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여성과 남성은 ‘인간됨'을 이루는 상호보완적인 존재"

여성의 시각으로 활발히 목소리 내는 여성신학자 강호숙 박사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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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
▲강호숙 박사는 여성의 시각으로 기독교계 내부의 현안에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마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여성은 늘 변방의 존재였다. 특히 ‘교회'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성직은 철저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고, 신학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는 순간, 그 곁을 지키던 이들은 여성들이었다. 그런 여성들이 변방으로 밀린 그리스도교의 현실은 무척 역설적이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강호숙 박사(총신대 강사)의 존재는 두드러진다. 강 박사는 예장합동 교단 계열 신학교인 총신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예장합동 교단이 어떤 교단인가? 국내 최대 교세를 지닌 보수 장로교단이자, 남성 목회자들의 성추행·공금횡령·논문표절 등 각종 범죄가 난무하는 교단 아닌가? 강 박사는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 심지어 성차별적 설교가 횡행하는 교단에서 ‘여성'의 시각으로 기독교 안팎의 여러 현안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강 박사의 외모는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속사람은 정반대다. 아마도 인생 이력과 신학자의 길을 택한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편견이 속사람을 단련시켰을 것이다.

문 : 신학에 입문한 사연이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연을 말해 주셨으면 합니다.

강 박사 : 전 총신 합동교단에서 신앙생활을 40여 년 해왔습니다. 불교신자이셨던 부모님의 모진 핍박을 받았고, 특히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생후부터 2살 위 오빠에게 엄마젖을 물리는 바람에, 굶어 죽을 뻔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어린시절과 중, 고교 시절의 기억은 늘 오빠와 두 남동생에게 눌려 고독하게 신앙생활 한 거 같아요. 설상가상으로 결혼해서 두 딸을 낳으면서 아들을 원하셨던 시부모님께 ‘못 마땅한 며느리' 취급을 받으면서 심한 우울증도 앓았습니다. 한 때 자살까지 생각했었죠. 그러다 문득 ‘이러다 내가 지옥가는 거 아닐까' 생각하며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에 8시간씩 6개월을 성경을 읽고 난 뒤에 신학을 배우고 싶어 총신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런데 함께 신대원에 들어온 남학생들이 "가서 얘나 키우지 여긴 왜 와서 남학생 한명을 떨어지게 했느냐?", "여자들이 신학해서 남자들의 밥줄을 끊으려고 하는 것이냐?"란 식의 비아냥과 질타를 퍼부었습니다. 여기에 당시 새로 부임한 총장이 "여성안수반대"를 정치적 이슈로 삼으면서 여성에 대해 호의적인 교수들을 쥐 잡듯 내몰아 교내 분위기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죠.

또한 교회사역하면서 직위와 처우에서의 차별뿐만 아니라, 무시, 성희롱, 배제, 불평등과 억울함을 경험하면서 ‘총신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무슨 말이라도 하겠구나!' 결심하게 되어 "교회여성리더십의 이론과 실천적 방안"이라는 주제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문 : 여성으로서 기독교계,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예장합동 교단에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교단 내에서 여성 신학자의 위치에 대해 언급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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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강호숙 박사는 "여성과 남성은 ‘인간됨’을 이루는 상호보완적인 존재이면서, 주 안에서 ‘하나’로 연합하며 공동체성을 이루어야 할 파트너요, 이웃이요, 친구"라고 강조했다.

강 박사 : 현재 총신대학교에서는 교회음악과, 유야교육학과, 기독교교육학과 등에서 여교수들이 재직합니다. 그러나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에서는 여성교수가 한 명도 없는 실정이고, 신대원 커리큘럼에서도 여성관련 과목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 대목만 봐도 학교가 여학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학교가 배출한 여성신학자들을 "꿔다놓은 보릿자루" 처럼 여기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여학생들이 신대원 졸업 후에 대학원 석사(Th.m). 박사(Ph. D) 과정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데 학교가 여성 신학자들을 배출만 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지 않는다면, 인적자원 낭비일 뿐만 아니라 향후 엘리트 여성들이 교단을 떠나지 않을까 염려스럽네요.

문 : 여성안수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분분한 상황인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요?

강 박사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여성안수는 ‘성경적이며 복음적이다'라는 겁니다. 총신합동이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이유는 성경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교단의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는 말씀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하는데, 언어를 사용해야하는 인간으로서 그 의미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즉 ‘떠들지 말라'인지, 아니면 ‘설교(예언)를 하지 말라'인지, 또는 ‘교회에서 어떤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인지 구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경 문맥상 의미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무턱대고 문자적으로만 ‘잠잠하라'고 하는 것과, ‘가르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고린도교회에서 예언과 방언한 자들 가운데 여성이 있었다는 말씀을(고전11:5) 간과하는 것이며, 유니아, 뵈뵈, 브리스길라, 다비다, 예언한 빌립의 네 딸 등이 사도, 집사, 동역자, 선지자, 교사로서 역할을 감당했었음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날 복음전도자, 교사, 교수, 여전도사, 성가대원, 선교사는 왜 허락했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주님의 복음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복음입니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은 ‘인간됨'을 이루는 상호보완적인 존재이면서, 주 안에서 ‘하나'로 연합하며 공동체성을 이루어야 할 파트너요, 이웃이요, 친구입니다. 하지만 남성편향의 성경해석으로 복음대신에 ‘남성 헤드십'을 ‘창조질서'로 들이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거죠.

저는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남성목회자들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첫째, "남성 목회자들은 여성들이 전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복음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둘째, 남성목회자들은 유대인도 아니면서 복음의 증인(또는 사도)이 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결국 갈라디아서 3장 28절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라는 복음에 근거해야하는 게 아닐까요?

* 2부로 이어집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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