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코로나19가 일깨운 예배의 의미

예배 강행한 일부 교회, 공동체 속 존재 이유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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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임현수 작가)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예배의 의미를 새로이 일깨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예배 중단을 호소했지만, 22일 구속 중인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연세중앙교회 등 일부 교회는 예배를 강행했다.

대구·경북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가 나온 충청지역 교회 일부도 현장예배를 진행했다. 대전시는 시내 교회 2178곳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30%가 넘는 733개 교회가 예배를 드렸다고 발표했다.

국내 최대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합동, 김종준 총회장)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예장합동 교단은 정부와 지자체의 주일예배 점검이 감시와 통제로 변질될 수 있다며 예배당 출입 확인서를 만들어 소속 교단 교회에 배포했다.

출입 확인서엔 △예배 시작부터 끝까지 경건한 자세로 참여해 예배 진행을 방해하지 않기 △예배 중 사진 및 영상 촬영 금지 △정확한 신분 확인 절차에 동의 △신천지 등 이단사이비와 무관함 확인 △공무원으로서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고 교회를 향한 어떠한 위헌과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 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예장합동 총회 측은 공무원이 해당 확인서에 서명할 경우에만 교회 출입을 허용할 것을 독려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여기에 더해 교단 소속 목회자에게 "코로나19 사태에 긴급행정명령권을 발동해 이번 주일예배에 대한 지도, 감독차원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강제적으로 예배당에 진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종교탄압이요 신성모독"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회중 예배는 정교회·가톨릭·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전통에 비추어 볼 때,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으로 인해 예배가 중단되는 건 그리스도교 교회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를 치료할 치료제가 없어, 접촉 차단 외에 별다른 예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고향 독일도 예배 중단했는데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종교 집회를 제한하고 있다. 종교개혁의 발상지 독일의 경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2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종교시설에서의 예배와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교회도 정부 방침에 화답했다. 독일 20개주 교회 교단이 꾸린 '독일개신교총회'(EKD, 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는 13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6주간 모든 예배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성도들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나누도록 권고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교회에 예배를 중단할 것을 호소하는 건, 예배가 못마땅해서가 아니다. 예배 집회에 성도들이 모이고 따라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명성교회를 비롯해 성남 은혜의강 교회, 부천 생명수 교회 등 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달았다.

주말 예배를 강행한 곳이 '일부'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합동이 주일예배 중단을 종교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건, 이 나라 주류 보수 교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개신교 교회와 가톨릭 교회가 나서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 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는 예기치 않게 그리스도교, 특히 개신교 교회에 예배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답은 분명하게 나와 있다. 바로 교회는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한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KBS 주말 '뉴스9'을 진행하는 정연욱 앵커는 21일 클로징 멘트에서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지역사회의 호소를 무시하고 예배를 강행한 교회 목회자와 성도에게 전해주는 예언자적 울림이 있는 클로징 멘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예배가 사라지면 교회의 의미가 없다, 지난 일요일 현장 예배를 강행했던 어느 교회 설교였습니다.

그 예배의 한 가운데 공동체 의식도 함께하기를 희망합니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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