키려는 시도를 멈추고, 인간의 정신세계를 긍정하는 기독교 및 수많은 사상가의 가르침을 따라 초월적 영역으로부터 주어지는 단서들을 수용하고자 할 때 비로소 진리가 밝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자연과학에 의존하는 도킨스와 같은 새로운 무신론자들을 ‘제거적 물질주의자’(eliminative materialist)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 안에 내재하는 의미와 가치체계를 제거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종교와 과학, 혹은 신앙과 이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철학자 로이 바스카의 비평적 실재론에 의거해서 “신학과 과학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선택 사항’이 아니[며] 현대의 과학 문명사회를 살아가면서 과학과 대화하지 않는 종교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바스카에 따르면, “경험주의 또는 실증주의자들이 인식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세계가 인간이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영역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존재는 관찰이나 관찰이 가능한 여부에 달려 있지 않[으며] 존재의 특정한 양상은 존재하지만 관찰되지 않거나 혹은 아예 관찰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저자는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과학자로서 가치와 역사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초월적인 존재자 앞에서 가치와 역사를 논하[는]” 종교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의한다. 그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과학과 종교간의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들이 “서로 대화하는 태도로 각자 자신이 발견한 지평을 공유할 때, 과학과 종교는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물결플러스|지은이 윤동철|쪽수 322|가격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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