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일상을 왜곡하는 소영웅주의 배격해야"
김명희 서강대 종교연구소 학술연구교수, NCCK <사건과 신학> 최근호서 밝혀

입력 Nov 08, 2021 08:10 AM KST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회가 발행하는 '사건과 신학' 최근호에 소영웅주의가 주제로 다뤄진 가운데 '떠나는 영웅'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한 김명희 교수(서강대 종교연구소 학술연구)는 더 이상 "자본주의 사회가 양산한 '배금주의 영웅'은 더이상 우리 사회의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소영웅주의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 교수는 "가끔 TV를 보면 명사들이 출연해 그들의 영웅담을 들려준다. 대체로 그들은 한국의 '명문대' 출신이거나 미국의 '명문대'에서 박사가 된 사람들이다. 온갖 고생 끝에 지금은 한국 혹은 미국에서 꽤 유명한 사람으로 성공했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시청자들은 TV 앞에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내 아이는 저렇게 키워야겠다."라며 다짐도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SKY대를 꿈꾸며 사교육 현장에 내몰린다. 그렇게 힘들여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합격의 기쁨도 잠시, 또다시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에 편승한다"며 "대학교는 더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닌, 취업준비생들의 '학원'이 되었다.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학점관리에 들어간다. 4학년 취준생들은 100통의 이력서를 날려 보지만, 정작 손에 쥐는 것은 불합격 통지서다"라고 했다.

또 "대학의 취업률이 '우수학교'의 기준이다 보니 대학에서 인문학은 찬밥신세다. 이미 많은 대학교에서 철학과를 비롯한 인문학과와 예술학과들이 사라졌다. 인문학은 캠퍼스 밖 문화센터나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이 되었다"라며 "인문학을 전공하거나 'IN SEOUL' 대학을 다니지 않는 대학생들과 고등학교 졸업 후 산업현장에 뛰어든 청년들은 '성공'이라는 단어와는 무관한 사람이 되었다. 인구절벽으로 대학정원이 미달 사태라고 하지만, 취업률을 올리는 이공계 학과들은 여전히 신설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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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홈페이지 갈무리)
▲김명희 서강대 종교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NCCK 신학위원회 '사건과 신학'에 기고한 '떠나는 영웅'

교회도 예외가 아니라고 봤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축복은 '물질적 세속적 축복'을 의미하게 되었다. 교회의 건물 크기와 교인 수가 '좋은 교회'를 가름하는 기준이 되었고, 헌금의 액수와 교인의 사회적 지위가 '좋은 교인'의 잣대가 되었다"며 "주일 설교 강단에서는 번영신학의 메시지가 거침없이 선포된다. 청년들은 배금주의의 온상이 된 교회를 보며 하나 둘 떠난다. 이제 남은 자는 '배금주의 영웅'과 '배금주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사람'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일상의 왜곡과 불행을 낳는 배금주의 영웅이 아닌 평범한 영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TV에 자기 직업에 만족하며 사는 '평범한 영웅'을 소개하는 날이 속히 왔으면 한다"며 "명문대 유명학자가 아니어도 대기업 CEO가 아니어도 소소한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영웅'이 우리 청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루시퍼 이펙트』(1971)와 세계 평화학자 요한 갈퉁의 주장을 인용하며 평범한 영웅에 대해 "잘못된 시스템을 고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영웅이라고 하면서 '영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다"고 했으며 "'잘못된 시스템'을 고발하며 저항하는 소수의 청년이 있다. 그들이 구조적 폭력 사회의 '평범한 영웅'들이다"라고 했다.

자기 것을 내세우는 영웅이 아니라 떠나는 영웅의 모델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가 양산한 '배금주의 영웅'은 더이상 우리 사회의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영웅은 작은 것에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며 "'비움'을 통해 행복한 사람이 영웅이어야 한다. 예수는 머리 둘 곳조차 없는 '작은 자'였다. 그러나 그는 십자가의 '희생'(kenosis)을 통해 부활의 소망을 보여준 인류의 '영웅'이었다. 예수는 당시 유대 사회의 잘못된 율법주의 시스템에 저항한 '영웅'이었다"고 했다.

또 "짐바르도는 '잘못된 시스템'에 저항하는 소수의 사람을 '평범한 영웅'이라고 부른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포로 학대 사건을 외부에 공개한 조 다비, 2차 세계대전 당시 대학살의 위기에서 유대인들을 구출한 여러 유럽인 이웃들, 이들이 맹목적 복종을 거부하고 영웅적 행위를 수행한 '평범한 영웅'들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돈'을 성공의 척도로 삼는 '잘못된 시스템'을 고발하는 청년들이 있다"며 "그들이 '평범한 영웅'들이다. 이들은 잘못된 교육과 사회, 종교 시스템을 고발해 보지만, 곧 절망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마침내 그들은 '썩은 상자', 즉 '잘못된 사회'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교회 청년부에서 '아베체데'라는 독일어 초급과정의 동아리를 오랫동안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청년들이 호기심으로 독일어를 배우겠다고 찾아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잘못된 교육과 사회구조에 좌절한 청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독일어를 열심히 배웠고, 나의 안내를 통해 독일로 갔다. 이번 여름에도 두 명이 독일에 갔다. 한국의 '잘못된 시스템'에 적응할 수 없어서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한국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들의 이주행렬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한국에서 국외로, 교회에서 세상으로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영웅이 필요한 사회'가 아니라, '영웅이 떠나는 사회'가 되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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