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분단 조국의 통일, 이것이 목회의 시작이자 끝”
[인터뷰] 삼청교육대 최장기수 출신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

입력 Jan 17, 2022 03:39 PM KST

jeon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

지난해 10월과 11월 신군부 핵심이었던 고 노태우 씨와 고 전두환 씨가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경기도 김포에서 민통선평화교회를 담임하는 이적 목사는 두 전직 대통령이 숨진 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목사는 전두환 정권 시절 벌어졌던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례로 거론되는 삼청교육대 최장기수 출신이다. 이 목사는 1980년 부산 <매일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삼청교육대에 가야했다.

그곳에서 3년을 지낸 뒤 세상에 나온 그는 삼청교육대 실상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1988년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책 <삼청교육대 정화작전>을 낸 데 이어 그해 5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로 인해 한때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전두환-노태우 사망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KBS 1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 질문하는 기자들Q >는 지난해 12월 19일 전두환에 부역한 언론의 행태를 꼬집었는데, 이적 목사는 이 방송에 출연해 삼청교육대의 실상을 재차 알려 나갔다.

지난 12일 이 목사를 광화문 모처에서 만나 근황과 함께 저간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 전두환 노태우 사망 이후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전두환 노태우는 반성없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들의 사후에도 계속 싸워나가려 한다. 그들이 죽었다고 역사가 청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전두환 씨 사망 이후 5공 피해자공동행동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12월 12일엔 5•18구속부상자, 삼청교육대 피해자 등 관련 단체와 함께 전 씨 자택 앞에서 5공 피해자 공동행동 명의로 기자회견을 갖고 12.12 쿠데타를 규탄했다. 당시 회견에선 전두환 사저를 5공 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 삼청교육대 최장기수이며, 5공 청문회에서 증언도 했다. 전두환-노태우가 충분한 죄값을 받았다고 보는가?

"전두환과 노태우는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사면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용서하지 않았다. 남은 피해자들이 학살, 인권유린 등의 범죄 행위에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한편, 이들에게 부역한 졸개들의 범죄행위를 계속해 규명해 나갈 것이다."

-. 고 노태우 씨의 경우 이 정부가 국가장 장례를 치러줬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는 국가장 장례식 기도를 맡았는데 기도문 내용이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반발을 샀고, 이 총무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노태우는 전두환의 최측근 공범이다. 그런 노태우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러준 건 이 정부의 한계다. 게다가 전두환·노태우 둘 다 범법자로 처벌 받았는데, 한 사람은 국가장으로 치러준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 이건 국가의 편의에 따른 선별적 판단일 뿐이다.

그리고 NCCK 이홍정 총무의 고 노태우 국가장 영결식 기도 참석은 NCCK 실무진의 역사의식 퇴행에 따른 행위라고 본다. 얼마나 역사의식이 나태하면 학살 공범자를 추모하겠는가?"

"보수 언론, 악의적 매도해"

jeon
(Photo : Ⓒ KBS ‘질문하는 기자들Q’ 화면 갈무리 )
삼청교육대 최장기수 출신인 이적 목사는 KBS 1TV ‘질문하는 기자들Q’ 방송에 출연해 삼청교육대의 실상을 폭로했다.

-. 박근혜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지 못해 분쟁이 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28일 "삼청교육대 배상' 소송 낸 피해자는 맥아더 동상에 불 지른 사람"이란 제하로 비판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말해 달라.

※ 이와 관련, 이 목사는 2007년 12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아래 심의위)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을 받고자 신청을 냈다. 심의위는 이 목사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행정법원은 2015년 11월 심의위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이 목사는 2018년 7월 인천 맥아더 동상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옥살이를 했다.

"당시 재판부는 민주화운동은 인정한다고 했으나 외성후스트레스장애는 사건과의 인과성을 알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때는 박근혜 정권 때였는데, 아무래도 심의위가 정권의 눈치를 본 것 같다.

그런데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 난 5공 정권의 범법행위에 무고하게 희생된 희생자고 그래서 법적 판단을 구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반미운동 전력이 있으면 (국가가) 배상을 해줘서는 안 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갔다.

맥아더 동상 방화는 미국 일변도의 국가 정책에 항의하고자 기획했고,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지기로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나의 주장 행동을 반동으로 낙인찍었다. 반역적 사대주의라 할 만 하다."

-.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일단 담임하고 있는 민통선평화교회 목회를 계속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5공 피해자 공동행동'(가칭)은 조직을 정비해서 신군부 세력이 부정축재한 재산을 환수하는 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는 한편 5·6공 잔존세력의 범죄 처벌을 위해 국가범죄 공소시효 폐지 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내 목회의 시작이자 끝이다. 반외세·평화협정체결 운동에 평생을 헌신하려 한다. 어떤 탄압이 와도 역사성의 신앙과 신념, 그리고 조국 앞에 당당하게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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