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가상세계들과 근대성의 신화들: 게임, 게이머, 온라인의 초월성(2)

로버트 제라시(Robert M. Geraci)·미국 뉴욕 맨하탄 칼리지 종교학자

신학-기술-철학 간 다중학문 네트워크를 위해 결성된 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Korean Theology and Technology Network, 대표 김은혜)가 지난 21일 미국 뉴욕 맨하탄 칼리지의 종교학자 로버트 제라시(Robert Geraci)를 초청해 "인공지능과가상현실 시대의 종교"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주최측의 협조를 얻어 로버트 제라시 교수의 발제문 전문을 2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가상적 초월(virtual transcen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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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주최측 제공)
▲신학-기술-철학 간 다중학문 네트워크를 위해 결성된 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Korean Theology and Technology Network, 대표 김은혜)가 지난 21일 미국 뉴욕 맨하탄 칼리지의 종교학자 로버트 제라시(Robert Geraci)를 초청해 "인공지능과가상현실 시대의 종교"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가상세계는 한때 제도권 종교기관의 배타적 영역이었던 기회[즉, 초월성]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종교와 관련된 특정의 실천들(즉, 제의, 윤리적 논쟁, 공동체 형성)을 논의했지만, 이제 나는 거의 전적으로 종교적인 영역, 즉 초월성의 추구를 고려하고자 한다. 만약 우리가 치데스더가 초인간(the superhuman)이라는 면에서 인간의 의미에 집중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초월적 경험이 그 경험의 출처에 상관없이, 얼마나 종교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내 연구 작업에서 반복되는 부분은 기술적 초월에서 출현하는 종교와 과학의 교차점이다. 가상세계는 초능력에서 서사적인 승리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는 인간 정신들을 업로드할 종착지에 이르기까지 초월성에서 기회들을 연속적으로 제공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가상세계에서 우리는 기존의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들을 할 수 있다. 콘솔 게임과 같은 기초적인 비디오게임에서 우리는 마법 주문에서 레이저 총까지 불가능한 힘을 무한하게 얻는다. 가상세계에서 우리는 죽음을 정복한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와 같은 세계에 죽음은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우리는 죽은 후에 부활할 능력을 갖는다. 우리는 늙지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영웅적인 공적들을 성취할 수도 있다. 1990년대 가상현실 모델링 언어(virtual reality modeling language, VRML)를 공동 발명한 마크 페세(Marc Pesce)는 VR 환경을 "정말로 우리 모두가 천사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신성한 존재의 상태"라고 묘사했다. 동시에 VR 아티스트 니콜 스텐저스(Nicole Stengers)는 "우리가 끼고 있는 데이터 장갑(data glove)의 반대편에서 우리는 황금빛 입자로 고동치며 움직이는 형형색색 빛의 피조물들이 된다. ... 우리는 모두 천사들이 될 것이고, 그리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우리가 메타버스(the Metaverse)에서 영웅이 된다는 것은(여러분이 그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든 간에) 가상세계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초월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의 한 측면일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는 비디오게임 플레이어가 어떻게 은하계의 정복자가 되거나 한 민족의 구세주가 되는지를 생각해 볼 때 명백하다. 그런데 가상세계가 새로운 형태의 정체성에 대한 문을 열어줄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생물학적 몸이 용납하지 않는 어떤 다른 모습으로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정체성을 실행하기로[연기하기로 perform]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생물학적 성을 바꿀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가상세계에서 자신들이 다소 사교적이 되었음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들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키보드나 콘솔을 통해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자신을 가상세계의 인물로 보는 본질적인 방식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만약 내가 여성으로서 [게임에 접속하고 참여하여] "플레이"한다면, 나는 (물론 완전히는 아니지만) 많은 측면에서 여성으로서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가상]세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내가 여성인 것처럼 대할 것이다. 만약 내가 로봇이나 용으로 가상세계에 들어간다면, 나는 그 과정에서 내 자아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가상세계는 우리가 우리의 몸과 정체성을 초월할 수 있도록 한다. 초인적 힘을 얻고, 외모를 바꾸고, 다른 삶의 양식과 동일시하면서 말이다. 이 천사같이 되는 경험은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한 매력이 있다.

심지어 우리가 다른 성격과 힘을 갖게 되면, 우리는 우리 주변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역할들을 맡는다. 신화적인 이야기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는 우주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비디오게임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야기에 관련이 된다(심지어 꼭 필요하게 된다). 온라인세계의 거주자들은 그들이 어떤 종류의 신화적 이야기를 중시하는지 알고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플레이어들 중 23%만이 제도적으로 종교적이라고 주장했으며, 45%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7점 만점에 1점으로 응답). 다수인 83%는 기도를 포함하여, 종교활동에 일주일에 0시간을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90% 이상은 공상과학 소설[SF소설]을 읽고 있고,

