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국에 첫 발을 내딛고

김종문의 필그림소나타 4

드디어 비자가 나왔다. 한 번 다녀올 수 있는 단수비자였다. 다행스럽고 감사했지만 아직 경비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미국은 태국과는 달라 막대한 경비가 필요로했다. 한 목사님께서 필요한 구체적인 금액을 구하며 기도하라고 조언해주셔서 '하나님 삼천만원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요?'라며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구체적으로 기도를 해도 돈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을 구입해야 할 날이 다가오자 나는 아끼던 기타 몇 대를 처분했다. 아.. 가슴이 미어졌다. 나는 기타를 대할 때 나의 몸같이 대했다. 기타가 어디 살짝만 부딪혀도 내 온 몸이 아픈 것 같았는데, 그런 기타를 보내자니 정말 자다가도 눈물이 나왔다.

비자도 해결, 경비도 해결되었는데 한가지 문제가 남아있었다. 단원들의 환경이었다. 방송국 관현악단이었던 김신형 집사가 두달간의 휴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하지만 김 집사는 필그림앙상블을 만든 장본인인데 정작 자신이 빠진다는 것이 말이 안됐다. 결국 김 집사는 직장에 사표를 냈다. 결국 내가 팀의 유지를 위해 김 집사의 보수도 책임져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산넘어 산이었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다보면 일이 될 것 같지 않아 일단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출발했다.

이렇게 해서 필그림앙상블은 우여곡절 끝에 최초의 미국연주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미국연주여행이라는 기회가 찾아 오자 나는 이런 마음이 들었다. 우리 팀은 현재 아무런 지명도도 없고 히트한 음악도 없으니 미국여주여행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누군가 좋은 분을 만날 기회를 주시려나?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통해 역사 하신다는데…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나는 그 것을 믿었다. 그래서 그 동안 작업했던 음악들을 하드디스크에 잘 정리해 담아서 가져 가기로 했다. 누굴 만날지는 모르지만 혹시라도 음악에 관계된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 필그림앙상블의 음악을 들려 주고 또 내가 전에 만들었던 음악도 들려 주며 우리의 꿈을 이야기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6명이 먼 나라로 장기간 여행을 가려니 준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우선 개인 짐은 제쳐 두고 연주에 필요한 장비들을 체크하기로 했다. 미국은 전기가 100V를 사용하니 우리의 음향장비를 그 환경에 적합한 것들로 교체하거나 새로 장만했다. 또 무게를 줄이기 위해 모든 음향라인들을 얇으면서도 튼튼한 것으로 교체하며 새롭게 세팅을 해 나갔다. 개인 짐들은 2명당 가방 1개를 배정하여 최소한으로 줄였다. 공항에서 가방무게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전에 만전을 기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드디어 떠나는 날이 되었고 새벽 일찍 스튜디오에 모두 모여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지금까지 이 일이 계획대로 잘 준비된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였다.
    
사실 나는 성인이 되어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며 나는 줄곧 이런 물음을 마음속에 가졌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교회에 다니면 꼭 복음성가 같은 음악만 해야 할까. 당시 나의 활동은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때였고, 교회 안의 음악이 성에 차지 않았다. 기도도 이렇게 했다. '하나님, 제가 무슨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저를 세계적인 음악가로 만들어 주세요. 그러나 복음성가 같은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랬던 내가 지금 필그림앙상블을 이끌고 앞장 서서 찬양을 연주하고, 어떻게 하면 찬양을 통해 많은 영혼을 전도할 수 있나? 이런 것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팀은 음악선교에 대해 이런 비전을 품었다. 이 세상에 복음을 전할 곳이 아직 많이 있는데 우리가 그 일에 쓰임 받기를 원했고 낮은 곳에서부터 높은 곳까지 골고루 쓰임 받기를 원했다. 우리의 생각에 낮은 곳이라 함은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저개발국가나 문명과 동떨어진 오지가 쉽게 떠올랐는데 높은 곳이란 어디인지 또 어떻게 가는 것인지를 몰랐다. 그러나 한편으로 높은 곳이란 잘사는 나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 지도층에 계신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그런 분들이 오히려 더 외롭고 하나님의 위로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곳에 우리가 갈 수 있는 방법은 뛰어난 실력을 갖추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 그러다가 미국연주여행을 가게 되자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나라이며 세계질서 속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나라, 그 미국 땅에도 우리가 찬양으로 복음을 전할 곳이 많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랭코니아 교회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첫 연주지인 워싱턴의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를 마중 나오신 장로님과 현지 목사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며 짐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다음 날이 되어서 새벽예배를 간다기에 일찍들 일어 났다. 한국에서도 새벽예배를 거의 못 나갔는데 미국에 와서 새벽예배를 드리게 될 줄이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 앞의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렸다. ‘하나님! 이렇게 무사히 미국에 도착하게 인도해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모든 일정이 하나님의 계획하심 속에 순종하는 저희들이 되게 도와 주세요 아멘.’

