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과 우리가 그분 앞에 모이는 일에 대하여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누가 예언으로나 알리는 말로나 또는 우리에게 받았다고 하는 편지로 주의 날이 벌써 왔다고 말하더라도 여러분은 마음이 쉽게 흔들리거나 당황하거나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아무에게도 어떤 방법으로도 속아넘어가지 마십시오. 그 날이 오기 전에 먼저 배교하는 일이 생기고 불법을 행하는 사람 곧 멸망의 자식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는 신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에나 예배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에 대항하고 그들보다 자기를 높이 올리는 자인데 하나님의 성전에 앉아서 자기가 하나님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내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이런 일을 여러분에게 거듭 말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까? 여러분이 아는 대로 그가 지금은 억제를 당하고 있지만 자기의 때가 오면 나타날 것입니다. 불법의 비밀이 벌써 작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억제하시는 분이 물러나실 때까지는 그것을 억제하실 것입니다.”(살후 2:5-12).
한국과 일본의 공동의 유산과 기독교인의 과제
저는 이번 한국과 일본의 기독교인들이 본회퍼라는 신학자의 사상을 놓고 같이 모인 자리에서 설교하는 과제를 놓고 본회퍼가 1940년에 쓴 논문 “유산과 몰락”을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동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들로서 어떤 공통의 유산들을 갖고 있는가 또 우리의 공통의 유산들과 우리가 믿는 서구의 기독교 사상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또 앞으로 이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본회퍼는 서구의 유산들 즉 그리스와 로마의 유산들이 가진 신화적이고 무시간적인 요소들이 그리스도교와 만나는데서 시간적이고 역사적 요소들을 획득했다고 갈파하고 따라서 서구의 고대 유산들은 기독교와의 관련에서만 의미가 있고 따라서 바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스의 유산이라면 도구적 이성에 근거한 기술주의라고 말할 수 있고 로마의 유산이라고 하면 군국주의 제국주의로 나타나는 힘의 논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는 그의 공적 생애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시험받는 설화에서 이 들 두 유산들을 극복하는 것이 그의 필생의 과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즉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로 빵이 되게 해 보아라”고 하는 그리스적 유혹에 대해서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다” 라고 응답합니다. 그리고 그는 또한 “세상의 모든 나라와 영광을 주겠다”라는 로마적 유혹에 대해서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고 말씀하심으로 로마적 유혹을 극복했습니다. 따라서 예수의 일생은 이러한 그리스적 유산과 로마적 유산을 극복하는 것으로 일생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본회퍼는 아시아에도 유럽의 고대의 유산들과 같은 유산들이 존재하고 그 중에서도 서구와 가장 일찍 관계를 가진 일본마저도 유럽의 고대 유산과 같이 무시간적이고 신화적인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의 고대 유산들도 그리스도교로 세례를 받지 못하면 그리스의 도구적 이성에 의한 기술만능주의와 로마의 군사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무력정치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동아시아에 위치한 일본과 한국의 공통의 유산들은 어떤 것일까?
우선 종교적으로 볼 때 우리는 고등종교로서 불교와 유교를 공통의 유산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 종교적 유산들은 아직도 우리의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어서 우리의 사상과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두 개의 종교적 사상적 유산들을 가지고 우리의 역사와 전통과 도덕적 준거들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유산들이 결과적으로는 우리 두 나라의 문화적 도덕적 유산을 형성하는데도 어떤 공통의 것들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우리는 각기 매우 다른 역사적 유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신라, 고구려, 백제 등 3국 시대 이래로 일찍부터 통일된 왕조체제를 가지고 발전했으며 이 왕조들은 일정한 종교와 관계를 가졌지만 왕조를 신화화하거나 종교화하지 않았으며 전적으로 세속적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비해서 일본은 오랜 시간의 봉건체제를 거쳐서 통일된 국가를 형성했지만 신도이즘을 중심으로 천황이라는 뭔가 신화화되고 종교화된 체제를 통해서 국가의 통일성을 견지하는 나라로 발전했습니다. 근래에 와서 세속적 국가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국가의 통일성은 여전히 이 신화화된 천황제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따라서 이러한 정치적 발전의 차이가 서구의 사상인 기독교를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도 양국간의 많은 차이점을 낳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세속화된 국가체제를 가지고 있던 한국에서는 서구의 종교를 받아들이는데 별로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종교적 국체로서의 천황제가 서양 기독교를 받아들이는데 커다란 장애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결과는 한국에는 25% 정도의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지만 일본에서는 단지 1%정도의 인구가 기독교를 받아들였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 기독교는 숫자 면에서나 사회적으로 퍽 영향력을 가진 집단으로 등장했으나 일본의 경우 기독교는 소수자(Minority)에 불과합니다.
