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설교] 함께 살아간다는 것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담임)

출애굽기 24장 3-11절, 시편 91편 9-16절, 마가복음서 3장 1-6절

[사순절과 고난 주간을 보내며]

hanmoonduck
(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지난 한 주는 고난주간이었고, 2월 마지막 주 수요일부터 어제까지는 사순절이었는데, 우리는 사순절 내내 코로나 19로 인해 함께 모이는 모든 예배와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사순절과 고난주간이 될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교회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동영상 교육 자료를 조금씩 준비하며, 설교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훈련을 했는데, 이번에 본격적으로 영상작업들을 하면서, 교회가 일종의 스튜디오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전도사님 두 분은 편집 프로그램을 처음 사용하지만, 젊은 세대답게 지금은 영상 편집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고, 예기치 않게 몰아닥친 상황에서 매우 애쓰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 교회는 매년 사순절 묵상을 해 왔으므로, 매일 아침 말씀과 동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고, 한편으로 위로를 삼습니다. 작은 교회이지만 돈 보다는 사람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두 분의 부교역자를 두었기에 이런 모든 대처들이 가능합니다. 언젠가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 드렸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이런 훈련들을 통해 목회자들은 목사들의 목사가 되고, 성도들은 평신도 목회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이 작지만 전 세계를 이끄는 것처럼, 우리 생명사랑교회도 작지만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와 여러분이 함께 마음을 모으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지혜를 얻는다면, 우리는 변하는 세계에서도 훌륭하게 적응할 뿐만 아니라, 그 변화를 앞에서 이끌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기원전과 기원후를 표시하는 B.C.와 A.D.가 새롭게 정의된다고 합니다. 원래 B.C.는 Before Christ 즉 '그리스도 이전'이라는 영어이고, AD는 Anno Domini로 '주의 해에'(in the year of our Lord)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예수님을 기준으로 기원전과 후를 나누었지요.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고 B.C.는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가 되었고, AD는 After Disease(질병 이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의사들과 학자들이 현 지구 상황에서는 이런 감염병이 반복적으로, 지금보다 더 빠른 주기로 올 것을 예상하고 있으며, 빠르게는 올 겨울에 코로나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은 지구가 80억에 가까운 인류를 감당하면서 몸살을 앓는 것이고,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바이러스이며 코로나가 백신이라는 얘기들이 오갑니다. 최근에 전 세계가 잠시 멈추면서 인도북부에서도, 200km 떨어진 히말라야 정상이 보였다고 합니다. 대기의 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진 것입니다. 사람의 활동이 줄어들 때 자연과 지구가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코로나 19는 우리로 하여금 매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부활주일!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날이고, 죄와 죽음의 세력에 신음하던 모든 생명들에게 기쁨의 소식이 들린 날입니다. 부활절이야말로 모두가 상생하는 아름다운 꿈과 비전의 날이자, 모든 절망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날입니다. 부활이 예수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생물, 인류 전체에게 생명의 날이 되려면 지금의 코로나 상황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기보다는 코로나 19를 통해 뭔가 배워야 합니다. 저는 고난 주간을 보내며, 2000년 전 예수께서 당하셨던 고난의 의미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고난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고, 오늘은 여러분과 그것을 나누고자 합니다.

[코로나 19 이후에 인류가 추구해야할 가치]

