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끊임없는 스캔들, 교단장 선거 때마다 치르는 홍역 등은 사회 앞에 소망을 주기 보다는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준다. 목회자 리더십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과거 보다 높은 수준의 교수진 그리고 짜임새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 신학 교육의 현장에서 신학생들은 정규 과정을 밟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다. 정해진 코스를 통과한 신학생들은 어느새 수준 높은 목회 노하우와 기술 등을 습득하게 된다. 하지만 목회 노하우와 기술만으로 목회 다운 목회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신학교 현장에서 메아리쳐 들려온다. 목회 스킬(skill) 말고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또 다른 리더십 교육이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원장 정석환 교수를 그의 학장실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교회의 위기는 리더십의 위기"라며 자정 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 리더십의 위기를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
지난 26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원장 정석환 교수(목회상담학)를 만났다. 정 교수는 "교회의 위기는 리더십의 위기"라며 "자정의 능력을 상실하고, 점점 게토화 되며 자기 박스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정당성만 주장하고, 세상과 담을 굳게 쌓아가는 모습이 교회 리더십의 비민주성, 후진성, 폐쇄성, 배타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리더십의 문제는 결코 남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신학 교육의 현장에서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는 얘기였다.
"신학 교육이 그동안 바르게 되어 왔던가. 신학 교육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 꿰었던가 하는 문제도 우리가 다시 한번 기본으로 돌아가 점검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학교는 정당하고, 교회는 부패했다"라고 무책임한 말을 하기 보다는 각각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운동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요?"
과거 2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교수들은 두, 세배로 늘어났고, 시설들도 좋아졌다. 이에 따라 학생수도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신학교는 밀려 들어 오는 이들 신학생들을 충당하기 위해 다양한 커리큘럼을 재빠르게 도입했다. 그러나 한 가지 놓치고 간 것이 있었다.
"낫 더 송 벗 더 싱어(Not the song but the singer)" 요즘 미국에서 캐릭터 이슈가 많이 다뤄진다고 말한 정 교수가 미국 신학자들 사이에 유행어 처럼 쓰이고 있는 표현을 일렀다. 노래가 문제가 아니라, 가수가 문제라는 이 말은 신학 교육에 있어 인성·성품·사람 됨됨이가 갖는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정 교수는 "과거 신학 교육의 핵심은 제자 양육, 인성·성품을 만드는 것이 었는데 반해 지금은 지나치게 커리큘럼에만 집중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
정 교수는 "신학 교육이 이론이 없고, 커리큘럼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신학 교육의 핵심은 제자 양육, 인성·성품을 만드는 것이 었는데 반해 지금은 지나치게 커리큘럼에만 집중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회에선 리먼 사태 이후 캐릭터 이슈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윤리가 없는 자유 시장 논리가 얼마나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 얼마나 공동체의 큰 적이 될 수 있는가. 월가의 탐욕, 리먼 사태의 후유증에서 볼 수 있잖아요. 그런 이슈와 궤를 같이해서 보면 우리 신학교가 캐릭터를 놓쳐 버리고, 개개인 신학생의 역량에만 맡겨 버리는 것 같아요"
과거 60년대 까지만 해도 대다수 신학교들에선 학생들을 집단 수용해 수도원 혹은 기숙사 식의 생활을 통해 목회자 리더십을 길러냈다. 성품 좋은 '스승' 밑에서 '제자'들은 '스승'과 함께 먹고 자며 그 행동 거지들을 하나 둘씩 배워갔다. 이처럼 인성 교육이 잘 이뤄졌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어떨까? 정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지금의 세대들을 옛날의 제도에 담으려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의 반항과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인성 교육을 개인에게만 맡기고, 학교는 신학의 교육 커리큘럼만 감당해야 하는 것인가? 그 또한 무책임한 발상이지 않을까요?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듯이 새 부대를 연구해야 합니다"
▲정 교수는 "과거 옛날(신학생들을 집단 수용하는 등)로 돌아가서 그런 패턴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보다 현대화된 툴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은 인성 교육 부분에 대한 계속적인 고민 끝에 지난 2008년부터 임상목회교육 과정을 전격적으로 도입, 목회학 과정( M.Div. 등)의 필수 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임상목회 교육은 병원, 학원, NGO 단체들의 요양시설을 찾아가 환자를 돌보면서 발생 가능한 상호 작용들에 관해 전문가로부터 감독을 받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친 신학생들은 환자와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는 법을 배움과 동시에 목양의 기초를 쌓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은 11년전 부터 상담·코치 지원센터를 운영해 전문 상담 교육을 받은 뒤 내방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상담을 실시하는 인성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과거 옛날(신학생들을 집단 수용하는 등의)로 돌아가서 그런 패턴으로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보다 현대화 된 교육의 툴(tool)을 개발해 합리적이고, 실증적이고 경험적으로 구축되어진 것이 임상목회 교육입니다" 이 교육의 궁극적 목표로 정 교수는 "자신의 캐릭터를 자기 삶의 뿌리를 되돌아 보고 성찰해 보는 과정에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궁극적으로는 군림하는 지도자가 아닌,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가 되도록 하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 교수는 "한국교회를 구호로, 비난만으로 고칠 수 없다"며 "신학교면 신학교 교회면 교회 각자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서 기능을 최대한 발휘해 한국교회가 자정 능력을 되찾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