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본문: 마태복음 6:3-6

 

“너는 자선을 베풀 때에는, 네 오른손이 무엇을 하는지를 네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은밀한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네 상을 이미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서, 은밀하게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복음 6:3-6)

전두환씨 시절에 우리를 가장 허탈하게 만들었던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를 허탈하게 했던 것은 요즘 한 참 문제가 되고 있는 금강산댐에 관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북한은 남한이 개최하는 역사적 올림픽을 치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금강산 땜을 축조하여 물을 모았다가 댐을 폭파함으로써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어 댐을 쌓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평화의 땜이라는 것이다. 저는 그 때 독일에 있을 때였는데 독일 TV에 수공을 당했을 때의 국회의사당이 지붕만 남아 있는 컴퓨터 그림을 본 일이 있다. 참 어처구니없는 것을 가지고 국민을 속인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이런 어리석은 것을 통해서나 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연민의 정이 생기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한 감사원과 국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저는 그 결과에 대해서 크게 관심하지 않는다. 그 당시 배달되어 오던 신문에 매일같이 엄청난 돈의 성금을 낸 사람들의 얼굴들이 실려 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업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지면에 많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그 일에 대해서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 후 귀국해서 노태우 정권 때리고 생각합니다만 그와 유사한 행사가 문화방송을 통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 내용은 다름 아닌 소년소녀가장 돕기 행사라는 것이다. 거의 하루 종일 생방송 되는 프로그램에 수많은 어린이들이 반강제로 모여들어 자기의 이름과 학교를 큰소리로 말하고 성금 함에 돈을 넣었는다. 아나운서는 흥분되고 들뜬 목소리로 성금을 낸 어린이의 이름을 반복하고 또 그 갸륵함을 칭찬했다. 그러자 자기 이름과 얼굴을 TV에 잠시라도 내보이기 위해서 수많은 어른들이 몰려들었다.
자선을 베푸는 것을 이렇게 신문이나 방송매체가 대서특필하고 또 크게 선전해 주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 밖에는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때 부족한 물자를 충당하기 위해서 물품 동원령을 내리고 거기에 응했던 소위 애국적 인사들의 명단을 발표한 적은 있다. 그들은 아시아의 다수의 국민들을 처참한 참화로 몰아넣는 전쟁에 헌신적으로 동원되었다. 전쟁말기에는 우리나라에서 까지 쇠붙이는 물론 집에서 사용하는 숟가락 까지도 가져다 바치던 것을 기억한다.
이렇게 공개적인 자선과는 달리 자기의 자선행위를 철저하게 숨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한 예로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시절 많은 기업인들로부터 반강제로(?) 성금을 받아들였다고 자인했다. 그 돈을 어디에다 사용했는지 궁금해 하는 국민들에게 그는 최근 불우이웃 돕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신중한 인물이어서 돈도 은밀하게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사용도 은밀하게 했다. 돈을 가져다 준 몇몇 사람들의 이름은 억지로 밝혀졌지만 그 돈을 받은 불우이웃들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또 밝히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그러한 자기의 자선행위를 떠벌리고 자랑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상 별로 큰 자선을 베풀지 않고 떠들어대는 것은 덕스럽지 못하고 또 자선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에게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침묵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자선행위를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들의 일 가운데는 감추어지는 것이 좋은 것이 있는가 하면 드러나야 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마태복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너희는 두려워 말라. 덮어둔 것이라 해도 벗겨지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라 해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데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서 말하여라. 너희가 귓속말로 듣는 것을 지붕 위에서 외쳐라”((10:26-27). 악한 것, 인간이 숨기려 하는 것은 밝혀져야 하고, 선행 등 인간이 들어내고자 하는 것은 숨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사회에서는 드러날 것은 숨겨져 있고 숨겨져야 할 것은 드러나 있다. 이 일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언론매체였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단적으로 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덮어둠(Deckung)이 까발리기는 것(Enthüllung)보다 더 도덕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갈파한 적이 있다. 성격에 있어서도 독일인들은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라틴적 유럽 출신들처럼 바라지지 않고 은근한 데가 있다. 아마도 니체는 그런 독일인의 성품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모fms다. 우리나라에서도 까바라진 것보다는 점잖은 것을 좋게 생각한다. 따라서 성격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선을 행하는 데 있어서도 은밀한 것은 정말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웃의 잘못을 다 까발리는 것 보다 덮어두는 것이 좋을 때도 많다. 까발기면 인간관계가 깨어지지만 덮어두면 새로운 관계가 성립되기도 한다. 그래서 선조들은 침묵은 금이고 떠벌리는 것은 은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경험적으로도 침묵이 금이었다고 느끼는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생각하고자 하는 것은 은밀한 것의 차원이 가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죄된 행위는 밝혀지고 만다는 것이다. 밝혀지는 것의 차원이 더 좋은 것도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밝혀짐의 보다 높은 차원은 기독교에서는 “계시의 차원”이라고 말한다. 이 계시의 차원을 말할 때는 창조주 하나님의 역사창조와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사건 그리고 성령을 통한 인류구속의 섭리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계시되고 선포되어야 할 사건 즉 복음의 사건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은 아무리 계시되고 선포되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밝히는 것이 성서의 말씀이요 2000년에 걸친 교회의 활동역사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강조해서 해 나가야 할 교회들의 과제다.
