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복신앙으로 변질된 한국교회 '구원클럽' 탈피해야"

미래교회 컨퍼런스 '탈교회/탈종교 시대, 교회 존재 의미의 재구성' 강연

kangnamsoon_01
(Photo : ⓒ베리타스 DB)
▲강남순 교수가 탈교회 시대 교회가 가져야 할 정체성으로 '예수의 아카이브로서의 교회'를 들었다. 강 교수는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기독교회는 온전한 교회의 의미를 담고 있는 '플랜 A'가 아닌 '플랜 B'의 자기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교회는 교회의 존재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에 대한 다양한 기억을 보관하고 그 기억을 더듬어서 실천하고자 하는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개인의 물질적 성공과 번영을 추구하는 '구원클럽'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현대의 교회가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탈교회의 현상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확산될 것이다."

26일 서울 신촌 연세대 신학관 예배실에서 열린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 '탈교회/탈종교 시대. 교회의 존재 의미의 재구성: 혐오의 종교에서 환대의 종교로'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 강남순 교수가 강연 말미에 탈교회 현상이 삼회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강남순 교수(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는 이날 강연에서 탈교회/탈종교 개념에 대해 먼저 살폈다. 강 교수는 ""탈"에 대한 이해에 따라 "탈교회/탈종교"적 현상에 대한 매우 상반된 해석과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탈'(post)의 개념은 두 가지로 각각 △이후(after)라는 개념과 △너머(beyond)라는 개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교회/탈종교'라는 사회적 징후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교회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묻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교회의 의미는 자명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자명한 것이란 없다"면서 "사실상 예수와 교회 사이에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공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예수와 교회 사이에 거리가 실종되고 예수와 교회를 동일화 할 경우 발생 가능한 교회주의를 우려했다. 강 교수는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교회는 그 자체의 조직화를 통하여 성직자 중심주의, 기독교 우월주의, 승리주의, 율법주의를 그 중심적 가치로 두면서 '조직 자체의 유지'가 주된 존재 의미로 자리잡는다"고 비판했다.

kangnamsoon_02
(Photo : ⓒ사진= 김진한 기자)
▲26일 서울 신촌 캠퍼스 신학관 예배실에서 열린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 강남순 교수가 '탈교회/탈종교 시대. 교회의 존재 의미의 재구성: 혐오의 종교에서 환대의 종교로'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예수와 교회 사이의 거리를 주목하면서 그 연속적 불연속성을 강조한 강 교수는 이어 오늘날 탈교회 기독교인의 의미와 탈교회 교회 정체성과 과제 등을 짚었다.

강 교수는 탈교회 기독교인의 의미에 대해 "'예수'가 대변하는 가치와 '교회'가 대변하는 가치, 이 두 축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거리를 인정하고 그 거리를 좁히는 방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탄생이 가능하다"면서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기독교는 '예수'가 대변하는 가치들이 무엇이며 그 가치들을 확산하고 실천하기 위해 무엇이 요청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씨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탈교회 시대 교회가 새롭게 가져야 할 정체성으로는 '예수의 아카이브로서의 교회'를 들었다. 강 교수는 "교회는 '구원클럽'(Salvation Club)이 아니다"라며 "화려한 건물과 왜곡된 '축복'과 '값싼 은총', '이기적 구원' 등으로 점철된 구원클럽으로서의 교회는 '멤버쉽' 유지 자체를 '예수 믿음'과 일치시키면서 결국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배반하는 집단이 될 뿐"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탈교회의 시대적 과제로 "예수로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그는 "혐오와 정죄가 아닌 포용과 환대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결단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라며 "예수는 자신의 가족들만의 성공과 구원을 모색하는 이기적 구원과 물질적 축복에 대해 약소하거나 선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데리다의 "악마적인 것은 비책임성"이란 말을 인용한 뒤 "종교가 한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개별인들의 성공이나 기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탈종교 시대 교회의 존재의미는 예수의 환대를 다차원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며 강연을 맺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