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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직·출교 허호익 은퇴교수, “판결 부당성 역사에 맡길 것”
8일 상고 거부 뜻 밝혀, 예장통합 교단에 날 세우기도

입력 Sep 08, 2020 09:47 AM KST

rainainbow

(Photo : ⓒ 허호익 교수 제공 )
예장통합 대전서노회 재판국이 대전신학대 허호익 은퇴교수(사진)를 면직·출교 판결하자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동성애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대전서노회로부터 면직·출교 처분을 당한 대전신학대 허호익 은퇴교수가 8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상고 거부의 뜻을 밝혔다.

허 은퇴교수는 ‘나는 왜 상고를 거부하는가?'란 제하의 글에서 "이번 판결의 부당성과 불법성을 더 이상 인간의 법정에서 다투지 않으려고 한다. 동성애 옹호와 차별금지법은 더 이상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예장 통합 교단과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역사적 문제라고 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소속 교단이며, 최근 성소수자 의제에 강경입장으로 일관하는 예장통합 교단을 겨냥, "저의 면직과 출교를 침묵한다면 학계와 사회로부터 동성애에 관해서는 학문적 논의조차 거부하는 교단으로 비난받을 것이며. 학문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받아 교단의 위상과 선교에 걸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동성애자를 정죄하기에 앞서 그들의 구원과 치유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한다'라는 총 회의 동성애에 대한 공식 입장과 헌법 시행규칙 제26조 12에는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라는 규정은 서로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래는 허 은퇴교수가 올린 글 전문이다.

나는 왜 상고를 거부하는가?

오늘이 판결문을 받은 지 20일이 되는 상고 마지막 날입니다. 주변에서 상고하여 재판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밝히라는 충언도 많았지만, 저는 숙고와 기도끝에 상고를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1. "장신대가 세습은 반대하고 동성애는 옹호한다"는 프레임이 생겼습니다.
2017년을 전후하여 장신대의 교수와 학생들이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와중에서 2018년 5월 17일(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에 각각 무지개 일곱 색깔의 상의를 입은 재학생이 장신대 채플에 참석한 일이 있었습니다. 7월 5일 전국장로세미나에 참석한 4500여 명 중 2154명이 "무지개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장신대 총장 징계"등을 포함한 성명서에 서명하였습니다. 이를 전후하여 "장신대가 명성교회 세습은 반대하고 동성애는 옹호한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2. 판결 4일 전에 중징계 예상 기사로 장신대 총장선거에 이용한 것 같습니다.
8월 19일 대전서노회 재판국(국장 심만석 목사)은 내가 동성애를 저술과 강의를 통해 동성애를 옹호하였다고 면직과 출교를 판결하였습니다. 재판국장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승계가 세습참배입니까?"(<기독공보> 2018.9.11.)라는 글을 통해 명성교회 세습을 지지한 분입니다. 그런데 이 판결이 나기 5일 전에 8월 14일자 <기독공보>에 "대전 서노회, 허호익 교수의 징계, 임성빈 총장의 발목 잡을 듯 - 임총장 묵인 하에 허 교수 장신대에서 동성애 강의"라는 제목으로 아래 내용의 기사가 났습니다.

"장신대 총장선거와 관련 임성빈 현 총장과 윤철호 교수가 7:7 동수인 가운데 누가 당선될 지 한 치 앞을 가리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대전 신대 교수출신인 허호익 교수가 동성애 옹호로 대전서노회에서 다음 주 중징계 선고를 받을 것이 드러났다. 대전서노회 관계자는 허호익 교수가 쓴 동성애 옹호 책과 동성애 옹호 강의 등으로 고발돼 다음 8.19 선고를 하게 된다고 했다.... 허호익 교수는 장신대에서 동성애 옹호에 대해서 강의를 한 바 있고 당시 임성빈 총장은 그가 강의를 하도록 묵인을 한 바 있다." <기독공보> 2020.8.14.

3. 동성애에 관한 총회의 공식입장과 시행규칙을 상호 모순입니다.
"동성애자를 정죄하기에 앞서 그들의 구원과 치유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한다"라 회의 동성애에 대한 공식 입장과 헌법 시행규칙 제26조 12에는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라는 규정은 서로 모순이 됩니다.

동성애가 죄이지만 정죄하지 않는 것도 동성애를 어느 정도 지지하는 것이며,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하는 것도 그들을 혐오하지 않고 지지하고 그 모습 그대로 수용하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동성애자를 정죄하기에 앞서 그들의 구원과 치유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한다"는 총회에 입장에 충실했음을 다시 한 번 번 밝힙니다.

4. 반동성애가 신앙의 마지막 보루인지 묻고 싶습니다.
반동성애가 신앙의 마지막 보루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만 사방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미신, 광신, 맹신, 배신이 횡행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동성애 옹호자를 면직 출교한다면 바울은 남색하는 자 뿐 아니라, 불의한 자, 음행하는 자, 우상 숭배하는 자, 간음하는 자, 탐색하는 자, 도적이나 탐욕을 부리는 자, 술 취하는 자, 모욕하는 자, 속여 빼앗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고전 6:9)고 하였습니다. 본문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동성애 옹호 뿐 만 아니라, "불의한 정치가를 옹호한 자, 교회 공급을 횡령하여 비자금을 마련한 ‘도적이나 탐욕을 부리는 자'를 옹호하는 자 등도 모두 면직 출교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5. 이번 재판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지적한 내용입니다.
허사모(허호익을 지지하는 모임)에서 2020년 9월 7일 대전서노회 수신, 총회사무총장 참조로 발송한 "허호익 목사 재판에 대한 입장문"(「예장뉴스」 2020.9.7.)에는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다음 다섯 가지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1) 퇴임한 교수와 은퇴한 목사는 면직의 대상인가?
2) 동성애를 옹호한 자를 출교하라 명시한 규정이 없습니다.
3) 평생 한국교회를 학문적으로서 섬겨온 충정을 존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4) 학문적 저술이나 강연은 ‘토론과 비판의 대상'일지언정 ‘치리의 대상'은 아닙니다.
5) 학문적 논의조차 막는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오명을 받지 않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6.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회와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에 역사적 평가와 하나님의 판결에 맡기렵니다.

