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현대판 인신공양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꼰대란, 첫째, 자기가 믿는 것이 둘째, 언제나 셋째,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시대 변화와 달리 시대 불변의 신화를 주장하며, 그것을 합리적으로 검증할 능력이 없는 인간이다.

과거에는 나이 든 사람이 꼰대였는데, 요즈음엔 연령 불문이다. 특히 대부분 대형교회는 꼰대 양성소로 전락했다. 과거엔 그나마 종교에는 성/속 구별의 논리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물량주의, 물신주의에 흠뻑 젖어 있는 꼰대 꼴이다. 교회 안에 득실대는 전형적인 꼰대는 다음 세 가지 특성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

첫째, 좌파 빨갱이 적대의 법칙이라는 잣대를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고 들이댄다. 허잡한 좌파 빨갱이 식별법을 들이대며 하나님의 교회를 자본주의적 경쟁과 탐욕으로 가득한 극우의 놀이터로 만든다. 경쟁에서 이긴 자만 칭송받고, 많이 가진 자가 하나님 축복의 수혜자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종교 다원주의 적대의 법칙을 들이대며 사상 검열하자고 달려든다. 지정학적으로 폐쇄된 19세기 이전, 우물 안의 개구리식 인식 지평을 21세기 글로벌 커뮤니티 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억지한다. 인류의 정신문화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적 문맹에 빠진 것을 모른다.

셋째, 동성애자 차별 불변의 원칙을 들이댄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다른 건 다 좋은데 동성애자 보호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자 보호가 아니라 인권 보호가 목적인 것을 모른 척한다. 이들은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성경을 곧 잘 들이댄다. 무려 2500년 전의 문화적 문법을 지금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돼지고기, 장어요리 먹으면서 이런 짓 한다. 이들에겐 선택적 증오 문화 유발이 좋은 신앙이 되니 퍽 우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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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감 소속 이동환 목사가 교단 재판에 기소되자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지난달 24일 오후 기감 본부가 있는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열렸다. 위 사진은 해당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래서 목사들, 특히 보수 신학교를 나온 목사들, 공부를 게을리한 목사들은 대부분 시대 정신을 파악할 능력이 없다. 그런데도 대형교회를 이루니 신기한 일이다.

꼰대는 나이 든 사람만이 아니다. 꼰대 짓을 보고 자란 젊은이도 꼰대 짓을 마치 순교적으로 따라 하는 경우도 무척 많다.

원래, 꼰대란 지적 합리성이 망가지고 비합리적 권위를 주장하는 행태를 보이는 사람, 특히 나이든 어른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꼰대 짓은 합리적 이성과 지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신적 지체, 부진 현상의 결과다. 이런 부진 현상은 정신적으로 미숙하나 만족도가 높은 상태에서 더욱 악화한다. 예컨대, 돈이나, 지위나, 교인 수나, 혹은 좋은 차나 집을 가졌으나 지적으로 빈곤한 이들이 가진 것을 근거로 권위나 복종을 요구하는 행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결국 이들은 속된 욕망과 지성을 혼동하는 일을 영성적 능력이라 오도하기도 한다. 교인 수가 많으면 자기 생각이 더 옳고, 자기가 더 똑똑하고 야무지다고 여기는 허세에 빠지는 것과 같다. 지위가 높아지고 교세가 커지면, 자신의 지성과 도덕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믿는 자기 평가와 자아 이해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무서운 허세부리기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대형 교회가 우후죽순 서 있는 곳은 돈 많은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속된 욕망 충족에 만족하여 이성과 지성의 한계, 그 유의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들이 대형 교회에서 유유상종하며 자기 내면의 허위의식과 욕망이 벌거벗겨지지 않고, 오히려 손쉬운 감상적 사죄와 더욱더 강고한 욕망을 자극받아 강화할 수 있어서 안도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교회 목사들은, 겉으로는 기독교 복음으로 포장되어 지극히 자제된 상식과 온화함을 보이지만, 사실, 정교하게 대형교회 카르텔을 형성하여 교단 내에서 차별주의를 노골화하는 정치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세력이 만들어 내는 것이, 하나의 예로, 시대착오적인 종교재판이다. 때아닌 종교재판은 이런 자들이 뒤에서 정신적으로 사주하여 벌어지는 것이다. 가장 복음적인 것이 가장 흉악한 무기가 되어 지성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난도질하며 누군가를 그 희생제물로 삼아 인신공양의 굿판을 벌이는 것이다.

따라서 꼰대 짓은, 개인적 차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 집단, 여성 집단, 검찰 집단 안에서도 꼰대 짓은 다양한 탈을 쓰고 일어난다. 이런 경우 대부분 겉으로는 정의로움을 외치지만 그 속내는 인간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족쇄 채우려 드는 무모한 시도로 가득하다. 이런 꼰대 짓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다만, 무모한 자들의 횡포에 누군가가 억울하게 제물이 되어 희생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곤 했다.

꼰대 문화, 그것은 개인적으로나, 집합적으로, 병든 신앙과 지성의 징후다. 이 병에 한국 기독교, 한국 감리교회가 집단 감염되어 있다. 꼰대들의 기독교,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했던 예수의 가르침을 무척이나 허망하게 만드는 기독교다.

P.s. 삼십 년 전 변선환 선생님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감리교회가 이번에는 한 젊은 목회자의 성소수자를 향한 축도를 빌미삼아 현대판 인신공양 종교재판을 벌이며 집단 꼰대 짓을 하고 있다. 부끄럽다.

※ 이 글은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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