87%는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 그렇게 그들은 신화적인 텍스트를 가지고 있지만, 이 텍스트들은 전통적으로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공상과학 팬들에게 가장 선호하지 않는 텍스트 중에 하나가 성경임을 감안할 때(Bainbridge 1986), 우리는 게이머들이 전통적인 종교공동체로부터 어떻게 자신들을 구별해내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다. 게이머들이 즐기는 내러티브의 종류는 본질적으로 판타지적이다. 책에서 여러분은 도피적 판타지의 순간을 읽고 경험함으로써, 그러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세계에서는 내러티브에 동참할 수도 있고, 심지어 그것을 주도할 수도 있다. 일부 가상환경에서는 심지어 내러티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신체, 마법의 힘, 그리고 심지어 우주적 의미에 대한 욕망은 가상세계들을 서술하는 많은 미래주의 내러티브들 속에 싸여있다. 1970년대 초 생물학자인 조지 마틴(George Martin 1971)이 우리의 마음을 기계로 업로드할 수 있으리라고 제안했고, 로봇공학자인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은 1978년에 에세이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그 후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출판된 서적들에서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강력하게 옹호했다. 모라벡은 이전에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거의 독점적으로 옹호되었던 생각들을 과학적인 것처럼 포장했다. 모라벡은 우리의 컴퓨터들이 충분히 강력해지면, 우리는 역사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면서, 무한히 풍부하게 시뮬레이션 된 현실들을 구축하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모라벡과 여러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우리가 인간 마음의 정보콘텐츠를 컴퓨터에 복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사실상 우리의 마음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가상세계 속으로도 효과적으로 업로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세계는 지구처럼, 화성처럼, 또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올림푸스 산처럼 보일 수 있다.

무엇이든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세계를 창조하고, 인간의 마음을 그 세계에 전송함으로써, 우리는 인간 상태에 대한 완전한 초월을 성취할 것이다. 우리는 가상세계의 불멸의 거주자가 되어, 아마도 한 세계에서 다음 세계로 넘나들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 연구자인 짐 블라스코비치와 제레미 베일렌슨(2011)은 그들의 연구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가상세계 아바타가 수세기 동안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말한다. 내 연구에서 나는 <세컨드 라이프> 사용자의 50% 이상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다면, 가상세계에 자신들의 마음을 업로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가상세계 설계자들은 분명하게 그러한 목표와 행보를 같이한다. <세컨드 라이프>의 설립자인 필립 로즈데일(Philip Rosedale)은 "나는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 해골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왔다. ... 이것은 좋은 성과도 아니고, 좋은 상황도 아니다(Au 2008)"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기자인 팀 게스트(Tim Guest 2007)에게 "우리가 우리 몸을 버려두고 마음을 가상현실로 업로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게임 설계자를 넘어 사용자들에게까지 확산된다. <세컨드 라이프> 이용자 중 한 사람인 그녀는 "<세컨 라이프>와 다른 노력들이 부분적으로는 궁극적인 업로드 된 존재를 위한 토대(foundation)"라고 믿는다고 내게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가상] 세계들이 한스 모라벡과 다른 미래주의 옹호자들이 약속했던 그것, 즉 초월의 궁극적 형태를 약속한다는(즉, 가상세계의 많은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믿음이다. 가상세계의 초월적 경험은 초능력(superpowers)으로 시작하여 초인적 삶들(super lives)로 진보해 간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자신을 세상에 보여주는[표현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풍성하고 의미있는 삶을 창조할 수 있다. 설령 비디오게임속의 논플레이어 캐릭터에게만 그런 것처럼 보인다 해도, [실제에서도] 우리의 행위들은 중요해진다. 이 모든 것은 메타버스와 오아시스라는 공상과학 소설의 약속들에 대한 믿음을 고취하는 사고방식을 만들어내지만, 또한 "특이점"(Singularity) 옹호자들과 우주의 미래가 디지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약속에 대한 믿음을 고취시키는 사고방식도 만들어낸다.

결론

가상세계는 놀이터 그 이상이다. 그것들은 현대의 종교성을 위한 자원이고, 개인이나 집단의 종교를 위한 기술이자 장소이다. 가상세계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고, 윤리적 행위를 토론하고, 우리 자신을 재발명하고, 신화적인 이야기들에 참여하고, 개인의 초월을 추구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과 메타버스는 공상과학소설 작가들이 내가 서두에서 언급한 공상과학소설 작가들(즉, 윌리엄 깁슨과 닐 스티븐슨)이 불러온 용어들이다. 이러한 용어들, 특별히 최근 유행하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천상의 영역을 우리의 컴퓨터에 한정하기(circumscribe) 위해 발명되었다. 따라서 후속 기술이 우리를 점점 더 [컴퓨터 안의] 신성한 경험의 추구로 몰아넣는 것은 아마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가상세계는 비디오게임이다. 하지만 [가상세계를 구현하려는] 사전 노력들은 우리의 업무와 교육을 가상 환경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불운한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나 메타[페이스북 회사의 변경된 새 이름]가 최근에 약속한 유사 기술 같은) 증강현실을 통해 또는 스크린에 완전히 컴퓨터가 구현된 환경 안에서 또는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VR 헤드셋을 사용하여 나타날 수 있다. 공상과학소설 작가들은 우리에게 미래는 디지털이라고 약속한다. 실리콘 밸리는 우리에게 미래가 디지털이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가상현실이 주는 종교적 만족은 우리에게 그들이 마법을 부리는 세계에 동참하라고 손짓한다. 21세기 초반에 가상세계들 속에서 디지털적 초월을 추구하는 것보다 사회에 더 강력한 주장[요구]을 제기하는 이데올로기는 거의 없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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