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가에게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였다

조르주 루오 展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위대한 신앙의 담지자 사도 바울도 로마서 7장에서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라며 죄적 실존을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구원자 예수 안에서 끊임 없이 성화(聖化)되고 소망을 발견하였기에 위대한 사도로 남을 수 있었다. 이렇듯 예수는 그리스도인의 희망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조르주 루오 展이 3월 28일까지 열린다. 렘브란트 이후 최고의 종교화가로 꼽히며 마티스, 피카소 등과 함께 20세기 전반의 화단을 대표하는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는 화폭을 통해 일평생 예수를 인류의 구원자로 그려냈다. 예수를 그린 화가가 많았지만 유독 루오에게 현대인들의 시선이 꽂히는 이유는, 그가 영광의 예수가 아닌 고난의 예수를 그림으로써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조르주 루오의 자화상 <견습공>

자화상 <견습공>에는 소외된 자들에 관심 가졌던 그의 인생관이 드러난다. 1925년(54세) 이 작품을 그렸을 당시 그는 슈발리에 레지옹 되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그 1년 전에는 파리에서 회고전을 크게 열었다. 그러나 그는 <견습공>에서 자신을 넓은 이마에 퀭한 눈을 가진 소박한 장인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자리가 소박한 사람들 곁, 서민들 곁, 최하위층 사람들 곁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광대, 곡예사, 노동자, 헐벗은 아이들을 그리면서 소외된 자들을 ‘유형화’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들의 위로자로서 자비와 연민에 넘치는 예수의 얼굴을 그들의 그림과 병렬시켰으며, 십자가에 달린 속죄자 예수 그림을 통해 구원과 초월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르주 루오의 판화 연작 '미제레레'

이는 58점의 판화 연작 ‘미제레레’(Miserere,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에 잘 드러난다. 판화에 창녀, 장님, 경작인, 유랑자들과 부랑자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총 2개의 테마를 열고 닫는 이미지는 매번 고통 받는 예수의 모습이다. 또한 미제레레의 마지막 장이 영광의 그리스도의 부활이 아니라 성안(聖顔, 그리스도의 얼굴)의 이미지, 즉 보잘것없는 한 여인이 가지고 있던 천에 구현된 그리스도의 얼굴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번 <조르주 루오전>에 전시된 모든 작품은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에서 왔으며 총 168점으로, 세계 최초 공개작 14점과 해외 최초 공개작 70여 점 등 90여 점의 미공개작을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 루오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가족들이 국가에 기증한 미발표자들로, 유가족들이 요구한 엄격한 기증조건으로 인해 어쩌면 이번 전시가 유일한 감상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전시 작품은 <베로니카>, <그리스도의 얼굴>, <견습공>, <부상당한 광대>와 같은 대표작도 포함하고 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죄적 실존에 갇혀 있는 영혼들에게, 그리고 시대 속에서 절망의 어둠만을 감지하는 이들에게, 루오의 화폭으로부터 다시 한 번 위로자 예수, 구원자 예수를 발견해보길 제안한다.


전시회 홈페이지) http://www.rouaul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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