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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이 이념이라고요?
장동민 백석대 교수, 교회를 삼킨 이념 위험성 지적

입력 Jul 06, 2021 06:04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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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극우 성향의 신당 ‘국민혁명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지난달 12일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신당 입당을 독려했다. 이날 대전역 광장을 찾은 지지자들은 연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전 목사의 독려에 아멘으로 화답했다.

기독교 신앙을 이념과 동일시 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에 대해 백석대 장동민 교수(역사신학)는 "기독교 신앙이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서 펼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념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보수적 교회처럼 신앙과 이념을 동일시 하는 것은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장 교수는 최근 기윤실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 '교회를 삼킨 이념'에서 이 같이 전했다. 해당 글에서 장 교수는 "2002년 참여정부의 출현과 더불어 한국 교회 내의 신학적 보수 진보 대립이 정치적 보수 진보 대립과 맞물리는 현상이 일어났다"며 "2000년대 초반 '뉴라이트' 운동이라는 시민운동 형식으로 시작된 보수적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점차 확대, 심화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2003년 3월 1일, 뉴라이트 단체들이 주최하고 수만 명이 참여한 "반핵반김 자유통일 삼일절 국민대회"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 정책을 비판하고,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했다"며 "신학적 보수와 정치적 보수가 맞물린 기독교 보수주의가 전면에 등장한 최초의 집회였다. 이 대회를 시점으로, 기독교와 태극기 그리고 가끔 성조기도 함께 등장하는 소위 '태극기 집회'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뉴라이트는 2007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보수적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는 각 교단과 기독교 단체들을 통하여 더욱 확대되어 갔다.

장 교수는 "한기총 등 기독교 단체들이 중심축을 이루는 태극기 집회, 선거 때마다 이름을 달리하며 등장하는 기독교 정당들, 박근혜 정권 말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매년 8·15에 반복되는 건국절 논쟁 등에서 뉴라이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보수적 기독교는 동성애, 이슬람, 세월호, 촛불 혁명, 검찰 개혁 등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개입하여 보수적 의견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이념적으로 우편향이 심화되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장 교수는 "마침 4·15 총선과 시기적으로 일치하여 보수적 기독교와 보수적 정당이 연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들은 2020 총선이 자유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 친미냐 친중이냐 등 대한민국의 체제를 결정할 중요한 선거라 주장하며 반공주의 정서를 자극했다"며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 전광훈 목사가 있었다. 정치에서 방역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극우적 기독교인들은 정부의 방역에 불만을 품고 비상식적 행동을 하였고, 그 결과 교회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하였으며, 급기야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발 대유행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기독교와 이념이 동일시 되어서는 안되며 다만 긴장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한국 교회가 이념과 완전히 결별하고 오직 신앙만을 추구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까"라고 반문하며 "기독교 신앙과 이념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독교 신앙이 사회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념과 그 이념을 구현할 정치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의 염원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는 것인데, 그 방식이 바로 기독교가 정치 이념을 하위 개념으로 두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항상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한말 기독교가 한국에 전래되었을 때 기독교는 개화파와 같은 길을 걸었으며, 일제 강점기 삼일운동을 비롯한 민족운동의 기반에는 민족주의와 융합한 사회 진화론(social Darwinism)이 있었다. 해방 후에도 북한에서는 조만식이 조선민주당을 창당하여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정치를 하려 하였고, 남한에서는 이승만이 기독교 입국론(立國論)을 주장하였다. 군사 정권이 들어선 후 기독교는 국가 주도의 산업화와 반공주의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기독교는 진보 정치의 지분도 상당히 가지고 있어서, 민주화 운동 시절, 많은 진보적 기독교인들과 천주교 사제와 평신도들이, 인권 운동, 노동조합 운동, 통일 운동에 앞장섰다"고 했다.