첫 연주장소는 집에서 가까운 한인교회였다. 우리는 한국에서부터 연주에 대한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바로 연주가 시작되니까 혹시라도 있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첫 연주에서부터 말썽이 생겼다. 연주 전 리허설 때는 음향이 말짱하게 잘 나왔는데 막상 연주에 들어가니까 갑자기 지지직 거리는 잡음이 계속 크게 나왔다. 연주 중이지만 나는 기타를 내려 놓고 음향기계 앞에서 식은 땀을 흘리며 쩔쩔맸다. 어쨌든 다시 정상으로 돌려 놓고 연주를 재개했는데 도무지 연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정신 없이 연주를 하고 내려 왔는데 그래도 좋았다는 말씀들을 해 주시며 우리를 격려해 주셨다. 이렇게 처음연주는 고전을 했지만 문제점을 찾아내어 다음 연주부터는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조치를 취했다.

우리가 처음 연주했던 교회와 새벽예배를 드리러 가는 교회는 모두 프랭코니아로드 라고 하는  길 가에 있었는데 그 길이 세계에서 교회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기네스 북에 올라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길 양쪽으로 많은 교회들이 눈에 띄였다. 그런데 많은 교회가 있어도 우리나라처럼 빨간 네온 십자가는 한 군데도 없었고 교회가 크던 작던 간에 십자가는 거의 같은 크기였고 자그마한 사이즈로 보였다. 일단 겉모습부터 거추장스럽지 않고 깔끔하며 안정되어 보였다. 특히 주차장이 넓은 것을 보며 웬지 우리나라의 교회 주차장과 비교되며 땅 넓은 것이 처음으로 부러웠다.  

한국전쟁기념 조각공원

일주일간에 걸친 워싱턴에서의 연주를 모두 마치고 떠나기 전에 쉬는 날이 하루 있었다. 그 때 짧은 관광을 할 수 있었는데, 처음 간 곳은 링컨 메모리얼 채플이라는 곳이었다.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만 보며 이야기를 들었다. 유명한 장소이고 공연하기에도 좋으며 약 4,000석 규모라고 했다. 안내해주시던 장로님이 필그림앙상블이 언젠가 저 곳에서 연주했으면 좋겠다고들 말씀하셨다. 우리는 그런가 보다 하고 다음 장소로 옮겼다. 다음에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케네디센터, 이 곳 역시 유명한 공연장이라고 소개해 주셨다. 여기에서도 필그림앙상블이 공연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우린 또 그런가 보다 하고 자리를 떴다. 제퍼슨 기념관, 링컨기념관 등등…  워싱턴의 명소들을 바쁘게 훝고 지나갔다. 기억에 남는 곳은 한국전쟁 참전기념 조각공원이었다.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전쟁에 미국이 참전했던 것을 기억하는 곳이었는데 웬지 기분이 씁슬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인 백악관을 보러 주차한 곳으로부터 한참을 걸어 갔다. 날씨는 덥고 많이 걷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지쳐 있었다. 백악관 앞에 도착하여 여느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백악관을 배경으로 하고 사진도 찍고 담장 안의 백악관도 기웃기웃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속에서 은근히 올라 오는 것이 있었다.

‘하나님 저희가 백악관 구경하려고 이 곳에 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오늘 여러 공연장을 보게 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미리 보고 깨닫게 하신 것으로 알겠사오니 오늘 본 공연장들과 더불어 이 곳 백악관 안에서도 저희에게 공연할 기회를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지도자와 많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기회를 주시고 필그림앙상블의 찬양과 연주가운데 역사하실 것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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