1) 나는 이번 판결의 부당성과 불법성을 더 이상 인간의 법정에서 다투지 않으려고 합니다. 동성애 옹호와 차별금지법은 더 이상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예장 통합 교단과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역사적 문제라고 봅니다. 저의 면직과 출교를 침묵한다면 학계와 사회로부터 동성애에 관해서는 학문적 논의조차 거부하는 교단으로 비난받을 것이며. 학문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받아 교단의 위상과 선교에 걸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우리 교단 총회가 언젠가는 해결하여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의 문제를 역사적 평가에 맡겨 두려고 합니다. 이에 해당하는 역사적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합니다.

"세계 신학의 흐름을 몰랐던 길선주 목사는 1935년 10월 평양노회에서 성서비평학이 적용된 《아빙돈 주석》을 이설(이단)이라며 크게 비분하였다.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어 1952년 37회 총회에서 성경유오설(성서비평)과 자유주의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김재준 목사를 제명하였고, 이 일로 장로교가 예장(예수교장로회)과 기장(기독교장로회)으로 분열되었다. 그러던 장신대가 70년대 전후에 성서비평을 다 받아들였다. 결국 2007년 예장(통합)에서 김재준 목사의 사면을 추진하였으나 기장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사면은 죄가 있는 사람을 용서할 때 쓰는 말'이며 ‘김 목사에게 죄가 있다면 남들보다 50년 먼저 신학문을 접한 죄, 그리스도의 진리를 문자에 갇히지 않게 드러낸 죄'라는 것이 기장 총회가 사면을 반대한 이유였다."(「기소장에 대한 답변서」 2020.4.27., 6쪽)

이처럼 동성애 옹호 문제도 가까운 장래 또는 먼 훗날 역사가 평가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 나는 성서의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좀 더 깊이 제대로 알고 제대로 믿기 위한 필생의 과제로서 성서적 조직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야웨 하나님(712쪽)과 예수 그리스도(1권 527쪽, 2권 534쪽)를 저술하였습니다. 내가 성경에서 만난 하나님과 예수님은 저들이 말하는 하나님과 예수님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습니다. 따라서 저들의 판결과 하나님의 판결은 분명히 다를 것으로 확신한다. 이에 대한 역사적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합니다.

해방직후 남하한 한경직 목사는 공산당을 사탄으로 보고 교회와 나라를 구하는 길은 공산당을 박멸하는 것이라고 설교하였습니다. 이에 반공 기독교 청년 서북청년단 수백 명이 제주도로 내려가 양민 약탈 등으로 폭동이 확산되었습니다. 마침내 박진경 연대장이 단독정부수립을 방해하며 폭동을 일으킨 제주도민 30만 명을 모두 희생시킬 수 있다고 초토화 작전을 지시하였습니다.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는 것은 비신앙적이고 반민족적 행위라고 생각한 문상길 중위는 부하들과 함께 상관인 박진경 연대장을 사살합니다.

"1948년 7월 12일 서울로 압송되어 법정에 선 문상길 중위는 ‘이 법정에 대하여 조금도 원한을 가지지 않는다. 안심하기 바란다. 박진경 연대장은 먼저 저 세상으로 갔고, 수일 후에는 우리가 간다. 그리고 재판장 이하 전원도 저 세상에 갈 것이다. 그러면 우리와 박진경 연대장과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저 세상 하느님 앞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인간의 법정은 공평하지 못해도 하느님의 법정은 절대적으로 공평하다. 그러니 재판장은 장차 하느님의 법정에서 다시 재판하여 주기를 부탁한다.'고 하였다."

1948년 9월 23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색 기지에서 총살형이 집행되었는데, 그 직전에 문상길과 사병 3명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혼을 받아들이시고 우리들이 뿌리는 피와 정신은 조국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하여 밑거름이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하였다고 합니다. 대한독립만세를 삼창한 후 ‘양양한 앞길을∼'이라는 군가를 부르면서 담담히 형을 받았는데, 이들 4명은 모두 기독교 신자였으며 이들에 대한 처형은 정부수립 후 사형 집행 1호였습니다.

7. 지지해 준 모든 분과 단체와 이를 보도해 준 언론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면직과 출교를 안타까워하며 함께 한다는 의향의 성명서와 논평과 입장문을 내 주신 단체의 성명과 논평의 요지는 치리를 철회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연합뉴스>와 <한겨레>를 비롯한 많은 사회 언론들도 우려를 표명한 보도를 낸 바 있습니다.

저의 면직과 출교를 안타까워하며 저를 지지해 준 아래 단체와 이를 보도해 준 언론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지지와 격려를 보내준 제가 잘 모르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2020. 9. 8. 허호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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