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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kangnam
(Photo : ⓒ오강남 교수 페이스북)
▲오강남 교수

우리가 잘 아는 바대로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신봉하는 십계명 셋째 계명은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출20:7)

새번역에는 "너희는 주 너희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주는 자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자를 죄 없다고 하지 않는다."

이 계명 때문에 유대인들은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래서 다른 복음서에서는 '하느님의 나라'라고 되어 있는데, 유대인들을 위한 복음서였던 마태복음에서만은 '하느님'이라는 말 대신에 '하늘나라'라는 말로 대체했다. 따라서 '하늘나라'는 '하느님의 나라'는 말 대신에 쓰인 말이지 하늘에 있는 나라라는 뜻이 아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의 통치원리가 작동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의 성경에 하느님이라는 낱말 'YHWH'(Tetragrammaton)가 나오면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 낱말을 발음하는 대신 '나의 주님'이라는 단어 'Adonai'이라고 했다. 본래 히브리어 글자에는 모음이 없어서 계속 이 이름을 부르지 않다가 그 이름의 본래 모음이 무엇인지까지 잊어버렸다. 편법으로 YHWH자음에다가 'adonai'에서 모음을 따가지고 와 Iehouah 혹은 Jehovah라 불렀는데, 한국에서는 그것을 '여호와'라 발음했다. 현대 학자들은 그 낱말의 본래 발음은 Yahweh(야훼)이었으리라 추정한다.

시편23편 "YHWH는 나의 목자시니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한 것을 개역 성경에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고 했지만 공동번역에서는 "야훼는 나의 목자시니"라 하고, 새번역에는 유대인과 기타 여러 나라의 번역 방식에 맞추어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라고 했다.

지금도 캐나다 대학 유대인 학생들이 페이퍼를 제출할 때 보면 하느님이라는 말을 쓸 때마다 God대신에 G-d라고 쓰고 있다.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다.

내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유대인의 하느님 이름을 해설하고 있는가? "하느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이르지 말라"고 하는 것이 이런 뜻만일까 하는데 생각이 미쳐서이다.

며칠 전 화창한 봄 날씨라, Port Moody에 있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Rocky Point라는 바닷가 공원에 나갔다. 벤치에 비스듬히 누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큰 나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뭇잎이 산들바람에 산들산들 나부끼는 것을 보면서 갑자기 저 높은 잔가지와 잎들까지 어떻게 수분이 올라가 저렇게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아름답게 빛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질문에 가장 간단한 대답은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이 그렇게 하신다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어느 공대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펌프로 땅에서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한도는 10m라고 하는데, 나무가 흔들거리는 것은 펌프질하는 것과 같아 10m 정도 올려주면 거기서 다시 펌프질을 하여 10m 올리고 그러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높이까지 수분이 올라 갈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어찌하여 수분이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 하는 대답으로 "하느님이 그렇게 하시니까"하는 것보다는 더 합리적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떤 어려운 질문이든지 거기다 '하느님'을 갖다 대면 말문이 막힌다. 왜 코로나19가 이렇게 기성을 부리는가? '하느님이 그렇게 하시니까'하면 병균의 발생, 전파 경로, 처리 방법 등 역학적 연구가 필요 없는 노고가 될 수밖에 없다. 왜 경제가 이렇게 나쁜가 하는데, '하느님이 그렇게 하셔서'라고 하면 수요 공급이 어떻고 하는 경제학이 쓸데가 없어진다. 왜 오늘 비가 오는가 하는 질문에 하느님이 비가 오게 하셨다고 하면 기압골이 어떻고 고기압, 저기압 하는 기상학이 의미 없어진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가? 하느님이 그렇게 하셨다 하면 사고 원인이나 인명구조의 난맥상 등에 대한 조사 연구가 쓸데없게 된다.

어떤 역사적, 과학적, 사회적, 정치적 분야의 학문적 발전은 모두 하느님을 빼고 설명하려 노력한 결과다. 이런 분야의 질문에 대해서 그 대답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갖다 대면 이성과 지성의 활용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것"이 아닌가.

아이러니 하게도 이른바 믿음이 좋다고 하는 이들이 이렇게 무슨 문제에나 함부로 하느님의 이름을 들먹여 인간의 지적 발전을 저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야훼가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고 한 까닭이 아닐까.

공원에서 아름다운 나무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 한 조각이다.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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