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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1-13 16:42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글쓴이 : 손규태

설교본문: 누가복음 2:25-40
 
그런데 마침 예루살렘에 시므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의롭고 경건한 사람이므로, 이스라엘이 받을 위로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 성령이 그에게 임하여 있었다. 그는 주께서 보내시는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성령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다. 그가 성령의 인도로 성전 안에 들어갔을 때에, 마침 아기의 부모가 율법이 정한 대로 행하고자 하여, 아기 예수를 데리고 들어왔다.  시므온이 아기를 자기 팔에 받아서 안고, 하나님을 찬양하여 말하였다.  "주님, 이제 주께서는 주의 말씀을 따라, 이 종이 세상에서 평안히 떠나갈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주께서 이것을 모든 백성 앞에 마련하셨으니,  이것은 이방 사람들에게는 계시하시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므온이 아기에 대하여 하는 이 말을 듣고서, 이상하게 여겼다. 시므온은 그들을 축복한 뒤에, 아기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 가운데 많은 사람을 넘어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도록 세우심을 받았으며, 비방을 받는 표징으로 세우심을 받았습니다. - 그리고 칼이 당신의 마음을 꿰뚫을 것입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의 마음에 품은 생각들을 드러내시려는 것입니다." 아셀 지파에 속하는 바누엘의 딸로 안나라는 여예언자가 있었는데, 나이가 많았다. 그는 결혼하여 일곱 해를 남편과 함께 살다가, 과부가 되어서, 여든네 살이 되도록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으로 금식과 기도로 하나님을 섬겨 왔다.  바로 이 때에 그가 다가서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이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었다. 아기의 부모는 주의 율법에 규정된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갈릴리에 있는 자기네 고향 동네 나사렛에 돌아왔다. 아기는 자라며 튼튼해지고, 지혜로 가득 찼고, 하나님의 은총을 받고 있었다.
(누가복음 2: 25-40).
 
