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설교] 하나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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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신명기 15장 1-6절, 시편 63편 1-8절, 누가복음서 1장 1-4절

[창조절을 맞이하여]

세상에는 세상 달력이 있듯이,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력이 있습니다. 오늘은 9월 첫 주이고 우리 교단의 교회력으로는 창조절 첫째주일입니다. 우리가 쓰는 달력에도 양력, 음력이 있고, 지역마다 나라마다 새로운 한해를 여는 달도 다 다르듯이 교회력도 교단마다 강조하는 점들이 조금씩 다른데 크게는 그리스도력과 삼위일체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통상축제력이라 불리는 그리스도력은 대림절을 시작으로 해서 예수님의 생애를 중심으로 성탄절과 주현절, 사순절과 부활절로 이어져 갑니다. 삼위일체력은 우리가 믿는 성삼위 하나님 즉 성부 성자 성령 모두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고대 비잔틴 제국에서는 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지 콘스탄티노플 창조력이라는 달력을 사용했는데, 이 달력은 9월 1일을 창조의 첫날이요, 새해의 첫날로 삼았습니다. 성부 하나님을 기억하는 창조절의 전통은 서구 유럽 학교들이 9월부터 새 학년의 첫 학기를 시작하는 것에 영향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우리 교단은 1978년부터 이 삼위일체력을 도입하였고, 창조절인 9월을 교회력의 시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교단의 새해는 9월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렇게 교회력을 기억하고 그 주기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조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들의 신앙생활이 생활신앙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교회력을 통해서 일년 내내 매일매일의 삶을 성부, 성자, 성령과 함께 동행하며 자신의 신앙과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입니다. 지난 주에 코로나 19와 함께 살아가며 또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세상에서 교회는,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모이는 예배 중심의 신앙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는 매일의 삶이 예배가 되고, 자신이 머무는 모든 자리가 거룩한 곳이 되며,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만나 자신의 신앙을 성숙시키는 시간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합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심신이 지치고, 게다가 교회발 집단감염이 계속 되기에 어디 가서 자신이 교인이라는 말도 못할 처지가 되어 버렸지요. 아마 여러분들께서도 속상하고 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약간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창조절에 들어서며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덕분에 저는 저의 내면을 깊이 살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헝클어진 마음 밭을 잘 고르는 것이지요. 하나님은 바깥 활동에 분주하던 저를 가정으로 돌려보내셨고, 최근에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식사 하는 시간, 둘러 앉아 얘기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라이어 게임이라는 휴대폰 어플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가족과 함께 산책하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창조절을 맞이하며 우리는 나 자신부터 시작해서 뿌리 공동체인 가족을 돌아보며 우리 모두의 삶을 기본부터 재창조하는 시간들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금 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신천지발 코로나 19 확산과 지금의 재확산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도 계속 될 세계적 전염병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기도 합니다. 전국적으로 300명 넘는 확진자가 계속 나올 때마다 우려를 많이 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높이고, 전국민의 마스크 생활화와 몇 가지 조치들이 다시 안정세를 잡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신천지발 코로나 확산이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반면, 지금은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다발성 재확산임에도, 우리 방역당국과 시민들은 이것을 차분히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들의 대처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저는 확실하게 믿습니다. 우리는 지난 8개월의 시간동안 총 확진자가 2만명을 조금 넘었지만, 지금 인도의 경우는 단 하루에 8만명이 넘게 나왔습니다. 세계적 관점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지혜를 얻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만 4천년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토바(Toba)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이 화산 폭발은 과거 200만년 전까지 가장 큰 화산 폭발이었고, 화산재로 뒤덮인 지구에 '화산 겨울'이 찾아오게 됩니다. 이후 무려 1,000년 동안 지구 기온이 낮아졌고, 아시아에 거주하던 호모 사피엔스 이전 인류인 호모닌(hominin)들은 멸절하게 됩니다. 대륙빙하가 유라시아 남쪽까지 덮치고, 아프리카는 지속적인 가뭄과 추위에 시달리고, 대륙의 대부분이 건조한 초원과 사막으로 변모했습니다. 이 일로 아프리카에 있던 현생 인류(homo sapience)가 아프리카를 떠나 지금의 지구의 주인이 되는데, 이 때 남아 있던 호모 사피엔스의 개체수는 1,200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협력이었습니다. 공동의 생존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협력할 줄 아는 인류만이 자신의 안전을 지켜냈고,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20년 세계 인류는 코로나 판데믹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안전한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더구나 기후재앙으로 온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창조절을 맞이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구생태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확인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창조세계 질서의 보존 의무가 얼마나 중차대한 것인지 이제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유독 긴 장마와 태풍이 자주 오는데, 이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괌(Guam) 근처의 해수면 온도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청지기 사명을 잘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리어 우리가 큰 피해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맨처음에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으로 우리를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우리에게 창조하는 자유를 허락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하나님의 능력인 창조적 자유를 가지고, 하나님과 함께 새로운 창조를 해야 합니다. 지난 날의 실수와 잘못을 회개하고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창조절을 맞이하며 여러분께 드리는 첫 메시지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깊은 애정과 배려, 사랑을 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대면 예배를 주장하며 목숨을 건다느니 하는 말들을 운운하기 전에, 모든 존재의 터전이 되는 지구 생명체 전체를 고려하는 안목부터 먼저 지녀야 할 것입니다. 그 바탕 위에서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하는 두 번째 마음은 바로 이웃 사랑입니다. 특별히 더 약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면제년을 지켜라]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신명기의 말씀은 빚을 면제해 주는 해에 대한 규례입니다. 계급 구조가 확실하고, 신분에 따라 모든 대우가 달라지는 애굽 땅 노예살이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약속의 땅에 들어가 모두가 공정한 대우를 받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그래서 주 하나님을 유산으로 받는 레위 사람을 제외하고는 땅을 똑같이 나눕니다.