이처럼 기독교 안에서 조차 다양한 이념이 자리잡고 있기에 특정 이념을 신앙과 동일시 하는 신앙 패턴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도 짚었다. 장 교수는 "통계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의 이념 지형은 일반 국민의 정치 지형과 비슷하거나 진보층이 약간 많고, 고연령층이나 교회의 지도자층은(이 둘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매스컴을 통하여 느껴지는 것보다는 개신교인 가운데 진보층이 두텁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교회 내 이념 분포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첫째, 교회 안에 보수, 중도, 진보가 고루 존재하기 때문에 교인들 간의 이념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다수의 교회에서 목회자를 비롯한 주류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못하는 샤이 진보의 숫자가 상당하다. 이들은 신앙과 보수적 이념을 일치시키는 목사의 설교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예 설교 자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지도 모른다. 교회 내에서 주로 보수파가 강한 정치적 주장을 내세우고 샤이 진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듣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더 나쁜 경우는, 어떤 교회에는 보수적인 사람들만 그득하고 어떤 교회에는 진보적인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이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사회적 장벽을 초월하려 하였던 신약 교회의 이상에 비추어볼 때, 교회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신앙의 이름으로 상대를 저주한다. 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한 중보자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이라고 하기에는 진보와 보수의 골이 너무 깊다. 이렇게 교회는 신약의 이상으로부터, 그 본질적 가치로부터 멀어져 간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이어 "둘째, 이념적 갈등을 견디다 못하여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도 상당수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며 "기독교가 한쪽의 정치적 성향과 정확히 일치하게 될 때, 반대쪽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교회에서 내쫓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나이가 젊을수록 진보적 성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념적 갈등으로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 가운데 젊은이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라고 했다.

장 교수는 "이 역시 한국 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더욱이 교회 세습, 후계 다툼, 법정 투쟁 등의 흉한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더욱 급속도로 교회를 이탈한다. 교회의 이런 스캔들은 젊은이들이 보기에 근대 자본주의적 가치와 전근대적인 관습이 결합되어 나타난 괴이한 현상이다. 후기 근대적 가치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에게 보수적 이념의 부작용으로 말미암은 추문은, 전통적 기독교마저 혐오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라고 했다.

기독교 신앙과 이념의 영합은 교회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첫째, 이념과 정치 제도를 비판할 수 있는 잣대가 없어진다. 기독교 신앙의 장점은 이 세상의 모든 이념과 제도와 정치 세력을 상대적으로 보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세계를 초월하신 절대자 하나님은 이 세상을 판단하고 심판하는 전적 타자(他者)이시다. 기독교는 현실 정치가 기독교로부터 제공받은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기성 정치로 제도화되면서 권력을 남용하지는 않는지, 내부적 타락이 있지 않은지를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으며 또한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둘째, 기독교 신앙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정치 이념을 상상하고 제공해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산업의 발전에 따라, 혹은 사회적 위기를 맞이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현실 정치를 알면서도 이를 초월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또한 늘 고통당하는 자들의 자리에 함께 있는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왜곡된 구조를 개혁함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해방시키는 꿈을 꾸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셋째, 극단의 이념 대결 앞에서 기독교인들이 한 걸음 물러서서 이념들을 상대화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기독교는 이념에 의하여 왜곡되고 기울어진 공론장(公論場, public sphere)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감 능력과 객관성과 호의를 가지고 있으며, 내 입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할 수 있는 지혜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장 교수는 "기독교 신앙의 이념 간 중재 조정 역할은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을 뿐, 현재 한국 교회는 이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편향된 이념과 기독교가 동일시되어 국론 분열의 한 축을 담당함으로써, 사회 통합의 방해물이 된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수적 신앙을 가진 성도들은 현세보다 내세를 바라보면서 이 땅에서의 가치들을 상대화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기독교는 원수를 사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혐오의 대명사가 되었고, 내려놓고 포기해야 하는데 그악스럽게 기득권을 수호하며, 이 땅의 제국을 금세 시들어버릴 풀꽃으로 여겨야 하건만 사대(事大)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우리 앞에 두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낙관적 전망이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검찰 개혁과 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에 대하여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카르텔이 무척 공고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깨어 있는 시민들에 의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큰 틀에서의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우여곡절은 있겠으나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 세력이 집권함으로 결국 역사적으로 올바른 대답을 내어놓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어느 한 이념, 어느 한 정파를 진리로 알고 다른 쪽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는, 그것이 보수든 진보든, 대결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기 위해서는 정치와 이념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우리 삶의 여러 국면, 여러 영역을 고루 봄으로써 정치에 제 자리를 찾아 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정치 과잉의 사회다. 정치의 한계를 알게 해 주는 것, 이것 또한 바로 우리 시대 기독교가 사회를 위하여 해야 할 봉사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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