인류가 지구상에서 만물의 영장으로 모든 동식물과 자연환경을 다스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큰 과제로 다가온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문제였습니다. 살아가기에 늘 위험 요소로 가득 찼던 자연환경에서, 인간들은 남보다 먼저 더 좋은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해 왔습니다. 더 좋은 땅을 차지하고, 고급 지식을 획득하고, 남보다 앞서서 자연을 사용할 수 있을 때, 더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한정된 땅은 사람들의 무한한 욕망을 채워주기에는 늘 부족했기에, 인류는 초기부터 불평등을 겪었고 이것이 가장 고질적인 사회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억압하며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었기에 당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꿈꿔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세월 인류가 꿈꿔온 가장 소중한 가치는 바로 "자유와 평등"이었습니다. 전제국가에서 신음하는 백성들, 독재국가에서 삶을 유린당하던 시민들은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대다수의 평민들이 극심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때면 평등을 외치며 혁명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방식이 폭력적일 때는, 반복되는 보복의 악순환으로 끊임없는 전쟁을 야기했고, 그것은 또 인간의 삶을 고통의 구렁으로 몰아넣었기에 자유와 평등에 더하여, 사랑과 평화의 가치를 또 드높이게 됩니다. 자유와 평등을 만드는 정의는 바로 사랑과 평화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는 외침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인류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지구의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전 세계 인류가 가장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인류의 생명은 자연에 달려 있다는 것을 여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서구문명을 중심으로 추구되었던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재고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몸을 가진 존재이고, 지구라는 생태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제 인류는 "자유와 평등"이 아니라 "자율과 협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율'은 스스로를 규율하고 조절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자유는 억압하는 자를 타파하는데 중점을 두기 쉽고, 우선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율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율은 남과의 관계를 생각합니다. 함께 사는 것을 고민합니다. 코로나 19 시대에 자신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라며 마음대로 나다니면 다른 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삶을 적절하게 규율할 수 있는 힘입니다.

평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인류는 불평등을 없애려고 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분쟁과 분열을 낳았습니다. 저마다 평등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노동자로 사장과 싸우고, 집에서는 아내에게 폭력을 행하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평등은 때때로 획일화를 낳았고, 각 개인이 지닌 개성을 말살하는데 이용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코로나 19 이후 시대에 저는 협력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능력을 골고루 고려하며 함께 협력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저마다 상황이 다르고, 능력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하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평등하게 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자신이 가진 것으로 남이 가지지 못한 것을 메꿔줄까 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서로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줄 마음이 요청됩니다.

경제적 자유는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평등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측면이 있기에 자유와 평등은 서로 반목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자율과 협력은 서로가 서로를 북돋우어 주는 관계입니다. 협력하려면 스스로를 규율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을 조절하고 내세우지 않는 자기절제 속에서만 함께 협력하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과 협력의 시대에는 자신의 깜냥을 잘 알고, 남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청하며,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하는 겸손한 자세가 요청됩니다.

[코로나 19 이후에 교회가 나아갈 길]

이번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한국교회가 드러낸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사회와의 소통 부족이었습니다. 과거 시대의 교리를 고집하면서, 지금 사회의 상식을 따라가지 못한 교회는 세상의 비난 한복판에 섰고, 교회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외딴 섬처럼 세상의 변화에 무감각하였기에 세상의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전 교역자가 세금을 내고 사대보험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로부터 일자리 안정자금도 받고, 건강보험료도 감액 받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일원으로 의무와 권리를 함께 행하고 누립니다. 작은 것부터 교회는 세상과 발맞추어 갈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여느 교회와 같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섬깁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을 교회에서 펼칠 때는 교인 전부의 뜻을 모아야하기에 목회운영위원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교회를 운영합니다. 이것이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 대처할 때 매우 유용했습니다. 출석교인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목회운영위원들이 함께 모여서 교회의 활동을 논의하기에 교인들 다수의 상식적인 생각들을 모아서 이번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 1인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이 쏠려 있는 교회들은 다중 지성의 힘을 빌어야 할 이 때에도 소수의 무리한 결정과 안일한 대처로 우왕좌왕 하는 일들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작은 교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큰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을 중시하며, 관습에 익숙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교인들과 목회자들은, 예배는 교회 와서 드려야 하고, 헌금은 예배시간에 봉투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 교회를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해지고, 게다가 교회 건축으로 빚까지 진 교회들은 지금 모두 매우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고령화 된 교회는 인터넷 사용이나 스마트폰 사용, 온라인 예배에 익숙하지 않고, 한 달 넘게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면서 신앙인들의 열정도 시들하게 만들었습니다. 모여서 함께 찬양하고 침을 튀겨가며 통성기도를 해야 속이 시원했던 교인들은 지금 상황이 매우 괴롭습니다.

