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경동교회 설교] 깨어서 준비해야

2019년 12월 1일 주일예배 채수일 목사 설교

chaesuil
(Photo : ⓒ경동교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경동교회 채수일 목사

성경본문 이사야서 2:1-5
이것은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가 유다와 예루살렘을 두고, 계시로 받은 말씀이다. 마지막 때에, 주님의 성전이 서 있는 산이 모든 산 가운데서 으뜸가는 산이 될 것이며, 모든 언덕보다 높이 솟을 것이니, 모든 민족이 물밀듯 그리로 모여들 것이다. 백성들이 오면서 이르기를 "자, 가자. 우리 모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나님이 계신 성전으로 어서 올라가자.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님의 길을 가르치실 것이니, 주님께서 가르치시는 길을 따르자" 할 것이다. 율법이 시온에서 나오며, 주님의 말씀이 예루살렘에서 나온다. 주님께서 민족들 사이의 분쟁을 판결하시고, 뭇 백성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실 것이니, 그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오너라, 야곱 족속아! 주님의 빛 가운데서 걸어가자!

로마서 13:11-14
여러분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 압니다.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벌써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구원이 우리가 처음 믿을 때보다 더 가까워졌습니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낮에 행동하듯이, 단정하게 행합시다. 호사한 연회와 술취함, 음행과 방탕, 싸움과 시기에 빠지지 맙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을 입으십시오. 정욕을 채우려고 육신의 일을 꾀하지 마십시오.

마태복음서 24:36-44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각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 노아의 때와 같이, 이 인자가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홍수 이전 시대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가고 시집가며 지냈다. 홍수가 나서 그들을 모두 휩쓸어 가기까지,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다. 인자가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그 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을 터이나,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맷돌을 갈고 있을 터이나,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그러므로 깨어 있어라. 너희는 너희 주님께서 어느 날에 오실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집주인이 도둑이 밤 몇 시에 올지 알고 있으면, 그는 깨어 있어서, 도둑이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는 시각에 인자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1.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를 예언하신 후 올리브 산에 앉아 계실 때,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다시 오시는 때와 세상 끝 날에는 어떤 징조가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마 24,3).

세상 종말의 징조는 무엇이며, 그 종말의 날은 언제 인가? 이 질문은 예수님의 제자들만의 관심이 아닙니다. 큰 전쟁이나 엄청난 자연재해로 인한 파멸을 경험한 사람들이 한 시대의 전환기에 늘 제기한 질문이지요.

그런데 예수님은, '그 날과 그 시각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마 2436)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외에는 누구도, 세상의 종말이 언제 올지 말할 수도, 또 결정할 수도 없다는 뜻이지요. 역사 속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사이비 종말론자들, 세상 종말의 날을 확정하고, 파국적 심판을 예언하면서 민중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면서, 사익을 챙겼던 사기꾼들에게 예수님의 이 말씀은 당혹스럽게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종말의 표징을 노아의 때에 빗대어 말씀하십니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가고 시집가며 지내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마 24,37-39). 자기의 일상생활에 파묻혀 세상 돌아가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홍수가 나서 그들을 모두 휩쓸어 가기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니, 깨달음은 언제나 당한 후에야 오고, 시대의 징조를 읽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종말의 때에, '밭에 있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버려둘 것이며, 맷돌을 갈고 있는 두 여자 가운데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라는 말씀입니다(마 24,40-41). 왜, 똑같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을 하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구원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심판을 받는지, 왜, 그 두 사람의 운명이 달라지는지, 그 이유가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도 선택은 전적으로 하나님 자신에게 있지, 인간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다만 깨어 있는 것입니다(마 24,42). '깨어있다'는 것은 인자의 재림과 함께 시작될 세상의 종말이 어느 날에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어라'는 뜻이라고 예수님 자신이 부연설명하십니다(마 24,44).

김민수가 펴낸 어원사전에 의하면 '깨다'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는 '잠, 꿈, 술기운이 사라져 정신이 맑아지다', 둘째는 '조각내다', 셋째는 '깨달음, 다시 말해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의 소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석 유영모는 '말씀은 빛나는 거야. 빛날려면 깨야지. 깨져야지, 죽어야지'라고 합니다. 깨달음은 지금까지 깨달았다고 믿어온 것, 모든 기성의 지식을 깨고, 동시에 지금까지 믿어온 자신도 깨져야, 그리고 마침내 자기가 죽어야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깨어 있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잠을 자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의 종말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옛 세상이 사라지고, 새 세상이 언제 시작되는지 비록 그 때는 알 수 없지만, 시대의 징조를 읽어내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신주단지 모시듯 고집해온 모든 기존의 것, 모든 기성의 것, 이른바 전통을 깨야합니다. 그리고 새 것을 담기 위해 우리 자신도 깨져야 하고, 새 생명을 위해서는 옛 생명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교회는 올해 창립 74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고희(古稀)를 넘기고, 희수(喜壽), 곧 77세를 향하여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희'와 같은 맥락에서 쓰이는 단어는 '종심'(從心)인데,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말로 공자(孔子, BC 551 - BC 479)가 '나이 일흔에 마음이 하고자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고 한데서 유래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제 '종심'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하여도 주님의 가르침을 넘어서거나, 주님의 말씀에 어긋나지 않을 만큼 연륜이 쌓인 공동체가 될 나이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2. 그렇다면 '종심'의 나이에 이른 우리 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예언자 이사야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님의 길을 가르치실 것이니, 주님께서 가르치시는 그 길을 따르라고 호소합니다. 주님께서 가르치시는 길, 그 길은 뭇 백성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며,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고,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않는' 길입니다(이 2,4).

우리는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큰 규모의 형제전쟁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는 군비확장을 추구했고, 지금도 어마어마한 군비를 지출하고 있습니다(2017년 40조 3347억 원/ 2018년 43조 1581억 원/ 2019년 46조 6971억 원/ 2020년에는 50조원 넘을 듯/ 정부예산 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면 국방비가 정부예산의 10퍼센트를 차지함). 게다가 우리는 지금 주한미군을 위해서도 방위비분담금 다섯 배 인상을 압박당하고 있습니다(2018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 원이었고, 2019년은 1조 389억 원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인상하라고 압박).

과연 미국이 우리와 함께 피 흘려 나라를 지킨 동맹인지 의심스럽지만, 그렇게 많은 방위비를 지출한다고 해서, 과연 우리 사회가 더 평화로워지는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평화는 비싸다며, 끊임없이 군비를 확장한다고 해서, 평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년, 2020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70년, 4.19혁명 60년이 되는 해이자, 한국에서는 총선이, 미국에서는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한반도 주변정세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어둡기만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누가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을 원하는지, 갈등과 분단 상황의 유지로 누가 이익을 보는지, 누가 평화의 길을 막는지, 우리 민족의 운명을 누가 결정하는지, 보고, 알아야 합니다. 아니, 단지 보고,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 압니다.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벌써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구원이 우리가 처음 믿을 때보다 더 가까워졌습니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롬 13,11-12).

그렇습니다. 지금은 밤이 깊고, 낮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언제 낮이 올지 모르지만, 역사의 전환기에 우리는 깨어서 현실을 바로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빛의 갑옷을 입은 신앙공동체가 됩시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