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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인간을 소모품 취급하는 권력은..."

22일 주일예배 설교서 탈레반 아프간 점령 사태 언급

kimkisuk
(Photo : ⓒ베리타스 DB)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가 22일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개인 존엄을 무시하고 인간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권력은 여지 없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너 지렁이 같은 야곱아'란 제목의 이날 설교에서 아프가니스탄 사건 사태 등을 언급하며 격동의 시기에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삶의 지혜를 나눴다.

김 목사는 "참담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20년 동안 주둔했던 미군이 철수하면서 탈레반이 돌아왔다. 그 아픔과 시련의 땅에 또 다시 커다란 혼돈이 빚어지고 있다. 여성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폭력이 일상이 되고 있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동의 정세가 사뭇 달라질 것 같다.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꿈이 악몽처럼 변할까 두렵다"고 했다.

김 목사는 격동의 시기를 견디는 생명의 원리로서 옛 성인의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을 제시했다. 그는 신앙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대상은 하나님이라며 "예언자들이 목청껏 외친 말도 '여호와께 돌아오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호와께로 돌아가는 것은 하나님을 등지고 살아온 우리의 참상을 인정하고 슬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요엘은 그래서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욜 2:13)고 말한다. 호세아는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하나님께만 희망을 두고'(호 12:6) 사는 것이 여호와께로 돌아감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돌아가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이사야서 41장 8~14절을 본문으로 메시지를 전한 김 목사는 본문의 배경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사야 40장부터 55장까지의 배경은 주전 6세기"라며 "남왕국 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하고 많은 이들이 포로가 되어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강성해 보였던 바벨론은 동방의 고레스에 의해 무너졌다. 고레스는 페르시아 제국을 세웠다. 하나의 제국이 무너지고 또 다른 제국이 등장하는 역사의 격동 속에서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 백성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설교 본문은 특히 제2이사야로 불리는 장으로 그 핵심 메시지는 이스라엘의 회복이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스라엘 백성에게 친히 임재와 동향을 약속하신다. 김 목사는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친근하고 다정한 호칭들을 언급하며 무엇보다 "야곱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야곱은)그는 이스라엘 열 두 지파의 조상이다. 하나님은 분단되었다가 결국 망해버린 이스라엘의 총체적인 회복을 내다보고 계신다. '나의 친구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할 때 '나의 친구'(아해브, 'ahab)는 '나를 사랑하는 자' 혹은 '내가 사랑하는 자'라는 뜻이다"라며 "이것은 종주국과 봉신국 사이에 계약을 맺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하나님은 그들을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호명함으로써 아브라함과 맺었던 언약, 즉 "내가 이 땅을, 이집트 강에서 큰 강 유프라테스에 이르기까지를 너의 자손에게 준다"(창15:18)는 약속을 상기키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언을 듣고 있던 이들은 비록 지금은 유배지에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살 땅을 마련해주시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라며 "하나님은 사방에 흩어졌던 당신의 백성들을 버리지 않으신다. 때가 되면 그들을 불러내 새로운 나라를 이루게 하신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특히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에게 떨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역사의 흐름을 결정하시는 분(사41:4)이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며 "'내가 너를 강하게 하겠다', '너를 도와주겠다', '너를 붙들어 주겠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헨리 나우웬은 곡예사 가족과 친교를 나누며 공중그네를 배웠던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여러 차례 훈련을 받으면서 그는 공중그네타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손을 잡아줄 사람에 대한 신뢰임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그 경험을 한 후 우리를 든든하게 붙들어주시는 하나님을 '위대한 캣쳐 Great Catcher'라고 불렀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짓눌린 자들의 삶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동시에 약한자들을 억누리며 무도한 힘을 휘두르는 오만방자한 이들을 심판하는 분이라는 것도 부연했다. 김 목사는 "강한 자들이 아무 것도 아닌 자들처럼 되어서 멸망한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지붕 위의 풀같이'(시 129:6) 시들어 버리고 말 것이다. 개인의 존엄을 무시하고, 인간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권력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역사상의 모든 제국의 동일한 운명이다. 과도한 권력을 누리는 이들은 자신을 신적 존재로 여긴다. 스스로 우상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남들과의 경쟁에서 늘 이겨왔던 사람일수록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법을 잊기 쉽다"며 "자기들이 누리는 것은 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보상이 과도하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는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그들의 내면이나 성품이 어떠한지는 묻지도 않고 무시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그런 이들을 용납하시지 않는다. 히브리의 지혜자는 "가난한 사람을 조롱하는 것은 그를 지으신 분을 모욕하는 것"(잠17:5)라고 말한다. 이사야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허무한 것 같이 될 것'(41:12b)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친히 방패가 되어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 자기를 지킬 힘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신다. 하나님은 우리를 당신의 도구로 삼아 약자들의 인권이 보장받는 세상을 열고 싶어하신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하나님은 늘 보잘 것 없는 이들과 함께, 또 그들을 통해 구원 역사를 이루신다. "하나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것들을 택하셨으며,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셨습니다"(고전1:27). 이것이 바울 사도가 이해한 구원의 신비다. 하나님은 세상에서 천대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가슴에 생긴 멍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다. 하나님은 땅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당신의 나라가 임하소서'라는 기도로 들으시는 분이시다. 땅에서 울부짖는 무고한 자들의 피울음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시는 분이시다"고 했다.

하나님이 야곱을 지렁이로 비유한 이유에 대해 김 목사는 "왜 하필이면 지렁이와 벌레일까? 그들은 나라를 잃고 떠돌던 사람, 언제라도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취약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매 맞고 유린당한 기억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라며 "하나님은 그런 이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당신이 친히 그들의 도움(아재르, 'azar)이 되고 속량자(가앨, ga'al)가 되겠다고 말씀하신다. 어려움에 처한 친족을 위해 빚을 갚아주기도 하고 보호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가앨 혹은 고엘의 의무다. 하나님은 그렇게 세상의 불공정을 바로잡으려 하신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어 "가장 연약한 자들을 일으켜 세워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다. 고통과 아픔, 실패의 쓰라림을 겪어본 사람이라야 그런 처지에 있는 이들의 형편을 이해하는 법이다"라며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들의 처지를 알 수 없고, 특권을 누리며 살아온 이들은 밑바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의 아픔을 알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이스라엘 열 두 지파의 조상으로 삼으신 것은 그가 역사의 질곡 속을 마치 지렁이처럼 온몸으로 겪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돌베개로 상징되는 그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그런 가운데도 그는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경험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철학자 김진석 선생이 만든 개념 중에 '포월匍越'이라는 게 있다. '기어서 넘는다'는 뜻이다. 바짝 엎드려 기면서도 기어코 새로운 차원에 눈을 뜨는 것이 인간의 소명이다"라며 "십자가야말로 포월의 적절한 예이다. 십자가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이지만 주님은 그 십자가를 통해 인간의 숭고함을 여실히 드러내셨다. 이처럼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생명과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길 위에서 지치지 말라.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를 강하게 하고 또 붙들어 주신다. 두려움 없이 진리의 길, 사랑의 길을 걸어가자"고 했다.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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