그러나 2000년 교회전통에는 다양한 기도가 있고, 변하는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의 모습도 얼마든지 새롭게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임을 적절하게 섞을 수도 있고, 깊은 독서, 말씀과 함께 하는 기도는 분주한 우리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며, 오랜 영성훈련은 내면으로부터 깨달음을 솟아나게 합니다. 그러나 기복신앙과 감정에 치우쳐 있던 신앙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신앙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지 않고, 말씀에 뿌리를 내리고, 삶이 예배인 생활신앙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기존의 교회가 대형마트나 백화점식의 모습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교회는 작지만 특색 있는 명품들만 모아놓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각 가정을 중심으로 스스로 신앙을 키워나가는 교육과 방법들이 있어야 합니다. 인기 스타 같은 한 명의 목사에게 의지하고, 많은 예산과 큰 건물로 세력을 과시하는 교회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내용이 알찬 교회가 필요합니다. 교인들을 만나면 그들에게서 예수 그리스도의 귀한 말씀들이 울려 나오고, 삶에서 향기가 나는 사람들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참 제자가 되는 길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제가 월요일 아침마다 드렸던 월요묵상을 꾸준히 읽으며 실천한 분들, 사순절, 대림절 일 년에 약 두 달 반의 시간을 매일 영성을 키우는데 애썼던 교인은 제가 부임한 후 지난 5년의 세월동안 훨씬 더 깊은 신앙을 간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한국은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서 선진문명의 후발주자가 되었기에, 열심히 서구를 배우고 베껴서 지금의 자리까지 왔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아끼면서 살아서 부자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 우리가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하고, 훨씬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전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BTS가 그렇고,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킹덤'이 보여주듯 문화도, 예술도 그리고 이번에 의료분야도, 민주주의의 시민의식도 우리가 앞서갑니다.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적당한 소비가 필요하고, 돈의 흐름을 읽어가며 수익을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창의성을 가지고 이전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것들을 해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경제와 정치, 문화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합니다. 미래는 모험이야말로 새로운 가치로 여겨질 것입니다. 특히 지구의 전 생명체를 살리기 위한 모험에는 주저 없이 나서야 합니다. 지금 전세계는 인적, 물적, 정보 차원에서 통으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입니다. 생명사랑교회는 단순히 지금 상계동의 한 예배 공간에 머물러 있는 건물의 교회가 아닙니다. 수요사경회를 통해서는 3-4천명의 사람들이 저와 성경공부를 하고, 생명사랑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는 몇백명이 우리와 함께 온라인 예배를 드립니다. 제가 자주 말씀 드렸지만, 우리는 우리교회의 정식 등록한 교인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응원하는 미래의 우리 교인들을 수백명 수천명 두고 있습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목회해야 하고, 새로운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고, 우리가 올바르게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한다면 도우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목회운영위원회에 제안하였고, 부활주일을 맞아 우리 교회는 예산을 아끼어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 교인 114명에서 생명사랑가족 생활지원금을 개인당 5만원씩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이전 교회들이 해오던 구제비가 아닙니다. 특별히 더 힘든 교우를 돕는 일은 또 따로 예산을 마련합니다. 생활지원금은 초대교회처럼 능력 있는 사람이 벌어 와서 필요에 따라 쓰는 초기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려는 시도입니다. 더구나 코로나로 위축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각 가구들이 소비를 해 주어야 하는데, 작은 금액이지만 정부와 지자체와 함께 한국 전체 경제를 물 흐르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직분이나 헌신 봉사를 많이 한 사람만 주는 것이 아니고 모두에게 제공되는 것이기에 하나님의 무조건적 은총을 누리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들도 다 받습니다.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집안에만 있던 아이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수고한 부모들에게는 지친 일상에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넉넉하여 여유가 있는 교인이라면 그것을 가지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도 있고, 교단총회가 하고 있는 코로나 19 재난 구호 헌금을 낸다든지, 북한에 마스크를 보내는 데 사용하든지, 김준환/김옥선 선교사와 명승인 목사의 선교활동에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회는 돈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의 일을 하는 곳입니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거대한 교회 건물을 보고 욕을 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모이는 예배를 고집하는 모습에 목사들이 돈 벌려고 저런다고 비난을 합니다. 물론 신앙과 교회 전통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하는 말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점들은 교회가 자초한 것도 있고, 교회의 선교를 생각할 때 이런 분위기라는 것을 매우 깊이 고민해야 할 점들도 있습니다.

