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신대 신학부 교수회, 서울캠퍼스 신학교 정체성 훼손 우려

학교 당국의 한국어교육학과 전공 설립 요청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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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한신대 장공관 입구.

한신대학교 신학부 교수회가 서울캠퍼스에 신학교육과 융·복합적인 연계가 없는 전공 과정인 한국어교육학과 설립을 요청하고 있는 학교 당국의 입장에 "목사 후보생들에게 학문과 경건의 훈련을 시행하는 교단 신학교를 존중하는 태도인가에 대해 깊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0일 낸 성명을 통해 "(서울캠퍼스)대학원 일부 학과나 전공 단위가 교통 편익이나 모집 편익을 위해 서울캠퍼스에 올라갈 수 있고 올라가도 무방한 것처럼 여기는 것인가"라며 이 같이 밝혔다.

성명에서 이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쌍방향적 소통이 부재한 학교 당국을 비판했으며 서울캠퍼스를 오산캠퍼스의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시각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교단 총회 직영 신학교의 소재지인 서울캠퍼스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한편 한신대학교는 1940년 서울 인사동 승동교회에서 '조선신학원'으로 개교한 것을 필두로 51년 한국신학대학으료 교명을 변경한 뒤 58년 서울캠퍼스 시대를 개막했다. 이어 80년 4년제 종합대학인 '한신대학'으로 새로 출범하면서 오산캠퍼스 시대를 맞았다. 92년 '한신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서울캠퍼스운영위원회(위원장 부총장)의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직영 신학교의 소재지인 서울캠퍼스 운영에 관한 신학부 교수들의 의견

학교 당국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서울캠퍼스 중·장기 발전 계획안 수립에 관한 사항, 학사 및 행정의 발전과 개선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기구인 서울캠퍼스운영위원회(위원장 부총장)를 설립하면서, 그 과정에서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규정을 제정하고 직제를 구성하였습니다. 특별히 신학부 교수단이 이와 관련해서 그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하고 위원회 구성의 변경을 요구하는 의견을 공문(신학부-88, 89)에 담아 총장과 기획처장에게 보냈으나, 총장과 기획처장은 이 공문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직제 구성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더해서 대학원장은 "일반대학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캠퍼스에 학과나 전공단위를 설립하는 일에 관련된 의향 조사를 실시하고 설립 신청을 받았으며, 한국어교육학과를 서울캠퍼스에 설립하겠다는 설립 요청이 들어오자 서울캠퍼스에 소재한 신학대학원과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요청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은 서울캠퍼스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의 직영 신학교인 신학대학원이 소재한 신학교육의 장소라는 것을 무시하고 학교 당국이 서울캠퍼스를 임의로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신학대학원을 서울캠퍼스를 구성하는 n분지 1로 격하시키고, 대상화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 신학부 교수들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I.

한신대학교 서울캠퍼스는 오산과 서울에 소재한 한신대학교의 두 캠퍼스 중 하나에 그치지 않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직영 신학교인 신학대학원이 소재한 신학교육의 장입니다. 역사적으로, 이 캠퍼스는 한신대학교의 모태였던 한국신학대학이 총회 직영 신학교로서 소재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신학대학원은 "학문과 경건"의 교훈으로, 총회 직영 신학교로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산하 교회와 기관들에서 일할 교역자들이 전문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고도의 학문적 훈련을 수행하는 신학 아카데미아인 동시에 교역자 직무 수행에 필요한 덕목과 영적인 능력을 함양시키는 경건 훈련의 도장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학문과 경건을 연마하는 목사후보생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것은 엄격하고도 개방적인 신학 훈련과 경건 훈련을 뒷받침하는 분위기와 문화입니다.

기장 총회는 목사후보생 교육기관인 신학대학원을 위하여 7년 동안 모든 지교회가 100분지 1 헌금으로 서울 캠퍼스에 본관, 도서관, 예배당 건축을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목사후보생의 훈련에 경건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모든 목사후보생들이 생활관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경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생활관 건축을 3년 동안 100분지 1 헌금으로 지원하였습니다.

II.

신학부 교수단은 서울캠퍼스의 활성화와 발전을 적극 지지하며, 신학교육 만을 위해 서울캠퍼스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겠다고 생각한 바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오히려 우리 신학부 교수들은 그 누구도 오산캠퍼스 대학원 정원의 일부를 서울캠퍼스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에 신학대학원 정원 가운데 10명을 할애하여 사회혁신경영대학원이 서울캠퍼스에 설립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였고, 그 전제는 사회혁신경영대학원이 신학교육과 융·복합적인 연계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안에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 전공과정을 다른 전공 과정들과 나란히 설치하였으며, 현재 신학대학원 졸업생과 기장 목회자들이 사회혁신경영대학원에 입학하는 사례를 통해 융·복합적인 연계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신학부 교수들은 서울캠퍼스에서 대학원 수준의 신학교육의 장을 일원화하기로 하고, 오산캠퍼스의 대학원 신학과의 석사과정(Th.M., M.A.)과 박사과정(Ph.D.), 목회신학 박사과정(Th.D. in Ministry)을 서울캠퍼스로 이전하기로 결의하여, 이를 학교당국에 요청하였으며, 이 요청은 한신대학교의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실현되었습니다. 그것은 대학원 수준의 신학교육 장 일원화의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신학부 교수들이 대학원 차원에서 서울캠퍼스와 오산캠퍼스 사이에 정원 조정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산캠퍼스의 대학원 정원 일부를 서울캠퍼스로 옮길 수 있게 되자, 일반대학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학교육과 융·복합적인 연계가 없는 전공 과정을 서울캠퍼스로 옮겨서 운영하겠다는 요청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한국어교육학과를 서울캠퍼스에 설립하겠다는 요청이 그것입니다. 학교 당국이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울캠퍼스운영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것도 같은 발상입니다. 대학원 일부 학과나 전공 단위가 교통 편익이나 모집 편익을 위해 서울캠퍼스에 올라갈 수 있고 올라가도 무방한 것처럼 여기는 것이 과연 이곳에 자리를 잡고 목사 후보생들에게 학문과 경건의 훈련을 시행하는 교단 신학교를 존중하는 태도인가에 대해 깊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밝힙니다.

III.

이에 우리 신학부 교수들은 서울캠퍼스가 당국의 의지에 따라 임의로 활용되고 개발되어도 좋은 장소가 아니라, 교단 직영 신학교로서의 위상이 존중받으면서 학교의 전체적인 발전에 초석이 되고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래와 같이 네 가지를 천명합니다.

첫째, 총장과 대학본부는 서울캠퍼스가 교단 직영 신학교인 신학대학원이 소재한 신학교육의 장임을 인정하고, 서울캠퍼스를 독단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멈추기 바랍니다.

둘째, 새롭게 설립된 서울캠퍼스운영위원회는 이미 교단 직영 신학교인 신학대학원을 대상화하고 신학대학원과 별도로 서울캠퍼스를 운영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기에 이를 해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셋째, 서울캠퍼스에 창설되는 대학원 학과와 전공단위는 신학교육과 내적인 연관을 갖고, 고도의 융·복합 연계 효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숙고해주기 바랍니다.

넷째, 교단 직영 신학교에서 목사 후보생을 교육하는 데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경건의 문화는 서울캠퍼스에서 보존되어야 하고, 이를 훼절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을 보장해주기 바랍니다.

2020년 4월 20일
한신대학교 신학부 교수 일동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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