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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홍정길 목사, 전광훈 식 정치선동 멈추라
3년 동안 고통스러웠다는 홍정길 목사, 진짜 고통에 귀기울였던가?

입력 Feb 14, 2020 03:07 PM KST

anglican
(Photo : ⓒ 남서울은혜교회 )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가 말씀과 순명 기도회에서 한 설교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그것을 넘어서는 한 가지 선택을 더 해야 됩니다. 체제를 선택해야 될 선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가 12일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한 설교 중 일부다.

홍 목사 외에 이동원·정주채·유기성·이재훈·주승중·지형은 목사 등이 주축이 되 '나라를 위한 기도 모임 - 말씀과 순명'이라는 기도회가 12일부터 매주 수요일 열리는 데 홍 목사는 첫 기도회 설교를 맡았다.

홍 목사는 설교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거침 없이 내뱉었다. 오는 4월 치러지는 4.15 총선거가 '체제를 선택해야 될 선거'라고 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홍 목사는 설교 중 이런 말도 했다.

"지금까지 그 고통 속에 여기까지 온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취임식에서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3년여 지금 시간이 흘렀습니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중략)

이 나라 경험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사회주의도 경험해봤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것까지 안 한 나라가 딱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토머스 모어 경이 썼던 유토피아라는 책에 기록된 이상향의 세계. 아무도 못 가봤어요. 아직."

홍 목사는 그러면서 "아마 이번 15일까지 이런 문제들을 놓고, 눈을 부릅뜨고 이 나라를 여기까지 오게 하신 하나님의 축복이 어떤 체제를 통해서 계속 전달될 수 있는가를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 목사들부터 나의 죄를 내놓고 기도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얼핏 들으면 신앙고백 같이 들린다. 그러나 메시지는 명백히 정치적이다. 매주 거리에 나와 반정부 선동에 가까운 집회를 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전 목사가 다소 거친 스타일이라면 홍 목사는 세련미 넘친다. 하지만 전 목사나 홍 목사나 이승만 대통령을 추앙하고, 1948년을 건국으로 본다는 점에서 한 줄기다.

홍 목사의 설교는 또 지난 해 8.15 기념주일 설교와 맥이 닿아 있다. 그는 이때 이렇게 설교했다.

"하나님 없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1948년 8월 15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대한민국 건국일을 1919년 4월 11일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임시정부 기념일입니다. 임신했다고 생일 안 치르잖아요?"

말씀과 순명 기도회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왔다. 홍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도 함께 드러냈다.

"나라를 건설했습니다. 1948년 5월 10일, 우리 민족은 최초 투표했고, 그 투표에서 우리나라 국체를 결정했습니다. (중략)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자였기 때문에, 백성이 반대하면 물러나야지. 그가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했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 국가 실패한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물러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에, 양심이 있어 민심 속에 하나님 음성을 듣고, 지팡이 들고 경무대를 나온 것이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의 시작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홍정길 목사와 전광훈 목사는 한 줄기

홍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명성교회 세습이나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의 갖가지 의혹, 잇다르는 목회자 성범죄 등은 한국교회의 주요 개혁 과제였다. 홍정길 목사나 이동원 목사, 정주채 목사 등은 이 같은 과제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이에 교계는 물론 사회에서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홍 목사, 그리고 정주채 목사 등의 최근 행보는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정국 구상에서 사회주의 체제에서 행했던 것들"이라고 한 홍 목사의 발언에선 실소마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이 나라를 사회주의로 만들려 한다"는 전광훈 류의 선동과 다를 바 없는 망발이다. 이자들이 한국교회 원로로 대접 받았다니,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홍 목사에게 묻고 싶다. 사회주의가 무엇인가? 왜 정부 여당이 내건 정책이 왜 사회주의인가? 무엇보다 사회주의 정책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성서는 정치이념이나 경제 논리를 설파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서 속에 드러난 경제관은 오늘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침 9시에 온 노동자나, 정오, 오후 3시에 온 노동자에게 똑같이 하루치 임금을 지급한 포도원 주인의 이야기가 특히 그렇다.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볼 때, 포도원 주인은 임금을 차등지급해야 한다. 포도원 노동자도 이 점을 들어 포도원 주인에게 따진다. 그러나 포도원 주인은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오" 하면서 되묻는다.

각자 능력껏 일해서 소득을 올리되 형평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하자는 게 성서가 드러내는 경제관이다. 이 같은 경제관은 사회주의 경제 논리와도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유럽의 경우 기독교계 정당이 성서에서 영감을 얻어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내놓은 사례도 있다.

홍 목사에게 다시 묻는다. 사회주의가 무엇인가? 무슨 근거로 정부 여당이 내건 정책이 사회주의라고 하는가? 사회주의 정책은 해선 안 되는 것인가?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한다면 이 나라가 사회주의로 갔으면 한다. 현재 한국사회는 부의 불평등이 제도적으로 고착화되어 가는 과정이고,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재벌 대기업에 특혜를 허용하는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도 없지 않다.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엔 사회주의 경제정책이 적절한 처방이 될 여지도 없지 않다.

홍 목사에게 또 묻고 싶다. 지난 3년 동안 고통스러웠다고 했는데, 뭐가 그리 고통스러웠는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고통당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직접고용을 외치며 거리로 나온 톨게이트 노동자들,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 태안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이들이 여전히 거리에서 투쟁 중이다.

이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 보았는가? 만약 이들의 고통에 안중에도 없다면, 3년 간 고통스러웠다는 홍 목사의 말은 거짓이다.

홍 목사에게 바란다. 당장 정치 선동을 멈추고 고통 당하는 자의 절규에 귀기울이라고. 그리고 다시는 원로 대접 받을 생각 하지 말라고. 홍 목사류의 원로는 이 사회에 해악만 끼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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