[손을 내밀어라]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마가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안식일에 회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없애버리려고 모함하는 것을 알면서도 과감하게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칩니다. 한 번도 세상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던 그를 가운데로 불러 세웁니다. 그리고 손을 내밀라고 합니다. 그가 당당하게 손을 폈을 때, 그의 손이 펴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그 자리에 임합니다.

지난 100여년의 한국의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교는 매우 혁혁한 공들을 세워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처럼 건전하고 좋은 교회마저 위축됩니다. 지금의 형편이 그러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서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세상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교의 깊은 역사와 전통, 예수님의 진리와 지혜를 깊이 있게 깨닫고 내 삶에 녹여낼 줄 알아야 합니다.

오늘 모세와 아론, 나답과 아비후 그리고 일흔명의 이스라엘 장로들이 하나님을 뵙고 하나님과 함께 먹고 마시며 주님의 언약의 책의 말씀대로 지킬 것을 다짐하였듯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뜻, 하나님의 나라에 충실해야 합니다. 올바른 내용을 지니고 실천할 수 있다면 돈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뜻이 있고 올바른 실천이 있는 곳에 마음과 돈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피난처로 삼아야지 돈을 피난처로 삼으면 안 됩니다. 가장 높으신 분을 우리의 거처로 삼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해야지 돈을 사랑해선 안 됩니다. 새로운 예배처소를 위해서 건축헌금도 했지만, 그것을 핑계로 우리교회가 하나님의 일을 미뤄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정확하게 하나님의 일을 하면, 하나님께서 나머지 모든 것들을 해결해 주십니다.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오늘 설교제목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 설교 제목은 제가 생명사랑교회에서 담임목사가 되어 목회하기 시작한 첫 날의 설교였습니다. 그 때 저는 속으로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 생명사랑 식구들하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존속하려면 공간도 필요하고 사람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늘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러나 그 모두는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행하면서 갖춰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려면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할까요?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사랑의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의지할 때, 우리 마음은 흐트러지고, 우리의 삶은 꼬이게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 19는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는 지구 전체의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를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뜻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여줍시다.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줍시다. 우리가 먼저 함께 살고, 거기에 이웃을 초청하고, 자연을 초청하고 모든 이들을 불러 모읍시다. 이것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시어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입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생명과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새 시대에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함을 압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배우게 하여 주시고, 눈을 더 크게 뜨고 더 멀리 바라보게 하여 주소서. 코로나 19의 상황은 우리에게 변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안주하려는 마음을 걷어내고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유연함을 갖게 하여 주소서. 무엇보다 전체의 생명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을 중심에 놓았던 점을 회개합니다. 우주를 품으시는 하나님의 관점을 우리 또한 갖게 하시고, 한국 교회도 새롭게 바뀌게 하여 주소서. 주님께서 계획하시고 만들어 가는 세상에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쓰임 받게 하시고, 우리 모두가 준비된 일꾼이 되어, 헌신하게 하여 주소서. 성령의 충만함으로 언제 어디서나 하늘나라를 누리는 우리가 되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며, 온 생명이 다시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 나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우리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하여 지혜를 모읍시다. 다시 만나는 그 날에 더 멋진 모습이 되도록, 새로운 모험과 도전에 뛰어 듭시다.

* 축도

그리스도의 온기가 여러분들을 치유하고, 그리스도의 눈이 여러분들을 응시하며,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에게 언제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사귐이 한 걸음 나가기 위하여 준비하는 생명사랑 교우들 위에, 코로나 19로 새로운 삶을 요구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을 위하여 애쓰고 수고하는 모든 이들 위에 지금으로부터 영원토록 함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 이 설교문은 생명사랑교회 한문덕 목사의 4월 12일 부활주일 설교 원고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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