똑같이 땅을 나누어도 시간이 흐르면, 각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자연환경의 차이에 따라 누군가는 더 많은 곡식을 소유하고, 누군가는 가난하게 되어 곡식을 꾸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같은 동족 안에서도 채권자와 채무자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성서는 매 칠 년 끝에는 빚을 면제해 주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야훼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것이기에 빚을 갚으라고 다그치거나, 빚을 면제해 주는 해가 다가올 때 쯤에는 꾸어주지 않는 행동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주님께 기도하면 꾸어 주지 않은 자는 하나님께 죄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넉넉한 마음으로 꾸어 주며, 자신의 동네에서, 공동체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없게 하는 사람들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라 약속하십니다.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 지도자가 될 것이고, 그래서 늘 남에게 베푸는 자리에 있게 될 것이며, 아깝다는 생각 없이 남에게 베푸는 사람들이 손을 대는 모든 일이 잘 되도록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2020년 지금 상황에서 수천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생명사랑 신앙공동체에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는 명령은 유효합니다. 한 가족인데, 형은 배불리 먹고 동생은 굶어 죽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믿음의 식구 중 누군가가 일용할 양식이 없어 괴로워하는데,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참된 신앙의 모습일 수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우리 모두가 힘들어 할 때,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작은 생활지원금 나눔으로 격려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니 일산 씨앗 교회는 교회의 보증금을 빼서 건물 없는 교회가 되었고, 그 돈으로 약 80명이 되는 성도들에게 한 가정 당 30만원씩 약 8개월에서 10개월까지 기본 소득을 나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목회자들은 세 명인데, 이들은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자비량 협동목회를 하며,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비대면 예배만 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모든 교회가 이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시기에 정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도 코로나를 겪으며 이전과는 다른 목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못하기에 예배뿐만 아니라 친교와 선교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해 온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더욱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혹시 우리 교인들 중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이 계시면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제게 살짝 문자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밖에 독거노인,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 외국인 노동자들, 이주민들, 당장 생계가 막막한 소상공인들이 있습니다. 사랑제일교회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인해 장위동 상가와 시장 상인들의 피해가 막대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농사를 망치고 집안이 쑥대밭이 된 분들은 망연자실한 심정이 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바로 이런 이들을 살피라고 하나님께서 세우신 곳입니다. 우리 또한 넉넉하지 못해서 늘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도 꺼야겠지만, 한편으로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그 목적을 잊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6월 초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종교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우리 국민은 불교와 천주교인에 대해서는 '온화한' '절제적인'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개신교인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싶은'(30%) '이중적인'(30%), '사기꾼 같은'(29%)으로 나타나서, 코로나 19 이후 개신교인에 대한 국민적 이미지가 급격히 하락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8월까지 한국의 다양한 종교들 중에서 코로나 신규 집단감염의 발생지로 지목되는 것은 신천지를 제외하고 거의 다 교회발입니다. 절이나 성당이 드물게 언급되고 있지만 그 모두는 진원지가 아닌 반면 1,600명을 훨씬 넘는 신규 확진자들은 전부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한편으로 교회가 그만큼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는 반증도 되지만, 전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얼마나 교회가 집단적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지, 자기중심적이며, 세상과 불통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우리 교단은 이를 반성하며 "교회가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한국교회 전체에서 볼 때는 일부일 뿐 아직도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이 전국에 많다는 것은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면 예배만이 예배라는 주장은 시대에 맞게 준비하지 못한 이들의 변명이거나, 하나님의 말씀과 예배의 본질을 심하게 착각하는 이들의 주장일 뿐임을 우리는 명확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과 바벨론 포로의 경험, 그리고 디아스포라로서 살아온 유대인들, 가정을 중심으로 신앙을 지켰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삶만 살펴보아도 지금 이 시국에 대면예배야말로 교회가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은 정말로 한심하고 편협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식당도 포장 배달을 활성화 하거나, 투명 스크린 설치를 하여 보다 방역을 철저히 하는 등의 변화를 꾀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교회는 결국 스스로 발등을 찍게 될 것입니다. 빨리 다른 예배 형식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예배의 본질]