다른 한편 일본은 14세기부터 서구 문명을 빨리 받아들였으나 기독교적 정신은 멀리했고 한국은 서구 문명보다는 종교를 더 열성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서구문명을 통해서 빠른 근대화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일본에서의 그리스적 근대화는 곧 로마적 유산 즉 군사주의 제국주의와 결합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근대화는 아시아에서 커다란 불행을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역사적 도요도미 히데요시에 의한 조선 침략전쟁과 1900년대 초반 한국식민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기독교 정신이 결여된 고대 로마나 그리스 문명만을 일본이 받아들임으로써 일본은 아시아에서 불행했던 유산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불행했던 우리의 유산들은 아직도 과도하게 서구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으로 인해서 청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아시아에서 더 큰 불행을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것은 일본의 지도적 정치인들이 여전히 역사의식을 상실한 채 신화에 뿌리를 둔 천황제에 의존하고 있고 그것의 절정을 이루었던 군국주의에 매어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서구적 유산들을 받아들이는데는 매우 늦었지만 그리스도교는 꽤 신속하게 받아들여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독교는 주로 영미계통의 기독교 즉 그리스의 유산과 로마의 유산의 종합의 절정으로서 자본주의화된 나라의 기독교를 받아들임으로써 예수의 정신에서 이탈하고 말았습니다. 즉 예수가 그의 시험 기사에서 대결했던 “유대적 유혹” 즉 종교적 유혹에 빠진 것이 한국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미국의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기초한 “교회성장론”의 유혹입니다. 1992년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콜럼버스의 미대륙 발견 500부년 기념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 한국교회의 실상을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대신 시장이 등장했다. 이 하나님의 현현은 뉴욕의 다우 존스 지수(Dow-Jones-Index)이고 그의 성체는 미국의 달러며 그의 미사는 환률조정이다. 그의 나라는 지금 크레믈린의 지도자들까지도 찬양하는 자본주의 보편문명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자본주의적 보편문명에 침전되어 있습니다.
본회퍼는 1940년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을 목도하면서 그 전쟁을 기독교 이전의 로마나 그리스의 전쟁과 같이 말살전쟁(Ausrottungskrieg)으로 규정하고 기독교 서구의 몰락을 전망했습니다. 그는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등장한 기술만능주의, 무신론적 민중운동, 타인을 부정하는 민족주의의 등장이 결과적으로는 말살전쟁으로 치닫게 될 것을 예언했습니다. 기독교적 정신이 사라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유산이 유령처럼 유럽대륙에 다시 살아났다고 본 것입니다.
오늘날 아시아에서도 이러한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는 일본에서 그 다음으로는 한국에서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신론적 민중운동은 어느 정도 사라져 가지만 기술주의와 민족주의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본회퍼가 “유산과 몰락”에서 인용한 성경말씀 살후 2장6-7절 “불법의 비밀이 이미 작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억제를 당하고 있지만 자기의 때가 되면 나타날 것입니다.” 그는 이 말씀을 통해서 등장하고 있는 악의 화신 히틀러의 등장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우리 한국과 일본의 본회퍼 학회 회원들이 해야 할 과제를 봅니다. 그것은 우선 그리스도교 정신을 통해서 아시아의 유산들의 비신화화를 통해서 참된 유산들 즉 인간들에게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는 유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시아의 오랜 유산들이 그리스도 정신이 결여된 서구의 유산, 기술만능주의와 제국주의 군국주의 식민주의 유산에 의해서 몰락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 두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두 민족 사이의 불행한 역사적 유산을 처리하는 일에 진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서는 양국이 지향하고 있는 기술만능주의와 그것과 결합된 군사주의와 제국주의의 실체들을 폭로하고 극복하는 일에서 우리의 미래 과제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본회퍼는 그의 “유산과 몰락”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직 두 개의 것만이 심연에로의 최후의 나락을 막고 있다. 그 하나는 신앙의 각성이고 다른 하나는 성서가 ”저지하고 있는 것“(살후 2:7)으로서의 힘”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저지하는 힘으로써 하나님의 존재와 각성된 신앙을 갖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2004년 2월 9일)