그런데 성서는 우리에게 인간의 선행은 은밀한 것이 귀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 마태복음 본문에 보면 그것이 비록 의로운 일이나 자비를 베푸는 일이라 할지라도 사람들 앞에서 나팔을 불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알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종교적 행위로서 금식을 하거나 기도할 때도 남이 보는 앞에서 티를 내지 말하고 했다. 저는 이 점에서 우리가 관습적으로 하는 통성기도, 정말 큰 소리로 부르지는 통성 기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기도는 남에게 들리게 하는 기도일 뿐만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기도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사회적 행위로서 자선의 행위에 있어서도 절대로 선행을 남에게 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한국의 기독교는 너무 과시하고 자랑하고 떠들고 소란을 피우는 종교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 깊은 산사에서 명상에 전념하던 불교인들까지 기독교를 배워서 요즘에는 소란을 피운다.
오늘 본문 창세기 3장은 우리 인간들이 왜 은밀한 종교행사를 가지고 또 자선을 행해야 하는 가를 깊은 신비를 가지고 우리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이 금하신 선악과와 지식의 나무 열매를 따먹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나서 자신들의 벌거벗은 현실을 깨닫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자기 수치를 가렸다. 여기에 범죄 한 인간의 숨기려는 본능이 나타나 있다. 바로 이러한 인간 존재란 따라서 아무리 정의와 선행을 행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자랑하고 자기를 들어낼 수 있는 존재가 못된 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를 들어내지 말아야 할 것은 심리학적으로 보면 자기의 죄성을 은폐하기 위해서  자기의 자선행위를 더욱 들어내려고 한다. 이렇게 인간이 자기를 들어낼 때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우선 인간이 자기를 들어내면 하나님과 그 하신 일이 숨겨진다. 여기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깨어진다. 또 인간이 자신의 권력과 부와 영예를 통해서 자신을 과도하게 들어내려고 할 때 인간들 사이에 관계가 깨어지고 고통이 생긴다. 우리는 이러한  인간이 자신을 들어냄이 가져다 준 폐해를 지난 30년 동안 군사독재정원을 통해서 경험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인들은 자기에게 허락된 권력들 그 이상을 국민들 앞에 과시했다. 국민들은 그들 앞에서 벌벌 떨었다. 그들은 그 권력을 통해서 영예와 부까지도 독차지하려고 했다. 여기서 빈부간의 갈등이 첨예화되었다. 오늘날 한국과 같이 방송을 통해서 상품들이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침입해 들어오게 놔두는 나라는 미국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를 과도하게 들어내는 것은 덕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장로교의 창시자인 요한 칼뱅은 이 세상에 참 평화와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영광만이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영광이 드러났던 히틀러 시절에 얼마나 많은 인간의 고통이 뒤따랐는가?
그래서 노자는 말하기를 가장 천박한 지도자는 국민들이 그를 두려워 할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지도자요, 그 다음으로 천박한 지도자는 국민들이 그를 존경하도록 조작할 수 있는 지도자며, 가장 위대한 지도자는 국민들이 그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게 자기를 들어내지 않은 지도자라고 했다. 이 말은 인간의 속성들 가운데 권력욕, 명예욕 그리고 물질욕과 관련된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서는 인간의 정의와 선행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인간의 것인 한 숨겨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즉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진정한 의미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로 했다. 그러나 악성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실상 시장은 보이는 이른바 큰 손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저는 다시 한번 소년소녀가장들의 문제로 되돌아가 보겠다. 이미 제는 지난 가정주일에 ‘사회적 효도’라고 하는 말씀을 드렸지만 소년소녀가장의 문제도 실은 그들이 전정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손, 아니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 손이 알지 못하게 도움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불행을 당한 소년소녀들은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동회나 구청을 통해서 그들의 삶과 장래를 준비할 수 있는 물질적 지원이 주어져야 한다. 어느 특정한 부자의 알려진 손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 즉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지원되어야 한다. 그들은 당연히 일정한 지원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착한 소년소녀가장들은 더 많은 것을 받고 착하지 못한 이들은 덜 받거나 못 받아서는 안 된다.
역사의 발전은 우리가 당할 수 있는 불행들을 보이지 않는 손들, 즉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 손이 모르게 하는 행위를 통해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늘의 문제는 이러한 역사발전의 법칙, 즉 성서의 말씀을 거역하고 자기가 하는 일들을 들어내려고 하는 것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교회는 바로 이러한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바치는 시간,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드리는 헌신들은 우리를 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를 들어내는 것뿐이다. 우리가 드리는 헌금, 우리가 드리는 모든 봉사들은 모두가 우리들 자신의 공로를 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헌신과 봉사를 하고도 우리의 몸을 무화과 잎을 통해서 가려야 할 죄인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하더라도 드러낼 것이 없는 존재들일 뿐이다.
우리는 자랑하고 싶은 것을 들어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서는 그것들을 들어내서는 안 한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자랑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드러낸다. 그러나 성서는 모든 인간악들은 드러나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엄청난 수치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아버지는 하나님에게 범죄 하여 모든 수치를 알몸 채 들어내고 무화과 잎으로 자기를 가리려 했던 아담과 이브에게 오히려 “가죽옷을 만들어서 아담과 그 아내에게 입혀 주었다”(창 3,21)고 했다. 여기에 하나님의 은밀한 자비 드러나 않은 자비가 나타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의와 자선을 들어내서는 안 된다. 오직 하나님의 의와 자비만을 드러나게 할뿐이다. 이러한 계시의 하나님은 우리의 허물과 죄를 낫낫이 드러나게 하신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허물과 죄가 드러나서 수치를 당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그는 가죽옷을 지어 입힌다. 그는 죄를 덮어주시기 위해서 들어낼 뿐이다.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명령하는 주님은 또한 낫낫이 드러난 인간의 수치를 가죽옷을 만들어 입힘으로 덮어주시는 자비로운 분이다.
   1993년 7월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