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민주적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에 저항해야"

박성철 대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방향성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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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기윤실)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정치신학연구소 교회와사회> 박성철 대표가 최근 기윤실 '좋은나무'에 실은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란 제목의 기고글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정당하며 그 준거는 민주적 다양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그는 편향된 이데올로기에 잠식된 한국교회의 왜곡된 현실 인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군사독재 정권의 억압 아래 고통받았다. 그 암울했던 시간 동안 한국 교회 내에서 정치 이야기는 금기시되었고 기독교 근본주의 신학은 주류로 자리 잡았다. 외적으로 엄격한 정교분리를 외치면서도 실질적으로 개발 독재 세력과 결탁하여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던 근본주의 교회들은 억압의 시대가 지속될수록 더욱 극우화되었다"고 진단했다.

또 "이러한 흐름은 1987년 이후 한국 사회가 급속하게 민주화되어 가는 중에서도 쉽게 변하지 않았다. 2020년 팬데믹 시대를 맞아 한국 교회가 극우 기독교 세력의 온상으로 각인된 데에는 이러한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는 공적인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종교 집단이 권위주의적 정치 세력에 쉽게 동조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고도 했다.

현실 정치 참여에 있어서 왜곡된 모습을 보여온 기독교 세력을 두고 정치 참여를 배제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박 대표는 성서가 정치적인 것에 침묵하지 않고 있음을 들어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행위 자체는 정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성서의 전통은 아우구스티누스의 하나님의 두 도성에 의해서 또 교회와 국가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한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서도 부분적으로 계승되었다는 평가다. 종교개혁 시대의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양상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박 대표는 "중세적 흐름과 달리 종교개혁 시대에는 먼저 교회와 국가의 독자적인 역할을 강조한 후 양자 사이의 상호 연관성을 주장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왕국은 참된 신자들의 영혼을 다스리며 신자들의 경건을 성숙시키는 데 목적이 있고, 세속의 왕국은 불신자들을 법과 공적 권위에 복종시킴으로 악행과 불법을 제어하고 평화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하지만 루터는 그리스도의 왕국과 세속의 왕국을 구분했지만 두 왕국의 관계가 상호 보완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세속 정부는 평화와 사회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영적 정부가 이 땅에서 감당해야 할 영적 사명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공적 권위를 존중하며 세속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와 달리 장 칼뱅(Jean Calvin)은 모든 인간의 보편적 삶의 영역 전반에 하나님의 통치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칼뱅에 따르면 세속 정부가 우상을 숭배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거나 하나님의 진리를 훼방하는 일을 못 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이 교회에 있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아브라함 카이퍼와 칼 바르트의 정치와 종교에 대한 견해도 보탰다. 박 대표에 따르면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는 '영역 주권'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신앙적인 삶이 공공 영역 속에서도 실천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모든 주권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며 하나님의 주권은 정치적 분야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으로 흘러가기에 그리스도인은 인간의 모든 영역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또 "칼 바르트(Karl Barth)는 '정치적 예배'(Politischer Gottesdienst)라는 개념을 통해 파시즘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민주적 다양성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를 강조했다"며 "국가의 권위는 그리스도의 왕권 아래에 종속되어 있기에 절대적일 수 없으며, 독재나 전체주의와 같이 국가가 하나님의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그리스도인은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오늘날 현실 정치에서 한국교회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국 교회가 냉전 시대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민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참여에 대해 분명한 방향과 한계선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 교회가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민주적 다양성의 확보'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섬김'(diakonia)이다"라며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으로서 통일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그 몸의 지체로서 다양성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운다(고전 12:25).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신앙적 다양성이 정치적 영역에서 민주적 다양성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정치적 영역이 획일화될 때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이 바로 사회적 약자이며, "섬기는 자"(눅 22:26)로 제자들과 함께하셨던 예수께서 그의 제자들에게 '서로를 섬겨야 한다'(마 10:26-27; 요 13:15)고 가르치셨음을 기억한다면, 그리스도인의 민주적 다양성을 위한 참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섬김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러므로 민주적 다양성과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왜곡된 이데올로기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아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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