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리뷰] 세월호 참사, 영적 리트머스 시험지

이만열 외 10명, 『헤아려본 세월』(포이에마 刊)

▲신간 『헤아려본 세월』 겉 표지.
한국교회는 세월호다. 세월호 참사 직전에도 한국교회는 교회 세습, 담임목사의 성추문, 재정비리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그동안 불거진 한국교회의 병폐가 지엽적인 문제였음을 폭로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은 진도 맹골수도의 빠른 물살도, 노후선박 자체의 결함도 아니었다. 이윤추구에 눈멀어 노후선박을 들여와 더 많은 승객과 차량을 태울 수 있도록 개조한 청해진 해운이 1차 가해자였고, 노후선박이 운항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가 하면, 악천후임에도 부실 투성이 선박에게 출항허가를 내준 관계 당국이 2차 가해자였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교의를 설파하면서 이 모든 사회악에 신적 권위를 입혀준 한국교회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해자였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출간된 『헤아려본 세월』은 이렇게 세월호나 다름없는 한국교회를 향해 교회됨의 회복을 외치는 작지만 강한 외침이다. 이 책은 이만열, 차정식, 박총 등 11명이 각자의 시선으로 세월호 참사를 조명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편집의 짜임새가 돋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의 추이와 쟁점들을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재구성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글을 맨 첫 머리에 배치하고, 마지막엔 기억하고 분노하되 약해질 것을 권면하는 박총 수사의 글을 실어서 기승전결의 흐름을 완성했다. 
이제 본문을 짚어볼 차례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크게 슬퍼한 이들은 물론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다. 그러나 비단 그 슬픔이 유가족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세월호가 서서히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실시간 생중계로 바라보면서 비탄과 울분에 잠겼다. 우리는 이를 통해 지금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사회의 참 모습과 마주했다.  
“세월호 사건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상징계를 뚫고 융기한 ‘실재’라 할 수 있다. 한국형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국가정의의 이름으로, 경제성장 혹은 경제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배제되었던 한국사회의 ‘그것’이 현실의 수면 밑에서 응축되어 있다가 터진 사건이 바로 세월호 참사다.” (이상철, 「애도의 문법」 중에서. 본문 101쪽)   
한국교회의 흉물스런 실체   
한국교회는 바로 이 시점에서 흉물스러운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조광작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공동부회장의 망언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또 한 번 소금을 뿌렸다. 이런 모습들은 한국교회의 타락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사회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을 높이고, 권력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세속 권력자들에게 예언자적 메시지를 던져야 할 교회의 타락은 사회 전체의 타락으로 이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은 한국 기독교 전체가 진창과 수렁의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 한국사회 전체가 불의하고 술 취한 조타수, 항해사, 선장, 선주의 돈 숭배적, 쾌락탐닉적 불법 동맹세력에 의해 좌초와 침몰의 수로에 접어들고 있다. 생존공동체를 죽음의 바다에 수장시키는 지도부 중 한 자리에 한국교회가 서 있음을 고통스럽게 인정한다.” (김회권, 「세월호의 고통과 하나님 나라」 중에서, 본문 189쪽)  
한국교회가 내뱉은 망발들이 심각한 건, 비단 한국교회의 타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근본적으로 이런 망발들은 신성모독이라는데 심각성이 크다.   
“한기총 간부의 무책임한 발언이나 대형교회 어느 목사의 돌출발언은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희생자들을 모독했다. 더구나 이런 불행한 사건을 두고 ‘하나님의 뜻’ 운운한다든지 ‘하나님의 진노’라고 말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아전인수격으로 끌어 들이면서 사실은 정의와 사랑의 하나님을 왜곡, 모독하는 짓이기도 했다. (이만열, 「세월호 참사 단상」 중에서, 본문 25쪽)   
“.... 이 민족의 죄를 회개하라고 경고하시는 하나님의 예비적인 엄포성 징계로 보거나 이 민족, 이 백성의 죄를 대신 속량하기 위한 희생제물인 것처럼 어설프게 미화하는 오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이는 하나님을 거의 용왕신 수준으로 격하하거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만으로 부족해서 제2, 제3의 십자가 대속사건을 치러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모방적 폭력의 논리로 말도 안 되는 강변을 늘어놓는 격이다.” (차정식, 「악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부담과 인간의 책임」 중에서, 본문 83쪽)  
이 지경이니 한국교회가 참사 1주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이 무색하게 슬픔 당한 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찾기 힘든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가 이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마냥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고 개인 구원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는 자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회개’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한국 기독교가 우리 겨레의 돈 사랑, 뇌물 사랑, 무책임과 무감각적 타락으로부터 우리 겨레를 건져내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음을 자인하고 전면적으로 회개해야 한다.” (김회권, 「세월호의 고통과 하나님 나라」 중에서, 본문 190쪽)  
여전히 가해자 편에 선 한국교회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교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교묘한 방법으로 유가족의 진의를 왜곡하고, 심지어 ‘정치적 중립’을 들어 세월호 참사의 공개적 언급마저 저지하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실정이다. 
주로 보수교단 쪽 이해를 대변한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춰 내놓은 논평에서 “그동안 보여준 국민들의 사랑을 기억하여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언설이다. 모두에서 지적했듯 한국교회, 특히 대다수 보수교회들은 세월호 참사의 가해자였다. 그런데 이들을 대표한다는 단체가 피해자인 유가족들에게, 그것도 참사 1주년 당일에 ‘용서’ 운운하고 나선 것이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징벌과 복수가 아니다.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인재로 아픔 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유가족의 목소리엔 아랑곳없이 용서를 입에 올린 언론회의 모습은 한국 교회가 여전히 세월호 이전에 머물러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한국사회는 세월호 이전의 적폐를 청산하고 세월호 이후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교회가 참사 이후에도 공동체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가해자의 편에 서서 가해자의 논리를 되 뇌이고 있다면 세월호와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런 교회는 기독교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어떤 교회가 진정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인지 판단기준이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만약 가해자의 교의를 설파하는 교회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곳에서 피하기를 당부한다. 
“그리스도인인 우리 또한 직감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교회가 더는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말입니다. 일반화의 폭력성을 무릅쓰고 말함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믿는 한, 세월호 참사는 이 시대에 참 교회인지 사이비인지를 가늠해주는 일종의 영적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박총, 「성문 밖 세월호, 성문 밖 그리스도」, 본문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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