예배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예배는 바로 하나님을 만나는 행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재확인하고, 일주일을 세상에 파송 받은 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모이는 것 자체는 본질이 아닙니다. 왜 모여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교회에 모이는 것에 익숙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정에서도,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하나님을 만나고 자신의 삶을 매번 주님의 뜻 안에서 성찰할 수 있습니다. 다만 훈련이 필요합니다.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흐트러지고, 예배에 소홀해 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 19는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우리들의 신앙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 할 수 있고, 우리는 이 시기를 신앙 단련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예배하고 말씀 듣고 성만찬을 통해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하나님을 만나 지난날의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주님 앞에서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용서받은 우리는 새 사람으로 거듭나 세상으로 나아가 주님의 제자된 자로서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예배의 궁극 목적은 우리를 세상으로 파송하신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삶 자체가 예배가 되려면 오늘 시편의 기자가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주님을 애타게 찾고 그리워하며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에 자신을 내어 놓아야 합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내 영혼이 기쁘고 만족해야 합니다. 나를 꼭 붙드시는 주님으로 인해서만 즐거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시골 마을인 아르스의 한 늙은 농부가 매일 성당에 들어와서 몇 시간씩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진 성당의 비안네 신부가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그러자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분을 쳐다보고, 그분은 나를 쳐다보고, 이렇게 우리는 행복합니다." 그렇습니다. 진정으로 하나님을 찾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하나님을 만날 수 있고, 홀로 얼마든지 하나님을 대면할 수 있습니다.

주일 11시에 모두가 교회에 나와서 모여야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만이 예배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주님을 만나기 위해 특별한 장소와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고, 권면할 만한 일입니다만, 모이는 것이 나 자신과 가족과 이웃에게 해가 될 위험이 높은 지금과 같은 코로나 19 시대에는 오히려 적당하지 않습니다. 상황을 무시하고 계속 모이라고 강요한다면 그것은 하나님보다 그 공간을, 하나님보다 더 교회를,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더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너희 몸이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임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3장 16-17절)는 바울 사도의 말씀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합니다. 물론 혼자는 외롭고 힘들고, 함께 모이면 기쁨과 위로를 얻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 주일 화면으로 교인들의 특송을 들으며 감동을 받은 것처럼 비대면 접촉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들 마음에 과연 하나님을 모시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교회에 아무리 열심히 나오고, 교인들과 친교를 하고, 거기에서 즐거움과 평안을 얻어도, 하나님을 마음에 모시지 못하면 그는 참된 신앙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시초부터 정확하게 조사하라]

누가복음서를 기록하는 저자는 데오빌로님에게 예수님과 함께 하며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자세하게 알려 주고자 합니다. 이미 예수의 사역과 가르침을 기록하고 이야기로 엮어내려고 손을 댄 사람이 많이 있고, 또 예수의 첫 제자들로부터 들은 목격담과 선포된 말씀들이 있지만, 누가는 스스로 자신이 모든 것을 시초부터 정확하게 조사하여 보았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교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자세입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그리스도교에 대하여,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대하여, 교인으로서의 본분에 대하여 여러분이 들어 왔던 모든 것들을 다시 시초부터 정확하게 조사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한국의 교인들은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왜곡된 복음, 오염된 복음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수요사경회를 하면서 느끼고, 여기저기 강의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한국 교인들을 만나 대화를 해 보면 진지하게 성경을 꼼꼼히 따져 읽고, 읽은 것에서 스스로 깨닫고, 깨달은 대로 삶에서 정직하게 실천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과문해서 그렇겠지요. 오늘날 코로나 19 확진이 되고도 숨기고, 온갖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 나는 사람들 중에 목사와 교인이 있고, 그것도 많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코로나는 하나님이 내린 심판이라고 말한 목사도 확진자가 되었으니, 그도 심판을 받은 것일까요? 성경을 제 멋대로 해석하고, 이리저리 꿰어 맞추면서 완전히 잘못 가르치는 목사들 때문에 온 교인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우파 이데올로기와 섞어 지금 정부를 반대하는 것이 마치 하나님의 뜻인 양 가르친 사람들 때문에 방역을 테러라고 부르는 이들이 생겼고, 방역 당국의 검사와 치료가 사탄의 짓이라는 헛소리를 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정말 침통합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연과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은 바로 하나님으로부터 옵니다. 그런데 지금 많은 교인들은 자신의 편협한 신념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누가 건져 줄 수 있을까요?

