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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부정부패와 "탐욕에 연단된 마음"

8월31일(수) 브라질 상원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함으로써 브라질의 좌파정권은 사실상 몰락했다. 2002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14년을 이어온 좌파정권은 이제 우파 진영으로 정권을 이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사건이 오늘 한국에서도 의의를 갖는 것은 국정운영의 화려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권력형 부패는 은폐될 수 없으며 용서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 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권력형 부패에 대한 타산지석을 얻은 셈이다. 어쨌든 정치인의 부정과 부패는 정파의 이념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추진하는 정책의 신뢰와 효율성에 불신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어 있다. 그래서 룰라가 2002년말 대선에서 승리한 뒤 "희망이 두려움을 이겼다"고 말했지만, 자신과 후계자인 호세프 대통령의 부정 의혹은 그 희망이 두려움에 패배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 희망은 정책의 성공에 대한 기대를 가리켰다. 하지만 정책 집행 과정에 개입하는 부정과 부패는 그 희망을 특정 소수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복무하도록 만들었다. 뇌물을 주고받으며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실적을 부풀리는 동안 공적 자금은 엉뚱한 곳에서 사유화되었다. 과연 "뇌물은 그 임자가 보기에 보석 같은즉 그가 어디로 향하든지 형통하게 하[는 것]"(잠언17:8)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경은 "사람의 품에서 뇌물을 받고 재판을 굽게 하[는]"(잠언17:23) 자를 "악인"이라고 지칭한다. 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하[기]"(출애굽기23:8) 때문에 악의 속성을 배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몰아내고자 했던 그 희망은 어둠속의 악에 오염되어 오히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말았다.

물론,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룰라도 재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장기불황과 저유가가 브라질 정국에 역기능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정부패가 끼치는 여파가 더 심각했다는 것이 브라질 국민들의 판단이다. 성경이 위에서처럼 뇌물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지만, 부정과 부패는 거짓 선생들처럼 "굳세지 못한 영혼들을 유혹하며 ... 그들이 바른 길을 떠나 미혹되어 브올의 아들 발람의 길을 따르[게]"(베드로후서2:14-15) 한다. 발람은 뇌물을 받고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고자 한 선지자이다. 그는 뇌물 때문에 '눈이 어두워지고 의로운 길을 굽어지게' 하려고 했다. 정책을 입안하거나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발람의 길"을 따르게 되면, 그들은 거짓선생들이 처하게 될 결국에 직면하게 될 뿐이다. 그가 "불의의 삯을 사랑하다가 자기의 불법으로 말미암아 책망을 받되 말하지 못하는 나귀가 사람의 소리로 말하여 이 선지자의 미친 행동을 저지"(베드로후서2:15-16)한 것처럼,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결국도 그러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부정부패는 "탐욕에 연단된 마음을 가진 자들"(베드로후서2:14)의 개인적인 비리이다. 성경은 "탐욕에 연단된 마음을 가진 자들"을 "저주의 자식"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물 없는 샘이요 광풍에 밀려가는 안개니 그들을 위하여 캄캄한 어둠이 예비 되어 있[다]"(베드로후서2:17).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탐욕에 연단되도록 방기할 때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결국은 자기자신뿐만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도 물 없는 샘과 안개 속으로 이끌어 캄캄한 어둠 아래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살게 만들기 때문에 그 여파는 개인적이지만 않다. 따라서 정치인 및 정책집행자들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헤스본 땅을 지나가고자 시혼 왕에게 제안한 말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데못 광야에서 헤스본 왕 시혼에게 사자를 보내어 평화의 말로 이르기를 나를 네 땅으로 통과하게 하라 내가 큰길로만 행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라 너는 돈을 받고 양식을 팔아 내가 먹게 하고 돈을 받고 물을 주어 내가 마시게 하라 나는 걸어서 지날 뿐인즉 (신명기2:26-28)

정치적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기관리를 하는 도정에는 항상 '큰길'이 필요하다. 그 길은 정의이다. 정의를 추구하는 도정에서 좌로나 우로 치우치는 것은 탐욕의 작용이다. 탐욕을 예방하는 길은 "너는 돈을 받고 양식을 팔아 내가 먹게 하고 돈을 받고 물을 주어 내가 마시게 하라," 즉, 자기가 수고한 대가로 정직하게 생활하는 자세를 가다듬고 국가의 정책도 그러한 정신을 기반으로 입안하고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큰길의 마지막에 도달할 때까지 그 과정을 꾸준히 "걸어서 지나"야 한다. 이는 작금의 한국 정치인들도 비켜갈 수 없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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