 
성서를 풀어 가는 데 있어서 큰 주제는 역시 구속사학파의 신학자들이 이야기하듯이 "약속과 성취"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구약성서의 예언자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예언하신 약속이 메시아인 예수가 저 유다 땅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심으로써 성취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언의 성취는 그 동안에 주로 생각되었던 메시아 기대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유대인들 가운데는 대체로 메시아의 도래와 관련된 사상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세 개의 집단들이 존재했다.
첫째는 메시아는 하나의 위대한 영웅으로서 하늘로부터 직접 내려와서 이 땅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극적으로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다윗의 가문 출신이 다시 왕위에 올라 통치 함으써 과거의 영광과 영예를 다시 회복한다는 것이다. 세 째로는 하나님이 직접 초자연적 방식으로 역사에 개입해 들어오심으로써 역시 극적으로 그의 나라를 지상에 건설하신다는 것이다. 즉 유대인들은 메시아는 권력과 무력을 동원하고 수많은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대군을 거느리고 나타날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영웅으로 간주했다. 권력과 무력을 가진 메시아의 출현을 생각했던 헤롯 왕은 동방박사들을 통해서 메시아의 탄생을 전해 듣고는 그가 한갓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군대를 동원해서 어린이들을 무차별 살육했다.
이렇게 볼 때 예수가 마구간에서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서 하나의 어린아이로 태어났다는 것은 유대인들이 기대했던 메시아 출현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은 메시아로서 어떤 초자연적 방식으로 태어나거나 초세상적 힘을 가지고 활동한 것이 아니라 그는 탄생에서부터 성장을 거쳐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걸어갔던 길을 걸어가심으로써 우리의 구세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메시아가 장군과 같은 인물이라면 우리는 알렉산더나 나폴레옹에게서 메시아 상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메시아를 지혜가 뛰어난 철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소크라테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아퀴나스의 토머스가 메시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메시아를 예술가에게서 찾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미켈란제로나 레오날드 다빈치와 같은 예술가를 메시아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메시아를 기적을 잘 베푸는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면 우리는 마술사에게서 메시아를 기대해야 좋을 것이다. 예수는 그가 가장 인간다운 길을 걸어가심으로써 우리의 구세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본문에도 보면 예수는 모세의 율법에 따라서 8일 만에 할례를 받았다. 그는 처음부터 율법을 반대하거나 그것을 초월한 것이 아니라 율법대로 살았다. 또 그의 가족은 가난한 목수의 집안이었기 때문에 양을 드리지 못하고 비둘기 한 쌍을 사가지고 성전에 가서 번제를 드림으로써 정결 예식을 거행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 메시아가 다른 어린이들과 같이 부모들과 어른들로부터 배우고 살아갔으며 다른 이들과 같이 아파하고 기뻐한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탄생한 메시아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신 하나님이었지 어떤 초인간적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분은 더군다나 귀신은 아니었으며 흔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마술사도 아니었다. 그는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우리의 문제들을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구세주가 된 것이다.
그런데 예수가 태어나서 8일 째 되는 날 즉 할례를 받기 위해서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했던 날에 그를 만났던 두 사람의 나이 많은 분들에 대한 기사가 오늘 본문에 기록되어 있다. 한 사람은 시메온이라고 하는 의롭고 신앙심이 깊은 예언자며, 다른 한 분은 84세가 넘게 홀로 사는 여선지자 한나라는 분이었다. 마태복음에 보면 메시아의 탄생이 무고한 어린이들을 죽게 하는 날이 되기도 했지만 누가복음에 보면 나이 늙기까지 이스라엘 민족의 위로와 구속을 기다리며 이를 위해서 기도해 오던 분들과 아기 예수의 만남은 매우 의미 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는 이미  쇠해 가는 낡은 세대와 새로 태어난 예수를 선명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이스라엘 아니 나가서 온 인류에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자비하심 즉 인류 구원의 경륜을 우리에게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가는 이 늙은 두 노인들, 즉 오랜 역사적 고난 속에서 메시아를 기다리는 이스라엘 민족의 대변자로서 시메온과 한나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나타났음을 증언하려고 한다.
이 노인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자신들의 삶을 마감해 가는 단계에서 메시아를 보게 된 것은 세리장인 삭개오가 메시아를 영접했던 것 못하지 않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누가는 나이 많은 시메온의 입을 빌리어서 이 태어난 아기를 보내주신 하나님에게 감사와 찬양을 드리고 있다.
    "내 눈이 주의 구원자를 보았습니다.
    이는 만민 앞에 예비하신 것이요.
    이방을 비추이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입니다."
탄생하신 예수는 이스라엘에게 영광이 될 뿐만 아니라 온 땅, 온 세계를 비출 빛이라고 했다. 만민을 위해서 예비 되었던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자비가 그를 통해서 우리에게 나타난 것이다. 즉 만민에게 약속된 것이 성취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우선 아기 예수의 탄생은 이렇게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위로와 구원을 기다리고 이를 위해서 기도하던 노인들의 희망의 성취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성탄절 즉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말할 때는 언제나 젊은 세대 즉 어린이들의 세대에만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누가는 이 어린아이의 탄생이 삶의 마지막 단계를 살면서 새로운 희망을 바라보고 기도하던 노인들에게 구속의 사건이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메온은 이 어린 메시아의 탄생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주재여 이제는 말씀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주시는 도다"라고 찬양하고 있다. 그는 이제 메시아의 탄생을 보았으니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다는 것이다.
제 아버님은 광주사태가 나던 1980년에 돌아가셨는데 당시 시국이 하도 살벌할 뿐만 아니라 또 가족들이 장례를 지낸 다음 뒤늦게 알려주어서 우리는 장례식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늘 아쉬워했습니다. 아버님은 제가 공부를 다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간절하게 기다렸지만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 지금 생각하면 독일 체류기간 동안 자주 편지나 전화를 드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 인간들 사이에는 태어나는 어린이들, 성장해 가는 자식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나이 많은 시메온이나 한나의 심정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태어나는 어린이들에서 그리고 성장해 가는 자녀들에게서 부모들은 자신들의 못 이룬 희망을 이루어 주기를 기대할 뿐만 아니라 자기의 자손들이 훌륭한 사람들이 되어서 사회와 세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시메온과 한나라는 여선지자는 자신들의 자녀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깊은 명상과 기도를 통해서 도탄에 처한 이스라엘을 구원할 사람을 하나님께서 보내 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간절한 소망 가운데 그가 살아서 메시아 즉 그리스도를 볼 것이라는 예언을 받고 감사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그는 마침 율법에 따라서 8일 만에 세례를 받고자 성전에 온 아기 예수를 만나게 되었다. 이 어린 예수를 만나는 순간 그는 “하나님이시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군요”하고 소리 높여 외친다.
인간이 태어나서 일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것을 보고 수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필자도 긴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야곱의 고백대로 “험한 세상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황해도의 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서 처참한 한국전쟁을 겪고 전라남도 무안군으로 피난 와서 제대로 공부할 시간도 없이 먹을 것 입을 것을 위해서 산으로 나무하러 다니던 시절, 휴전이 되고 서울로 올라와서 폐허 가운데서 공부랍시고 하던 시절 등을 생각하면 우리 세대는 행복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독일에서의 생활은 경제적 걱정은 없었지만 목회하고 공부하는 일은 용이한 일은 아니었다. 공부하고 돌아와서 대학교수라고 하는 비교적 안정된 자리를 잡는 순간에 신부전증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인생이란 고해와 같다”는 엣 어른들의 이야기가 실감난다.
이러한 고해와 같은 인생을 살고 험악한 세상을 보면서도 순간, 순간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뭔가 뜻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의미 있는 일들을 볼 수 있을 때다. 4.19혁명을 통한 독재타도와 새로운 민주주의의 꿈을 가졌을 때, 독재자 박정희가 살해당하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꽃봉오리가 피어났을 때 등 이 나라에서 뭔가 인간다운 삶의 기초들이 형성되는 것을 맞이할 때 삶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악조건들을 물리치고 여러 차례의 단절을 겪었으면서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뭔가 인생의 기쁨 같은 것을 느끼곤 했었다.
그러나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개인적 성취나 사회적 성과를 넘어서 깊은 감사와 찬양을 멈출 수 없는 것은 그리스도라고 하는 분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33세의 파란만장한 삶 가운데서도 철저하게 자기를 희생하고 인류의 구원을 위한 길을 보여주신 그 분이 아니었다면 나의 삶, 나의 인생관이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삶은 권력추구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다 엉뚱한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던 유대인들에게는 거침돌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 시메온의 눈에는 하나의 구원사건이었다. 그리스도는 만민 앞에 빛이요 이방을 비추이는 빛이요 이스라엘의 영광이라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진정으로 나라의 구원을 기다리고 하나님의 위로를 원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리스도는 새로운 희망이요 기쁨이 되신 분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또 이러한 하나님의 구원의 행위를 보고자 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구원자가 되신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를 잉태한 배는 복되다. 그렇지만 그 아이의 탄생을 본 시메온의 눈도 복되다. 우리 성도들의 삶 가운데서 진정으로 이러한 놀라운 사건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해서 힘써 노력해야 할 것이다.
199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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