솔로몬 애쉬라는 학자가 한 유명한 동조실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쪽 종이에 선분을 하나 그리고, 다른 쪽에는 선분 세 개를 그립니다. 세 개 중 하나는 다른 쪽의 종이의 선분과 정확하게 길이가 일치하고 누구나 보자마자 거의 100% 정답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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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솔로몬 애쉬라는 학자의 동조실험

그런데 일부러 조작을 해서 10명의 실험대상 중 9명은 미리 짜서 정답과 다른 선분이 다른 종이의 선분과 같다고 말하게 합니다. 그러면 남은 한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될까요? 혼자 있을 때 물었으면 100% 정답을 말할 사람이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하면 자신도 그 사람들 눈치 보면서 오답을 정답으로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무려 76.4%나 되었습니다. 우리는 거의 모두 팔랑귀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팔랑귀를 가진 이들에게 반복적으로 똑같은 말들이 주입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가 되고, 그러면 비상식을 진리로 믿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우리는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됩니다. 제 설교를 듣고 있는 상식적인 교인들도 어떠한 이유로 사이비 종교 집단이나 어느 한 목사를 광신적으로 따르는 교회에 가게 된다면 비상식적인 말에 휘둘릴 사람들이 10명 중 7-8명이나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누가복음서는 10명 중 휘둘리지 않는 2-3명이 되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시초부터 정확하게 모든 것을 차분히 조사하여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사에 따른 선택과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옳은 선택을 한 사람은 주님께 인정받을 것이요, 그렇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오늘 누가복음서가 이 글을 써서 보내려는 사람의 이름은 데오빌로입니다. 이 이름은 테오스(하나님)와 필리아(사랑)의 합성어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한국에 모든 교인들,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분이 정말 하나님인가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할 때 혹시 하나님이 아니라 왜곡된 이데올로기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 욕망을 하나님에게 투사해 놓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처음부터 자세하게 모든 것을 조사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여러분들의 신앙이 올바르게 서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19와 기후재앙,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 가진 신념과 신앙을 자세하게 조사하고 성찰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신념과 삶의 가치관을 하나님께로 향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단단하고 옳은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와 여러분이 모두 그 길을 택하시길 빕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은혜가 충만하신 하나님! 잘못 믿은 이들 때문에 주님의 교회가 온 세상의 비난 한 가운데 서고야 말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에서 헐뜯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절망스럽습니다. 괴롭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주님께서 남겨 두신 칠천명의 사람들이 이 사회 곳곳에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또한 맛을 간직한 소금이요, 어둠을 물리치는 빛이고 싶습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향기가 풍겨나고, 우리의 입에서 기쁜 소식이 들리며, 우리의 행동에서 거룩한 하나님의 능력이 드러나길 원합니다. 주님, 우리와 함께 하여 주시고, 우리가 주님과 동행하게 하여 주소서. 무엇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일에 열심인 우리가 되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감사기도

자비하신 하나님! 우리가 주님을 송축하고, 우리의 입술로 주님을 찬양합니다. 지난 8년의 세월을 지켜 주시고,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한없는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방황을 이겨내게 하시고, 우리가 주님께 거역하고 반항할 때에도 우리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우리에게 사랑할 사람들을 주시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골방에 들어가 숨어 계신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며 주님께서 주신 삶의 놀라운 선물들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배운 진리와 성취할 수 있던 선한 일들을 보며 감격하며 감사하며 주님을 찬양합니다. 이 시간 주님께 예물과 함께 우리 자신을 드립니다. 받아 주소서. 오늘 예배를 통해 받은 천국의 기쁨을 잘 간직하겠습니다. 바쁜 세상에서도 주님께서 허락하신 평안을 누리며, 주님께서 감당하라 명하신 소명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며,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 나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여러분들의 신앙을 처음부터 하나씩 점검해 보십시오. 잘못된 모든 길에서 돌아와 참된 신앙을 회복하십시오.

* 축도

이제는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지시는 손길이시며, 우리를 모든 고통으로부터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부활의 능력으로 모든 죽음의 세력을 이기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과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하시는 거룩한 영의 감동과 친교가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며 참된 신앙을 되찾고자 애쓰고 수고하는 생명사랑 교우와 지금 이 시간 함께 예배하는 모든 성도들 위에 지금부터 영원토록 함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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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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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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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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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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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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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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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